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고전에 빠진 젊은 작가

연극 <묵적지수> 작가 서민준

등록 : 2019-06-20 15:29 수정 : 2019-06-20 15:38
“셰익스피어 같은 말놀이를 써보고 싶다.”

희곡 작가 서민준(31)은 오는 26일~7월7일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하는 <묵적지수>(사진)를 집필하면서 이렇게 다짐했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연극은 지난해 제8회 벽산희곡상에서 상을 받은 그의 희곡에서 출발한다. 그의 희곡은 동양 고전에서 출발한다. 주로 ‘동시대성’에 관심을 갖는 또래 작가들과 다르게 그가 옛것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어 나오죠. 이런 뿌리가 계속 거슬러올라가면 최고의 정점에는 그리스 신화나 동양 고전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신념 덕분에 어릴 적부터 <삼국지>에 빠져 살았단다. 벽산희곡대상 공모 때는 마감되기 직전까지 탈고를 거듭할 정도로 평소의 관심사를 녹여냈다고 고백했다.

‘묵적(묵자)의 묘수’라고 해석되는 <묵적지수>는 초나라와 송나라 간 모의 전쟁을 이야기한다. 묵자는 송나라를 공격하려는 초나라에 ‘모의 전쟁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결국 묵자의 제안에 초혜왕이 손을 들어준다. 작품은 ‘전쟁의 유희성’을 보여준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놀이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처럼. 작가는 스스로 “전쟁과 유희를 완벽하게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이런 에피소드가 잘 드러나도록 구상했다”고 고백한다.

2015년 중국 조사 때 원전 고증에서 출발한 그는 셰익스피어와 동양적 말놀이의 절충이라는 목표만 보고 달렸단다. 그런 흔적은 공연 중간에 튀어나오는 ‘의고체’(옛날 말투)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아무도 30대 초반의 작가가 썼다고 안 믿겠지요?”라며 이 또한 자신이 노린 것이라 웃으며 말했다. 이런 특징은 공모작 선정평에서 “젊은 신진 작가의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의고체는 동시대가 가지지 못했던 탁월한 시야를 보여준다”고 한 데서도 뒷받침된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카프카의 <변신>이나 햄릿의 복수극을 토대로 동양적 말놀이를 구상하는 작품을 만들 것입니다”고 답했다.

그는 옛것에 대한 관심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자신했다.

■ 서민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에 재학 중이며, 작가와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2014년 신작희곡페스티벌에 < For sale >로 등단했으며, 2018년에는 <묵적지수>로 제8회 벽산희곡상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젊은연극제 < For sale >(2015), 두산아트랩 <종이인간>(2018)이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