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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목소리 더 치열하게 담아 새 광화문광장 완성할 것”

등록 : 2019-10-10 15:10
박원순 시장, 광화문시민위원회 소속 시민들과 격의 없는 좌담회

‘서울&’ 요청으로 진행…주부·직장인·학생 질문에 솔직 답변 내놔

박원순 서울시장(맨 오른쪽)이 지난 7일 오후 광화문광장 옆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에 올라 광화문광장을 가리키며 ‘보행자 친화적인 새 광화문광장’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시장 옆에서 이날 ‘시민과의 좌담’에 참여한 남복희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대표(오른쪽부터), 광화문광장 인근 대규모 아파트단지인 사직동 ‘경희궁의 아침’ 주민대표 허명자씨, 대학생 최주원씨, 종로에 직장을 둔 변호사 정규빈씨가 설명을 듣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주민들이 대화와 토론을 요청하면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 광화문광장과 관련해 다시 한 번 강한 소통 의지를 밝혔다. 지난 10월7일 오후 광화문광장 해치마당 소통방에서 열린 ‘시민과의 좌담’ 자리였다. 이날 박 시장은 남복희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대표 등 시민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시민 네 명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2018년 7월 출범한 광화문시민위원회는 전문가 위원 50명과 시민 위원 170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지난 1년 동안 모두 70여 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새 광화문광장에 대한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왔다.

<서울&>의 요청으로 마련된 이번 좌담은, 박 시장이 9월19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시민 목소리를 더 치열하게 담아 완성하겠다”고 밝힌 뒤 처음으로 열린 시민과의 대화 자리이기도 했다.

박 시장과 시민 네 명은 이날 오후 좌담에 앞서 광화문광장 오른편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8층 옥상에 올라가 광장을 조망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광장은 양옆으로 왕복 10차선 차도에 둘러싸여 마치 섬처럼 느껴졌다. 그 고립돼 보이는 광화문광장을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걸어서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새 광화문광장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박 시장은 광장을 가리키며 “새 광화문광장은 보행자 친화적인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어 시민들과 광화문광장을 거닐며 대화를 나눈 뒤 이순신 동상 아래쪽에 있는 해치마당 소통방으로 이동해 좌담을 했다.


좌담 앞머리에서 박 시장은 새 광화문광장 추진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다.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에 대한 논의는 김영삼·노무현 대통령 때도 있었다”며 그 역사성을 강조한 뒤 “제가 시장이 된 뒤에도 광화문포럼을 만들고 이어 광화문시민위원회로 확장하는 등 새 광화문광장에 대해 논의한 지 벌써 3년이 됐다”고 말했다.

광화문시민위원회의 전신인 광화문포럼은 2016년 9월에 출범했다. 당시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를 보행 중심 지역으로 구현하자’는 문제 제기가 여러 곳에서 나오자, 서울시는 이와 관련한 전문가와 관심 있는 시민들로 포럼을 구성했다. 세계적으로는 주요 도시들이 이미 ‘차량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도시 구조를 바꾸어가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미세먼지·소음공해 저감, 도시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보행도시 서울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였다.

이에 광화문포럼은 ‘보행 중심 광화문광장’이라는 비전의 가능성과 타당성 등을 검토하고 이를 구현하는 전략 마련을 과제로 삼았다. 한마디로 새 광화문광장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면서 밑그림을 짜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광화문포럼 활동을 2년 가까이 진행하면서 보행 중심 새 광화문광장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보고, 2018년 7월 광화문시민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광화문시민위원회는 새 광화문광장의 구체적인 실행안과 운용계획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는 구실을 해왔다.

서울시로서는 소통과 공감대 확산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온 셈이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종로에 직장을 둔 정규빈씨는 “시민들의 모든 의사를 수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서울시의 시민 의사 수렴은 형식적·절차적 행위이고, 결국 새 광화문광장도 관이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물었다. 정씨는 “서울시가 앞으로 시민들의 열망과 의사를 어떤 방법으로 수렴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시장은 “제 별명이 ‘소통대왕’”이라며 “새 광화문광장과 관련해 많은 소통 노력을 해왔는데, 아직 부족하다면 그것도 제 탓”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앞으로 광화문광장 인근 주민들이 요청하면 밤샘토론도 마다치 않는 등 소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서울로7017 사업 진행 때도, 당시 반대하는 주민들을 1박2일 동안 모두 만나며 주민들의 우려와 의혹을 해소해드린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민청 공동운영단 단장이기도 한 남복희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대표는 “시민위원회가 소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는데, ‘소통 부족’ 비판에 접할 때면 한편 억울하다고 느낀다”며 “그러나 이는 시장님이 소통을 잘하셨던 분이라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보행자 중심 새 광화문광장’ 이미 3년 전부터 공감대 확산 노력”

“시민 부르면 어디든” 소통 의지 강조

“교통 로드맵 구체적이지 않다” 지적엔

“교통량 정밀 평가중…불편함 없을 것”

광장 비움 위해 “시 행사 줄일 것” 밝혀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셋째)이 지난 7일 오후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아래쪽에 있는 해치마당 소통방에서 광화문시민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위원 네 사람과 좌담을 하고 있다. 박 시장 뒤편 스크린에 전면 보행광장이 된 광화문광장 조감도가 보인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어 광화문광장 인근의 대규모 아파트단지인 사직동 ‘경희궁의 아침’ 주민대표 주부 허명자씨는 광화문광장 근처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을 하소연했다. 허씨는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무슨 일만 있으면 광화문광장으로 모인다”며 “집회 때의 소음과 대기 중인 경찰차량에서 뿜어내는 매연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허씨는 “여기에 더해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에 따르면, 도로는 좁아지고 교통 로드맵은 구체적으로 세워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광장 주변 주민들은 이런 고통이 더 가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에 “교통과 관련해서는 청계천 복원 사업이나 서울로7017 사업 때도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사업을 마친 이후 교통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에서는 교통량에 대해 굉장히 정밀하고 다양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대중교통을 확충하는 방법 등으로 새 광화문광장과 관련해 교통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시민들의 걱정이많은 만큼, 더 정밀하고 설득력 있게 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생인 최주원씨는 ‘광장과 비움’의 관계에 대해 질문했다. 최씨는 “해외의 성공적인 광장 사례들을 보면, 비움의 미학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런데 새 광화문광장 당선작의 경우 지상과 지하의 연결이나 여러 시설물이 함께 설치된 것 등으로 이미 채워져 있는 느낌”이라고 짚었다. 최씨는 이어 “새 광화문광장이 비웠을 때는 비워져 있고, 자발적으로 채울 때는 채워지는 모습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새 광화문광장은 현재 광화문광장보다 3.7배가량 커지기 때문에 설계 당선작에서는 나무를 심거나 카페와 쉼터 등을 만들기도 한 것 같다”며 “그런데도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사람들이 채워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당선작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여러 사람의 얘기를 듣고 개선해나갈 부분이 있으면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좌담 마무리 지점에서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꿈꾸는 새 광화문광장의 비전을 물어봤다.

“새 광화문광장은 우리나라 전통과 역사를 잘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런 곳에서 방탄소년단이 공연하고, 전세계 아미들이 함께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곳이면 좋겠습니다.”(남복희씨)

“새 광화문광장에 설치되는 계단 등도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돼 장애인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광장이었으면 합니다.”(최주원씨)

“저는 새 광화문광장이 보행자 중심 도시의 상징 같은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단계적으로 보행자 중심 공간이 얼마나 시민들에게 행복감을 주는지 알려주면서, 점차 새 광화문광장이 세계적인 보행자 중심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정규빈씨)

“현재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매년 4~10월 일요일 낮 12시~오후 5시 차 없는 거리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점차 넓혀나가는 방법 등으로 교통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넓히면서 광장 사업이 진행됐으면 합니다.”(허명자씨)

박 시장은 이에 “저 자신도 새 광화문광장이 화려한 도심의 축제가 진행되다가도 어느 날 보면 조용해서 가을 낙엽이 굴러가는 것을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장은 또 “이런 비움을 위해 새 광화문광장에서는 서울시가 주도하는 행사들을 크게 줄이는 방안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앞으로도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듣고 그 공약수를 찾아나가겠다”며 “그런 과정을 거쳐 100년 뒤에도 새 광화문광장이 사랑받고, ‘사업 당시 시장이 누구였냐, 국장이 누구였냐’ 찾아보게 만들도록 광장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은 이를 위해 앞으로도 더 치열하게 시민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