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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의 작은 변신, ‘20분 문화향유 도시 서울’ 향한 큰 발걸음

서울문화재단, 올해부터 노들섬 운영…‘문화향유권 향상’에 초점
재단 창립 20주년 맞아 ‘글로벌 톱5 문화도시 서울’ 비전도 제시

등록 : 2024-04-11 14:43
노들섬의 변신 “서점을 공연장으로 꾸미고 문화 공연도 대폭 늘려”

‘시민들 문화 형평성’ 높이는 모델 구실

재단, “서울의 문화 생태계 획기적 개선

사회적 약자도 ‘문화 소외’ 안 되게 할 것”

노들섬이 달라지고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1월1일부터 노들섬을 운영하면서 ‘서울시민의 문화향유권’을 가장 높은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점인 노들서가 한편을 공연장으로 꾸며 올해 100회 정도 공연을 진행하는 등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문화공연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3월30일 노들서가 공연장에서 가수 서사무엘이 공연하는 모습.

“한강 가운데 있는 노들섬 안에서도 이 장소에서 공연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뜻깊은 자리에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지난 3월30일 용산구 노들섬에 위치한 서점 ‘노들서가’에서 가수 서사무엘이 공연 시작과 함께 한 인사말이다. 랩과 솔(soul) 등을 주로 부르는 서씨의 말대로 이날 공연장인 노들서가는 정말 지난해까지만 해도 책만 파는 서점이었다. 하지만 올해 서점 일부 공간을 재정비해 무대와 약 1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객석을 갖춘 공연장으로 꾸몄다.

이날 공연을 관람하러 온 김아무개(60)씨는 “좋아하는 가수 서사무엘의 공연 소식을 듣고 노들섬을 처음 방문했다”며 “앞으로도 좋은 공연 소식을 듣게 되면 노들섬을 자주 찾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바람대로 노들서가 공연장에서는 올해 크고 작은 공연 100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변화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1월1일부터 노들섬 운영을 맡으면서 이뤄졌다. 지난해까지 인터파크가 맡아왔던 노들섬 운영을 서울문화재단이 맡음으로써 운영의 초점을 ‘서울시민의 문화향유권’에 맞췄기에 일어난 변화다.

하지만 ‘서울시민의 문화향유권’을 중시하는 변화는 노들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3월15일 노들섬에서 진행된 창립 20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2030년까지 ‘20분 문화향유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20분 문화향유 도시 서울’은 서울시민 누구라도 자신의 주거지에서 20분 이내 거리에서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시민의 일상 속에 문화가 스며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였던 유인촌 문화부 장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기념식에서 이 대표는 ‘예술 하기 좋은 도시, 예술특별시 서울’이라는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20분 문화향유 도시 서울’은 그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노들섬과 비슷한 변화가 서울 곳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3월15일 노들섬에서 진행된 서울문화재단 창립 20주년 기념식 모습.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다섯째),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였던 유인촌 문화부 장관(왼쪽 여섯째), 이창기 현 서울문화재단 대표(왼쪽 넷째) 등이 참여해 재단의 성장과 서울시민의 문화향유권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온 점을 축하했다.

사실 2004년에 창립한 서울문화재단의 지난 20년 활동을 되돌아보면, 그간의 크고 작은 활동이 서울시민의 ‘문화향유권’을 높여온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출범 당시 50여 명의 직원과 사업비 146억원으로 시작했던 서울문화재단은 현재 직원은 6배 증가한 300여 명, 사업비는 10배 이상 증가한 1578억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렇게 늘어난 수치는 그만큼 서울시민을 위한 문화 활동이 크게 늘었음을 의미한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20년간 서울문화재단이 개최한 축제와 문화행사에 참여한 시민이 총 2700만 명에 이르고, 재단의 지원을 받은 예술가는 3만여 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예술공간도, 새로 재단의 문화공간이 된 노들섬 복합문화공간까지 포함해 모두 20개에 이른다.

이런 노력 등에 힘입어 서울시민의 지난해 문화예술관람률은 56.2%, 관람 횟수는 연 4.6회로 높아진 상태다. 문화예술관람률은 1년 동안 문화예술행사 관람 횟수가 1회 이상인 사람의 비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창기 대표는 재단 20주년 행사 때 “2030년까지 문화예술관람률은 80%로, 관람 횟수는 연 10회로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서울시민의 문화예술관람률을 56.2%에서 80%까지 높이는 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문화의 형평성”이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이제는 서울시민 누구나 문화를 체감할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문화적 약자, 사회적 약자가 문화적으로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누구나 문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는 형평성 또한 ‘20분 문화향유 도시 서울’과 통하는 개념이다.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재단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시민 일상 문화향유 20분 도시’라는 제목으로 ‘20분 문화향유 도시 서울’에 대한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2면 사진 한강 한가운데 위치해 중지도라 불리기도 했던 노들섬 모습. 올해 노들섬 운영기관이 된 서울문화재단은 노들섬에서 1년 내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재단은 이를 통해 노들섬을 대중에게 더욱 친숙한 장소로 만들면서 세계적인 문화 랜드마크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이에 따라 노들섬을 이런 ‘문화의 형평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로 꾸밀 계획이다. 노들섬은 4월부터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1년 내내 ‘문화가 흐르는 예술섬 노들’ 시리즈와 함께 온 가족이 즐기는 예술 섬으로 변화시킬 예정이다. 오는 4월20일 악단광칠,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포르테나의 공연을 시작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에도 다달이 무료로 순수예술부터 대중예술까지 다양한 공연들이 노들섬 잔디마당 야외 특설무대에서 시민들과 만나게 된다.

서울문화재단은 또 다양한 취향과 연령대의 시민이 즐길 수 있는 특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고 한다. 대중음악에 열광하는 엠제트(MZ) 세대를 위한 ‘노들섬 케이팝 특별주간’을 비롯해 다양한 인디음악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이 없는 화요일에는 문화예술에 관심을 키우기 시작하는 직장인과 중년 세대를 위한 문화 교양 강연 시리즈 ‘노들픽강’도 마련된다.

또한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5월에서 10월까지는 잔디마당 특설무대를 활용해 총 6편의 음악영화를 상영해 가족 단위 방문객을 맞이한다. 또한 노들섬의 통로 아틀리에 공간을 활용해 재단 입주 예술가들의 작품을 상시 만나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강 한가운데 위치해 중지도라 불리기도 했던 노들섬 모습. 올해 노들섬 운영기관이 된 서울문화재단은 노들섬에서 1년 내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재단은 이를 통해 노들섬을 대중에게 더욱 친숙한 장소로 만들면서 세계적인 문화 랜드마크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렇게 노들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들이 한편으로는 예술과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서울시민을 공연 현장으로 이끌어 ‘문화 형평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도 노들섬을 문화적 랜드마크로 변모시킬 기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창기 대표는 “노들섬뿐만 아니라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다양한 문화예술공간, 그리고 25개 자치구 문화기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서울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촘촘히 짜인 새로운 문화예술 생태계는 서울 시민 누구나 20분 만에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인프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예술가에 대한 복지강화 등도 크게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기존 지원트랙에 더하여 장애·청년·원로 예술인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 3만명 수준인 지원 예술인 규모를 2030년에는 6만5천 명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런 예술인에 대한 지원 강화가 문화 형평성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렇게 “예술가는 예술 하기 좋고 시민은 문화를 즐기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서울을 글로벌 톱5의 문화도시가 되도록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년 동안 서울을 문화도시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서울문화재단이 앞으로 글로벌 톱5의 문화도시 서울을 만드는 데서도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