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권력독점 체제 깨야

[기고] 이해식 강동구청장

등록 : 2016-11-03 16:09 수정 : 2016-11-05 00:44
강동구청 제공
1987년 민주화운동 결과로 이뤄진 개헌이 낳은 정치체제는 한시적 권력독점 체제다. 제왕적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다. 그러나 임기를 2년쯤 남겨놓고는 유력 차기 후보들과 국회, 언론 등으로 급격하게 권력이 분산된다. 분산된 권력은 국민들을 극심하게 편을 가르게 하고, 극단적 분노와 증오를 조장한다. 분노와 증오는 국민의 복리도, 국가의 비전도 모두 소외시킨다. 대통령 직선제에 초점을 맞춰 급하게 이뤄진 87년 개헌의 필연적 결과이다.

많은 사람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60%가 넘는 국민과 200여 명에 이르는 국회의원이 동의하고 있다. 시대적 대세다. 하지만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농단을 덮기 위해 현직 대통령이 꺼낸 개헌론이 개헌 방향을 흐리고 있다. 어떤 시스템이 마련된다 해도, 힘의 원천이자 최종적인 수혜자인 국민이 배제된다면,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다.

이뤄져야 할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권력독점 체제를 국민과 지방중심 체제로 바꾸는 것, 자치분권 개헌이어야 한다. 지방분권은 세계적, 시대적 흐름이다. 독일은 헌법 전문에서부터 독일을 구성하는 각 지방을 열거하고 헌법의 효력 범위를 설정했으며, 기초정부 권리 보장, 중앙과 지방의 행정권 분배 등 지방자치 권한을 12개 조항에 걸쳐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3년 개헌을 통해 헌법 제1조에 ‘프랑스 공화국의 조직은 지방분권 체제로 구성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지방의 일반적 권한을 21개 분야로 확대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현행 헌법의 지방자치 관련 조항은 불과 2개 조항(제117조, 118조)이다.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은 제한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중앙정부가 대통령령과 부령을 통해 지방정부를 통제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세금을 쓰는 비율은 국가가 40%, 지방이 60% 수준으로 크게 늘었지만 국세와 지방세 8 대 2 구조가 여전하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지방이 중앙의 하인과 들러리가 되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정부와 줄곧 대립각을 세워 분권화라는 세계적 흐름을 거슬러왔다.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지난 2014년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지방정부에 대한 통제는 강화됐다. 특히 재정 압박이 가장 심하다. 누리과정 예산 전가, 지방정부 복지사업 통폐합 추진 등으로 지방자치를 위축시켰고, 청년수당 등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사업마저 할 수 없게 강제하고 있다. 지자체가 책임져야 하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과 맞닿아 있고 현장성, 신속성을 갖춘 지방정부의 권한을 늘려 현장 책임을 강화하고, 중앙정부는 큰 틀에서 지원의 역할을 담당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가의 큰 문제에 집중하고 지방정부가 주민을 위해 더 실질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길 위에 서 있다. 유린당한 민주공화국, 누군지 모를 자들의 손아귀에 빨려들어간 국민주권을 살려내야 한다. 먼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진실을 명백히 밝히고, 권력독점 구조가 빚어낸 폐해를 털어내야 한다. 자치분권 개헌에 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글 이해식 강동구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