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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참여자 모두 성장하게 지원”

김의욱 신임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

등록 : 2023-03-02 15:51 수정 : 2023-03-02 16:00
김의욱 신임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이 2월21일 중구 정동 사무실에 있는 자원봉사 대표 캐릭터 ‘자봉이’ 앞 에서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30년 경험의 자원봉사 영역 전문가

봉사는 “코로나 이겨낸 사회적 처방”

유기적 활동 되도록 제도·정책 개선

“장단기 계획을 균형 있게 추진할 터”

‘1500만 명’

지난달 말 기준 자원봉사 통합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자원봉사자 수다. 이 가운데 20~30%가 해마다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덮친 지난 3년 동안 활동자 수는 절반 정도 줄었지만, 온라인 등 새로운 방식의 참여자 수는 늘었다. 어려운 사람들을 단순히 돕는 활동에서 기후위기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자원봉사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있다. 2010년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에 따라 ‘자원봉사 지원체계의 허브’를 사명으로 삼고 설립됐다. 행정안전부의 위탁을 받아 전국의 17개 광역지자체, 228개 기초지자체의 자원봉사센터와 손잡고 자원봉사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20여 명의 직원이 자원봉사 통합정보시스템 운영, 캠페인과 정책개발, 재난대응 자원봉사 통합지원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2월 첫날 중앙자원봉사센터의 새 수장으로 김의욱(56) 센터장이 부임했다. 김 센터장은 30년차 자원봉사전문가로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전국연맹, 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 본부장 등을 지냈다. 중앙센터로 오기 직전엔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사무처장을 거쳐 센터장으로 일했다. 2월21일 중구 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센터장은 “새 출발선에 선 주자처럼 가슴이 설레기도 하면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취임 소감을 말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그는 직원들과 센터의 사업계획에 관해 소통하는 데 집중했다. 캠페인이나 실천 활동이 누구에게 필요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스스로 묻고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 센터장은 “그간 자원봉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은 일이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꼼꼼하게 따져 함께하는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지원 방식 변화에 관한 고민도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방역활동, 재난대응 등 민간이 서비스 생산자로 역량을 갖췄다는 게 확인됐다고 본다. 그는 “이전처럼 획일적인 지원이 아닌 참여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원 재원의 다각화도 모색할 계획이다. 현재 자원봉사 지원 재원 대부분은 정부 예산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마련된다. 재난 현장이나 공동체 활동에서 기부금이나 찬조금을 받을 수 없다. 긴급히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지 못해 자원봉사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때도 있다. 김 센터장은 “활동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관련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자원봉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에게 힘이 되는 사회적 처방이라고 본다. 공동주택 엘리베이터 안에서 인사를 나누는 생활문화조차 낯설어지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말하지 않기’ 안내문도 붙어 있다. 그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서로가 주고받는 온기가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기운이라는 걸 몸으로 익힐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달라진 사회에서 필요한 삶의 방식을 함께 배우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자원봉사가 서로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경험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생존방식을 배우는 학습의 장인 셈이다.

자원봉사로 자신에게 필요한 게 해결되는 경험도 해볼 수 있다. 지난해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동네 단위 ‘내 곁에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원봉사 대상자를 자원봉사하는 자리로 초대한 것이다. 이들은 도움받기에서 주기로 역할이 바뀌면서 동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외로움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김 센터장은 “자원봉사는 자신 안에 있는 새로운 모습이나 역할을 끄집어내는 무대”라며 “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이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도록 도우려 한다”고 했다.

일상 속 자원봉사 활동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를 위한 시간은 의도적으로 계획에 끼워 넣지 않으면 밀리게 되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과 중앙자원봉사센터의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3년 임기 동안 그는 센터 운영에 과수원 농사를 짓듯 정성을 들이고 싶어 한다. 긴 호흡으로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노력하며, 해마다 달콤한 과실을 맺는 성과를 낼 계획이다. “단기와 장기 계획을 균형 있게 추진하며 자원봉사자들이 성장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노후에 은퇴자들의 동료이자 촉진자(퍼실리테이터)가 되는 걸 그는 꿈꾸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은퇴자의 내재화된 잠재력을 끄집어내 상실과 고통의 이행 과정을 줄여주는 것이다. 1990년대 촉진자 교육을 받은 1세대인 김 센터장은 “은퇴자들에게 문이 닫히고 새로운 문이 열리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자원봉사 등 은퇴자들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 찾기를 장려하고 촉진하는 효과적 장치를 만들어내는 일에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