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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굿즈’ 굿~ 서울 브랜드력 쑥↑

판에 박힌 서울 굿즈는 옛말, 다양하고 독창적 상품 봇물 2030세대 제작 참여 활발, 서울 브랜드 가치 4위로 껑충

등록 : 2018-11-29 15:44 수정 : 2019-01-17 14:32
지난 28일 점심 남산에 있는 N서울타워 1층 관광기념품 가게에서 인도네시아 가족 관광객이 서울 여행 기념품을 고르고 있다.

“와, 정말 귀여워! 한 개는 부족하겠어. 우리가 오늘 어디 어디 갔었지?”

지난 17일 오후 2시. 명동 기념품 판매관으로 이삼십 대 일본인 관광객들이 들어왔다. 곧바로 고무로 만든 ‘지하철역 키링’(지하철역사명이 새겨진 열쇠고리) 앞으로 다가가더니 ‘명동’ ‘여의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 한 주먹을 골라 계산대에 섰다. 판매관에서 일하는 김태은(24)씨는 “최근 일본인들이 자주 찾는 서울 여행 커뮤니티 블로그에 누군가 저 상품을 찍어 올렸는데 예쁘다고 화제였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동나는 인기 상품이다”라고 설명했다.

도시 ‘서울’을 주제로 한 굿즈 열전

남산 N서울타워 관광기념품 가게

도시 ‘서울’을 주제로 만든 문화상품이 부쩍 늘었다. 일명 ‘서울 굿즈’라 한다. 관광 기념상품 외에도 문구·사무용품, 식료품, 생활용품, 패션 잡화 등 분야가 다양하고 만듦새도 진화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기념품 가게들은 ‘굿즈 쇼핑하기 좋은 곳’으로 일찍이 젊은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지난 10년 동안 질 높은 문화상품 개발에 공을 들여왔는데,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2030세대 소비자들의 ‘구매 인증샷’이 만나 홍보 효과가 컸다.


관람은 둘째치고 상품만 사러 박물관에 가는 이들도 생겼다. 지난 17일 오전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 가게에서 만난 전영진(36)씨는 “도쿄에 한 주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여성 바이어들에게 이곳 상품을 선물했더니 반응이 좋더라. 중요한 출장이 잡히면 종종 찾아온다”며 아사면에 창덕궁 지도를 수놓은 ‘동궐도 보’, 신윤복·김홍도·신사임당의 옛 그림과 조선 시대 반차도(궁중 행사에 문무백관이 늘어서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가 그려진 ‘아트 램프’, 자개 명함집 등을 추천했다.

같은 날 오후 남산의 N서울타워 1층 기념품 가게에서 만난 독일인 관광객들은 공책 ‘서울 여행 저널’과 ‘마그네틱’(자석) 등 문구류를 구경하며 “삽화가 아름다워 서울을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곳에서 만난 20대 대학생은 대전에서 홀로 첫차를 타고 와 서울을 여행하다 이곳에 들렀다며, 서울 관광 기념상품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10년 전 가족과 남산에 왔을 때는 조금 촌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문구류나 초콜릿, 머그잔, 텀블러 등 세련된 것이 많아 마음에 든다.”

디자인 문구·생활용품 전문 온라인 숍 ‘텐바이텐’에서는 반포와 마포 한강변 노을과 별빛을 주제로 그린 ‘서울 메모지’, 서울 여행지 곳곳을 본떠서 만든 ‘서울 스토리 스티커’가 잘 팔린다. 200여 개의 상품 구매후기를 보면 “서울 메모지, 제가 진짜 찾던 것”(@seongyeon02**), “이런 시리즈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songc**), “색감이 영롱해요~ 예뻐요 한강한강”(@yjchlrh**) 등 추가 제작을 주문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생활용품 전문 업체 ‘다이소’는 이런 소비자 관심을 반영해 지난 7월 한국과 서울 관광 기념상품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과 서울 지도로 꽉 채운 마우스패드, 에코백, 캐리어(여행용 가방) 명찰 등 총 100종을 선보였는데,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구매 인증샷이 올라오면서 제품도 빠르게 동났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도심 카페에서는 ‘서울의 맛’도 탐구한다. 중구 명동에 있는 카페 ‘루프트 커피’는 지난해 서울의 밤을 해석한 커피 원두 상품 ‘서울 블렌드’를 선보였다. 루프트 커피 김지원 과장은 “바리스타와 로스터, 디자이너가 만나 산미를 줄이고 추출법을 고민해 해 질 녘 서울의 고독한 정서를 커피 맛으로 만들어봤다. 처음엔 관광객이 판매 타깃이었지만, 지금은 을지로 등 주변 직장인들이 좋아해 매장에서 가장 잘나간다”고 한다. 그 밖에 서울의 인기 카페로 꼽히는 커피리브레의 ‘울서울서울서’, 프릿츠커피컴퍼니의 ‘서울 시네마’ 등도 서울을 내세운 커피 원두 상품이다.

‘서울의 맛’도 점점 브랜드화…“유적지로만 기억할 필요없어”

서울 형상화 커피 브랜드 잇따라

프릿츠커피컴퍼니의 커피 원두 ‘서울 시네마’. 프릿츠커피컴퍼니 제공

‘여행 기념상품’에서 기회 찾는 젊은 디자이너들

최근 출시하고 있는 ‘서울 굿즈’들은 2030 세대 젊은 디자이너들이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한 독창적인 상품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 주요 관광기념품 가게(명동관광정보센터 기념품판매관, 서울시 시민청, 서울역사박물관 뮤지엄 숍)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상품들은 2013년부터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진행한 ‘서울 상징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발굴된 경우가 대다수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지난 6년 동안 진행해온 ‘서울 상징 관광기념품 공모전’은 지난해부터 작품 심사 과정에 시민과 관광객 심사 단계를 추가해, 서울 시민청 등 개방된 곳에서 스티커 심사를 해 ‘제품 시장성’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앞서 소비자 반응이 좋았던 ‘지하철역 키링’(2016)이나 ‘동궐도 보’(2015) ‘서울 여행 저널과 서울 마그넷 세트’(2013), 그 밖에 ‘서울 관광 손수건’(2017), ‘반차도(조선 시대 궁궐 행사에서 문무백관이 서 있는 그림) 아트램프’(2014), ‘서울 오르골’(2013) 모두 공모전에서 발굴됐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제1회 서울 상징 관광기념품 공모전’ 때 230여 점가량이었던 작품 응모수가 지난해 5회 때는 450여 점까지 늘어났다. 이유가 뭘까. 상품을 기획하고 최종 수상 명단에 올랐던 디자이너들은 <서울&>과 한 통화에서 “서울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나서 ‘관광 기념 상품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며 입을 모은다.

젊은 디자이너들은 개인의 여행 경험을 작품에 반영한다. 외국 관광객 취향에 맞춘 지하철역 키링을 디자인한 윤돈규(36)씨는 “편리한 지하철 시스템은 서울의 상징 아닌가. 소소하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내가 다녀간 자취를 기억하는 방식”이라 설명했다. 사회적기업 ‘공공공간’에서 선보인 ‘콜렉트 서울’은 서울 관광지를 ‘패치’로 만들어 여행자들이 수집하도록 한 사례다. 공공공간 신윤예(32) 대표는 “동묘시장이나 낙원상가만 가도 서울만의 매력이 넘친다. 서울 관광자원을 높은 빌딩 같은 랜드마크나 오래전 유적지로만 기억할 필요가 있는가. 동네의 숨은 보석 같은 장소나 문화도 관광 자원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박함이나 익숙함에서 찾는 아이디어도 눈길을 끈다. 서울 상점 간판으로 배지를 만든 문상훈(31)씨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고, 한글 간판을 상품화했기에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글 상품이 되기도 할 것”이라 설명한다. 서울 대표 관광지를 선정해 각 장소에 어울리는 차를 만들어본 ‘버라이어티’(VarieTEA), 북한산에서 딴 벌꿀로 만든 음료 ‘서울.건강.허니 C’, 한국 전통 방짜를 대중화한 ‘방짜 주물유기목도장’도 아이디어 상품으로 꼽힌다.

굿즈 다양화와 도시 브랜드 가치 변화

관광 상품 다양화는 도시 브랜드 가치 변화와 맞닿는다. 도시의 매력이 높을수록 여행자들은 도시 이름이 박힌 무언가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세계 20개국, 2만 명 이상에게 설문 조사한 안홀트 지엠아이(GMI)의 도시 브랜드 지수 평가 결과, 서울은 2006년 44위에서 2014년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서울시 관광체육국 관광사업과 이은영 과장은 “서울 상징 관광기념품 공모전’은 작품 발굴로 끝나지 않고, 시에서 작품을 사 디자이너들의 지속적 판로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개인 공방 지원은 물론 전체 기념품 시장의 질적 향상과 경제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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