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성공한 남자의 역설, 지독한 외로움
지인의 뜻밖의 자살 소식을 듣고
등록 : 2017-03-23 14:32
주변을 살펴보면 남자들은 나이 들수록 여성들에 비해 친구가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마치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져나가듯이 진정한 친구는 사라집니다. 가끔 이렇게 항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요? 관리하는 명함만 해도 수천 장입니다!” 유감스럽지만 그 명함은 일의 관계일 뿐, 그 관계가 소멸되는 순간 가치도 끝입니다. 많은 남자들이 그것을 착각합니다. 직장에서 퇴사하는 순간 인간관계도 수직낙하하게 된다는 것을 저 역시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우울증 전문가인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심리학부 토머스 조이너 교수는 <남자, 외롭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남성들의 관심사는 직장에 쏠려 있었고 일자리 불안과 직장 내 경쟁, 심지어 동료 간의 적대감 등을 걱정했다. 남성들이 타인들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자. 이와 반대로 여성들은 직장과 가정생활 간의 갈등을 우려했고, 직장 내의 책임 증대가 가족에 미치는 악영향에 괴로워했다.” 직장을 잃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사람들과의 유대가 피난처 구실을 하게 되어 여성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받는 유대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으로 마음을 전환하지만,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이 전환을 매우 힘들어합니다. 자존심 때문이지요. 친구들이 떠나고 정신적으로 위축되어 있을 때에도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향이 매우 높다는 것이 조이너 교수의 분석입니다. 그의 부친도 56살에 자살했다는 사연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남자가 50을 넘으면 평등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볼품없는 체형으로 변한다는 말입니다. 어깨에 오십견이 오는 것처럼 마음의 근육도 뭉치고 기분도 자주 상합니다. 감정의 소통에 대해 경험하고 배울 기회가 별로 없어서 나이 들수록 가족들로부터 소외되어가지요. 사소한 일에 복수를 결심합니다. 정서적 고립감과 사회관계의 외로움이 늘어나지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촉각이 무뎌져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껏해야 인터넷 글에 감동받았다며 꼭두새벽부터 카톡을 보내와 잠을 깨우거나 갑자기 악기 배우기에 빠진 나머지 자기가 배운 악기 소리를 들어보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한두 사람이 아니어서 듣는 처지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모두 외롭다는 증거입니다. 고대 로마의 언어로 ‘살다’는 말은 원래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다’라는 뜻이었다고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말했습니다. 반대로 ‘죽다’는 말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지 않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하겠지요. 최고의 치료는 가족, 친척, 오래된 친구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먼저 나의 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문제가 아니라 치료의 시작입니다. 어둠도 빛처럼 너무 강하면 안 보입니다. ‘남자이니까’라는 허세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손관승 CEO·언론인 출신의 라이프 코치, 저서 ‘투아레그 직장인 학교’ 등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