“스케이트 천원에 타요”…돌아온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한 해 13만 명 찾던 도심 스케이트장…일상 회복 따라 3년 만에 다시 문 열어

등록 : 2023-01-19 15:54
10일 오후 6시께 서울광장 메인 스케이트장 전경. 링크장에 들어선 시민들이 저마다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2월12일까지 쉬는 날 없이 매일 운영

회차당 700명 제한…인원 밀집 막아

평일도 시민들 붐벼 “천원의 행복” 경험

2004년부터 이용료 ‘1천원’ 변함없어


장내 보호장비 착용 의무화…“안전제일”

연령‧국적 불문, 빙판 위 웃음꽃 피어나


어린이 링크장 난간엔 부모들로 ‘북적’

“색다른 체험, 기분 전환” 호평 이어져

서울의 대표 겨울 명소로 손꼽히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3년 만에 문을 열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2004년 첫 개장 이후 해마다 13만 명이 찾은 도심 한복판의 야외 스케이트장이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난 두 번의 겨울에는 열리지 않았으나 일상 회복에 맞춰 2022년 12월21일 다시 문을 열었다. 오는 2월12일까지 총 54일간 운영되며,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을 연다.

개장 3주 차에 접어든 10일 화요일 오후 2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서울광장은 평일 낮에도 스케이트를 타러 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자도 직접 스케이트장을 이용해보기 위해 매표소를 찾았다. ‘카드 결제는 키오스크를 이용해달라’는 안내에 따라 매표소 옆 키오스크에서 발권을 진행했다. 자신이 이용하려는 시간대를 선택한 뒤 결제를 완료하면 지류 티켓이 출력되는 방식이었다. 이용료는 1시간 1회차에 천원이다. 스케이트화와 안전모 등 보호장비 대여까지 포함된 가격으로, 2004년 개장 이후 쭉 이 금액을 유지했다.

안내데스크 옆 키오스크에서 한 시민 일행이 현장 발권을 하고 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인원 밀집을 막기 위해 회차당 7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며, 회차 종료 뒤에는 30분 동안 얼음 상태와 안전을 점검한다. 스케이트화 대여는 각 회차 입장 시작 10분 전부터 가능한데, 마침 직전 회차가 끝나 스케이트화를 빌리려는 시민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현장 안전요원은 대기 중인 인파를 세 줄로 나눠 세우고 통행로를 확보하며 질서를 유지시켰다. 대기줄에서 만난 장아무개(24)씨는 “친구가 타러 오자고 해서 왔다”며 “사람들이 스케이트장에 관심은 많은데 가기 힘들지 않나. 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가까운 곳에서 탈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대여소에는 180㎜부터 300㎜까지 10단위 사이즈로 주황색 스케이트화가 구비돼 있었다. 직원에게 티켓을 보여준 뒤 사이즈를 말하면 해당 사이즈의 스케이트화를 받을 수 있다. 기자는 물품보관소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신발을 갈아신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채민(15)양은 “오늘 방학해서 친구들이랑 같이 왔다”며 두 친구를 가리켰다. 이양은 “스케이트를 너무 타고 싶었는데 (가격이) 엄청 싸길래 와봤다”며 “사실 이미 한 번 타고 나왔는데 또 타는 것”이라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옆에 있던 차윤서(15)양도 “맨날 길바닥에 있는 빙판에서 놀다가 진짜 스케이트장에 오니까 좋다”며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링크장 내부는 안전모와 장갑을 모두 착용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기자는 메인 링크장 옆 어린이 링크장 쪽에 구비된 헬멧 중 맞는 크기를 찾아 쓰고 입장줄에 섰다. 링크장 입구에서 티켓 확인을 돕는 직원들은 헬멧이나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시민이 보이면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와달라”며 돌려보냈다. 기자가 “둘 중 하나라도 착용하지 않으면 안 되냐”고 묻자 직원은 단호하게 “입장 불가”라고 했다. 장갑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안내데스크에서 천원에 파는 장갑을 이용하곤 했다.

발권을 마친 시민들이 스케이트화를 대여하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입장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차례대로 직원에게 티켓을 확인받고 링크장에 들어갔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누리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매하고 온 경우 휴대전화 화면을 직원에게 보여줬다.

링크장 내부는 입구 기준 시계 반대 방향으로만 돌도록 활주 방향을 통제하고 있었다. 기자가 입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링크장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엉거주춤 난간을 짚고 타는 초보부터 묘기를 부리며 쌩쌩 달리는 고수까지, 시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스케이트를 즐겼다. 주황색 조끼를 입고 현장 곳곳에 배치된 안전요원들은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다가 미끄러지면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겨울철 서울 명소로 소문난 곳답게 해외 관광객도 많았다. 한 10대 청소년이 스케이트를 타다 넘어지자 근처의 금발 외국인 여성이 “아 유 오케이?”라 물으며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훈훈한 모습도 포착됐다. 집에서 가져온 검은색 스케이트화를 신고 링크장을 누비던 박수학(72)씨는 “여기 자주 온다. 주말마다 타러 온다”며 “요새는 미세먼지 때문에 자주 못 와서 그렇지, (밖이라) 아주 시원하고 깨끗해서 좋다”고 말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대비되는 붉은색 외투와 헤드폰이 멋스러운 박씨는 “옛날에 아이스하키를 했다. 재미로 계속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링크장을 둘러보며 미소 짓는 박씨에게서 스케이트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어린이용 스케이트장 옆에 안전모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링크장 밖에서 안쪽을 기웃거리던 박미숙(64)씨는 “너무 좋아 보인다. 타보고 싶은데 스케이트를 못 타서 맨날 구경만 하고 지나간다”며 아쉬워했다. 난간을 짚고 구경하던 장영호(37)씨는 “시청에 일이 있어서 지나가다 잠깐 구경하러 왔는데, 사람들이 재밌게 나들이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다. 싼 가격에 즐겁고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나중에 타러 와야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가족과 시간 날 때마다 방문한다는 박선화(55)씨는 “근 10년 전부터 해마다 빼놓지 않고 왔다. 코로나19로 문을 안 열 때는 많이 아쉬웠다”며 “경기도 남양주에서부터 올 정도로 좋다. 아이가 스케이트를 좋아하기도 하고, 링크도 크고 야외 스케이트장도 드물지 않나. 가격도 저렴하고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어린이 링크장은 난간에서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들로 주변이 유독 붐볐다. 링크장 내 아이들은 보호자의 손을 잡고 스케이트를 타거나 보행기에 의지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손을 흔들어주거나 흐뭇한 표정으로 자녀의 사진을 찍었다.

메인 스케이트장 입구에서 직원이 차례대로 검표를 진행 중이다.

회차 종료 시간이 되자 안전요원이 호루라기를 세 번 불어 퇴장 시각을 알렸다. 스케이트화를 대여소에 반납하고 부대시설을 돌아봤다.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매점과 카페, 휴식 공간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간단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무실 뒤편에는 응급출동 119차량이 대기한 모습도 보였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김태준 운영팀장은 11일 <서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인원이 급작스럽게 몰리는 때가 있다”며 “안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링크장 앞 아이스범퍼카에 관심을 보이던 이주원(6)군은 “신나요! 목요일에 또 올 거예요”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군의 어머니 박경아(40)씨는 “지난주에도 왔는데 그때는 처음이라 되게 무섭더라. 오늘은 두 번째라 자신감이 생겨서 자유롭게 탔다”며 “기분 전환이 된다. 이런 체험을 할 기회가 별로 없지 않나. 끝나기 전까지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늦은 저녁, 기자가 서울광장을 뜨는 순간까지 남녀노소 어우러진 시민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글·사진 이화랑 객원기자 hwarang_lee@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