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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카, 앱 누르자 집 앞까지 도착…비싼 요금 ‘흠’

등록 : 2019-06-20 15:57
이충신 기자의 서울시 쏘카·그린카 체험기…주말 나들이·취재 이용

사흘간 3회 총비용 12만420원, 이용 시간 22시간30분, 주행거리 132㎞

이충신 기자가 11일 마포구 공덕동 공덕1-1공영주차장 옥상에 주차돼 있는 나눔카(쏘카)를 이용하기 전 전기충전기를 뽑고 있는 모습.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타고 취재 장소인 종로구 교남동으로 향했다

여럿이 함께 사용하고,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공유 경제 개념이 생겨난 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 정보통신기술(IT)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차량을 공유하는 카셰어링도 그중 하나로, 국내에는 ‘쏘카’와 ‘그린카’ 등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공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는다. 서울시는 2012년 9월 카셰어링을 ‘공유도시 서울’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해 2013년 2월부터 나눔카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눔카는 내 차량을 소유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내 차처럼 편리하게 차를 빌려 이용할 수 있는 승용차 공유 서비스다. 현재 민간 사업자인 쏘카, 그린카 등과 협약을 맺고 서울 시내에서 나눔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가 새롭게 사업자를 선정해 7월부터 시작하는 3기 나눔카 사업을 앞두고, 기자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휴일 나들이용, 퇴근-출근용, 시내 업무용 등으로 나눔카를 이용해봤다.

공휴일 나들이용


휴대폰 앱으로 차량 문을 열자 전조등에 불이 들어온다

처음으로 쏘카를 이용해 9일 일요일 서울대공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총 6시간30분을 사용했다.

차를 예약한 9일 오전 8시45분께 “차량이 부른 위치에 도착했다”는 카톡 메시지가 왔다. 아파트 후문 앞으로 가보니 경차인 ‘넥스트 스파크’가 도로 가장자리에 다소곳이 주차돼 있었다. 차번호와 차를 확인하고 앱을 열어 차 외부 상태를 찍은 영상을 전송한 뒤, 차에 타서 내부 상태를 점검했다. 남의 차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처음에는 운전하는 게 조금 어색했으나 10여 분 지나자 곧 익숙해졌다. 가족과 함께 서울대공원에서 시간을 보낸 뒤 차 반납 시간에 맞춰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10일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뒤 한 아파트 주차장 나눔카(그린카)존에 있는 차에 타기 전 외부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찌그러짐이나 긁힘 등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 앱으로 차량 공유 회사에 전송한다.

차에 탄 뒤 이전 사용자의 차 사용 상태를 평가하고 있다.

차는 이틀 전에 왕복 부름 서비스로 예약해뒀다. 회원으로 가입한 쏘카 앱을 열어 예약하기를 눌러, 사용 시간을 선택하고 차 부를 위치를 지도 위에 선택하니 예약할 수 있는 차들이 나타났다. 경차인 넥스트 스파크, 레이, 올뉴모닝이 2만767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준중형차인 더뉴아반떼는 3만9730원, 중형차인 K5는 4만8050원, 스포츠 세단인 스팅어는 9만8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조금 망설이다 경차 중에서 넥스트 스파크를 선택했다. 모닝을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니는 터라 다른 차종을 타보고 싶었다.

차를 선택하고 이용 시간을 설정하면 사고에 대비해 보험(면책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보험은 자기 부담금(사고시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최대 금액) 5만원, 30만원, 70만원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자기 부담금의 최대한도가 높을수록 보험금은 저렴하다.

차량 종류, 사용 시간 등에 따라 보험금액은 달라진다. 자기 부담금이 최대 5만원인 보험 상품을 선택하니 7360원이 추가됐다. 그런 뒤, 차 부를 위치를 상세히 적어달라는 메시지가 떠서 ‘○○아파트 후문 앞’이라고 입력했다. 그러면 대여 정보 확인 화면으로 넘어간다. 여기에 주행 요금, 이용 시간과 장소, 합계 금액이 표시되고 결제 정보 확인을 선택하면 결제와 동시에 예약이 완료된다.

차를 쓴 뒤 반납하면 운행한 거리만큼 주행 요금이 등록해놓은 카드로 자동으로 결제된다. 넥스트 스파크의 주행 요금은 ㎞당 180원으로, 이날 총 44㎞를 주행해 7920원의 주행 요금이 결제됐다.

‘부름’ 서비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차를 가져다주는 서비스로 30분~2시간 1만9900원, 5~10시간 6900원 등 차 대여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첫 부름 서비스를 이용해 비용이 들지 않았다.

이날 서울대공원 나들이에 들어간 차 비용은 3만4580원인 대여 요금을 20% 할인 쿠폰을 사용해 2만7670원, 보험료 7360원, 주행 요금 7920원을 더하니 총 4만2950원이 결제됐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발생한 왕복 하이패스 이용 요금 900원은 주행한 만큼 적립해주는 크레디트로 따로 결제돼 비용 지출은 없었다.

“차량 공유 활성화 위해선 이용자 부담 낮춰야”

대여 요금에다 주행 요금·보험료까지

차랑 대여·주차장 통합 플랫폼도

퇴근-출근용 이용

지난 10일 밤 9시부터 11일 오전 9시까지 퇴근과 출근용으로 나눔카인 그린카를 이용해봤다. 이번에는 회사 바로 옆 아파트 주차장 그린카 존에 있는 아반떼AD를 예약했다. 그린카도 쏘카 이용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일 밤 8시50분께 회사 옆 아파트 주차장에 갔더니 그린카 존에 깔끔한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린카와 쏘카는 모두 차 안팎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차량 외부는 사진을 찍어 전송한다. 쏘카는 앞면, 뒷면, 옆면, 운전석, 조수석 등으로 나눠 촬영하도록 매뉴얼화돼 있는데, 그린카는 비교적 간단했다.

또한 쏘카는 차량 실내 담배 냄새, 끈적임, 쓰레기, 동물 털 등의 존재 여부를 점검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린카는 차를 반납할 때 외관 청결, 내부 청결, 담배 냄새 등 문제가 있다면 알릴 수 있도록 해놨다.

11일 회사에 출근하면서 오전 9시께 차량을 반납했더니 총 6만3230원이 결제됐다. 차량 대여 요금 9만5천원 중에서 첫 그린카 사용이라 절반가량인 4만8490원을 할인받고, 1만원을 추가로 쿠폰 할인받아 대여 요금은 3만6510원이 나왔다.

보험료는 자기부담금 30만원을 선택해 1만950원, 주행 요금은 ㎞당 190원으로 마포구 공덕동(회사)에서 수원시 입북동(집) 사이를 왕복했더니 총 74㎞를 달려 1만4060원이 나왔다.

여기에 고속도로를 타 하이패스 요금 1710원이 추가됐다. 택시를 타고 이 거리를 왕복했을 때보다는 저렴하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찮았다.

서울 시내 단거리 이용

11일 낮 1시 회사에서 취재하러 가면서 종로구 교남동주민센터까지 나눔카를 이용했다. 앞서 5일 회사 근처 공영주차장 내 나눔카 존(쏘카 존)에 있는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예약해뒀다. 4시간 대여 요금이 2만5120원인데, 첫 쏘카 사용 예약으로 3시간 무료 쿠폰을 사용해 1만8840원을 할인받았다. 여기에 보험료 8770원을 더하니 총 이용 비용은 1만5050원이 결제됐다.

지난 9일 쏘카를 이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차 외양을 찍은 사진을 보내고 내부 상태를 점검했다. 차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꽂혀 있는 전기 충전기를 빼고 취재처로 향했다. 이날 예정보다 일이 일찍 끝나 오후 4시께 다시 공영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5시 반납 예정이었으나 1시간 빨리 반납해 5% 할인 쿠폰을 받았다. 전기차는 쓴 뒤 다음 이용자를 위해 꼭 충전을 해야 한다. 운전석 바로 위에 꽂혀 있는 전기 충전용 카드를 빼서 충전기에 테그 한 뒤 충전 플러그를 차량에 꽂으면 충전이 시작된다. 전기차는 주행 요금이 없어 일반 차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자가 쏘카와 그린카를 3회 이용해본 결과 총비용 12만420원, 총 이용 시간 22시간30분, 총 주행거리는 132㎞였다. 쏘카와 그린카의 차량 이용료는 보통 대여 요금과 보험료, 주행 요금, 하이패스 요금 등 기타요금으로 이뤄진다. 업체가 차 대여비를 대폭 할인해줘도 체감 비용은 비싸게 느껴졌다. 여기에 보험료와 주행 요금까지 더하면 이용자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4차산업혁명교통연구본부장은 “쏘카나 그린카 등은 단기 렌트 형태로 사업을 하다보니 이용 비용이 비싼데, 차량 공유를 활성화하려면 차량 대여, 차량 현황, 주차장 현황 등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구축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차량 대여료와 보험료 등 이용자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