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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카드만큼 결제 쉽고 카드보다 혜택 많지만…

등록 : 2019-05-16 15:47
이충신 기자, 제로페이 사용기…동물원·중식당·선상카페·야시장 체험

공공시설 30% 할인, 편의점도 도입…“제로페이 그게 뭐예요” 반응도

서울시가 지난해 12월20일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수료 제로’인 제로페이를 도입한 지 5개월이 지났다. 2일부터는 전국 5대 편의점 4만3천여 매장에서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해졌다. 결제 방법도 판매자 큐아르(QR)에 더해 이용자 큐아르 방법을 추가로 도입했다. 새롭게 바뀐 제로페이 사용 환경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직접 제로페이 일일 사용 체험에 나섰다.

10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서울대공원 앞에 도착하자 5월의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봄 소풍을 왔는지 단체 관람을 온 학생이 많았다. 먼저 입장권을 사러 매표소로 갔다. 서울대공원 들머리에 있는 매표소는 동물원 입장권(5천원)에 코끼리열차(1천원)와 리프트 이용권(6천원)을 묶어서 파는 ‘동물원 리프트 패키지’ 매표소와 코끼리열차 이용권을 판매하는 매표소로 나뉘어 있었다. 동물원 리프트 패키지 요금은 어른은 정가가 1만2천원인데 1500원 할인해 1만500원에 팔았다.

매표소 직원에게 제로페이 결제도 되는지 물었다. 여기는 패키지 매표소라서 제로페이 할인을 받을 수 없고, 동물원 입구에 있는 매표소에서 동물원 입장권을 사야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코끼리열차와 리프트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게 아니라서 할인 혜택이 없다.

먼저 코끼리열차를 타고 동물원 입구에 가서 입장권을 사기로 했다. 동물원 입구에 도착해 매표소 직원에게 “제로페이 되나요?”라고 물었더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휴대폰을 꺼내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한 뱅크페이 앱을 켜고 큐아르 코드를 만들어 매표소 직원에게 보여줬다. 매표소 직원은 이용자가 직접 매표소 창구에 붙어 있는 큐아르 코드를 찍어서 입력해야 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큐아르 코드 촬영 메뉴를 활성화시켜 매표소 앞 유리창에 붙어 있는 큐아르 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었더니 결제 창이 떴다. 매표소 직원이 알려준 할인받은 결제 금액을 입력한 뒤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매표소 직원이 “결제됐다”고 알려줬다.

서울대공원은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동물원과 테마가든 입장료를 30%씩 깎아준다. 동행한 사진 기자와 함께 동물원 입장료로 7천원을 결제한 뒤 동물원을 관람했다.


판매자 큐아르 방식은 소비자가 결제 앱을 실행해 판매자가 만들어놓은 큐아르 코드를 촬영한 뒤 소비자가 결제 금액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소비자 큐아르 방식은 소비자가 결제 앱을 실행해 본인이 큐아르 코드를 만들어 판매자에게 보여주면 판매자가 큐아르 리더기로 읽어 판매 금액을 입력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제 금액을 입력할 필요가 없어 좀더 편리하다.

“동물원 리프트 패키지 입장권은 제로페이 결제가 안 돼 일반 카드로 결제했어요.”

경남 창원에서 온 김희남(31)씨는 제로페이로 입장권을 사려고 했지만 일반 카드로 결제했다. 입장권과 코끼리열차와 리프트 이용권을 따로따로 사려니 귀찮아서라고 했다. 남편과 함께 아이 둘을 데리고 지인 결혼식 참석 겸 2박3일 가족 여행을 온 김씨는 “예약하고 온 유스호스텔은 제로페이로 결제할 예정”이라며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평일 30%, 휴일 10%쯤 할인된다”고 했다. 그는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중소상인들이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니 좋고, 소비자 편에서는 휴대폰만 있으면 카드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매우 편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5월2일부터 전국 5대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고, 393개 공공시설을 이용할 경우 최대 30%까지 할인 혜택을 준다. 지난 어린이날 연휴 때 많은 시민이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양정오 서울대공원 전략기획실 주무관은 “연휴 기간 관람객이 가장 많았던 6일에는 유료 이용객의 약 7%가 제로페이로 결제했다”며 “30% 할인 혜택이 시작된 2일부터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여의나루역 중국음식점에서도 결제 ‘척척’

“결제 어렵지 않지만 아직 낯설어해”

“수수료 없다니 중소상인에 도움”

서울대공원에서 나와 오후에는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갔다. 마침 점심때라서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나루역 근처에 있는 중국집 ‘하노’에 들어갔다. 입구에 제로페이 결제가 된다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하노는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아 한마디로 가성비가 뛰어난 곳이다. 삼선짬뽕과 꿔바로우(궈바오러우·연변식 찹쌀탕수육) 맛이 일품이다. 식사를 마치고 제로페이로 결제했다. 처음할 때보다 더 쉽게 느껴졌다.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길래 5월부터 제로페이 결제를 시작했죠.”

하노 주인 이연우씨는 “결제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처음이라 낯설어서인지 아직 제로페이로 결제한 손님은 없다”고 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이 이렇게 제로페이 결제 준비를 해도 일반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직 인식이 잘 안 되었는데, 활성화되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점심을 먹은 뒤 근처 한강 변 2층 선상카페 ‘루고’에서 망고 스무디를 마셨다. 결제는 물론 제로페이로 했다. “제로페이로 결제해보니 점원 편에서도 크게 불편하지 않네요.”루고에서 1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한 오정민씨는 “오늘 처음 제로페이 결제를 해봤는데 일반 카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수수료가 없다니 활성화되면 중소상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금요일 오후여서인지 한강공원은 시민들로 붐볐다. 카페에서 나와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강변을 시원하게 달려보기로 했다. 이곳에서도 제로페이로 결제했다. 자전거 대여소의 한 점원은 “제로페이로 결제한 사람은 지금껏 주말에 3명 정도뿐이었다”며 “아직은 제로페이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 카드로 많이 결제하는데, 조금만 더 홍보하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카카오페이 같은 건가요?” 아직 제로페이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전에서 친구 4명과 함께 놀러온 박신앙(20·대학생)씨는 제로페이를 알지 못했다. ‘제로페이 해봤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그게 뭐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난 뒤 근처 ‘지에스(GS)25’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샀다. 지난 2일부터 국내 5대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역시 간단히 제로페이로 결제했다. 편의점에서는 판매자 큐아르가 아닌 소비자 큐아르 결제가 됐다. 지금껏 판매자 큐아르가 불편해 2일부터 소비자 큐아르 결제 방법도 함께 도입했는데, 판매자 큐아르와 달리 결제 금액을 소비자가 입력할 필요가 없는 게 편리했다. 앱을 켜서 큐아르 코드를 만들어 보여줬더니, 편의점 직원이 리더기로 큐아르 코드를 읽어들였다. 2~3초 지났을까 싶더니, “결제됐다”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 7시께가 되자 한결 시원해졌다.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 일대에는 다양한 먹을거리를 파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 열렸다. 푸드트럭에서 제로페이를 쓸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의외였다. 새우플레이트 등을 파는 푸드트럭 ‘카프리’를 운영하는 김대업씨는 “하루에 5~6명 정도 제로페이로 결제한다. 수수료가 없어 많은 사람이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0일 온종일 제로페이를 이용해 동물원 관람도 하고 점심도 먹고 자전거도 탔다. 두세 번 해보니 카드만큼 쉽게 느껴졌으나, 현장에서 만난 많은 사람은 아직 카드나 현금 결제를 편하게 생각했다. 제로페이를 많이 모르기도 하고 앱을 깔아도 설정을 해야 하는 점을 번거롭게 여겼다. 제로페이를 활성화하려면 제로페이로 결제했을 때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강 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푸드트럭에서 사온 음식과 맥주를 마시면서 한강의 풍경을 바라봤다. 제로페이로만 결제를 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활동을 한 하루였다. 때마침 유람선이 불빛을 반짝이며 강물을 거슬러올라가고 있었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