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활동가 일자리 플랫폼 만드는 게 꿈”

‘시민 공익활동 베이스캠프’ 서울시NPO지원센터의 새 선장 정란아 센터장

등록 : 2020-01-02 15:19
경실련·시민행동에서 20년 활동하며

조직·활동가 변화 지원 필요성 절감

기획실장 6년 동안 지원에 힘 쏟아

“활동가들 경력 살려서 오래 일하길”

지난 12월16일 오후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엔피오 조직변화 실험실 완주회’ 행사에서 정란아 센터장은 엔피오 조직 안에서의 변화 노력을 당부하는 인사말을 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조직변화 실험으로) 변화의 기운을 느꼈나요? 가장 중요한 건 조직 안에서 신뢰를 확인해가는 과정입니다. 끝까지 잡고 논의했으면 합니다.”

지난 12월16일 오후 중구 서울시엔피오(NPO, 비영리민간단체)지원센터에서 ‘엔피오 조직변화 실험실 완주회’ 행사가 열렸다. 정란아(50) 센터장은 엔피오 조직 안에서의 변화 노력을 당부하는 인사말을 했다. 행사 뒤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정 센터장은 새 선장이 된 과정, 그간의 운영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엔피오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서울시민 공익활동 베이스캠프’가 비전이다. ‘서울특별시 시민 공익활동의 촉진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2013년 문을 열었다. 설립과 함께 (사)시민이 수탁했다. 3년씩 1~2기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수탁기관 선정 공모를 거쳐 (사)시민이 다시 맡아 11월에 3기가 시작됐다. 정 센터장은 센터 출범 때부터 기획실장으로 함께했다. 3기 센터장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새 선장이 됐다.

정 센터장은 대학 졸업 뒤 약 20년간 활동가로 일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는 정책과 관련해 시민 의견을 모아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했고,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는 기획실장직을 맡았다. “사회운동을 열심히 하면 먹고사는 건 저절로 해결된다”고 선배들이 말하곤 했는데, 막상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그는 단체와 활동가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자원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2013년 서울시에서 엔피오지원센터를 만들면서, 한 선배가 재미있게 함께해보자고 제안했다. 센터의 풍부한 자원을 잘만 활용한다면 활동가와 단체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실장으로 6년 동안 일했다. 센터가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해왔다고 나름 평가한다.

그간 대표적인 성과로 정 센터장은 비영리단체의 일하는 방식(의사결정, 소통, 토론, 인사·노무관리, IT 활용 등)을 개선하고 조직문화를 바꿔 나간 점을 우선 들었다. 센터의 조직변화 지원 사업을 통해 비영리단체들이 풀어야 할 조직 문제를 구성원 스스로 조직 특성에 맞춰 실험할 수 있게 지원했다.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주선했다. 규모로 보면 서울시 등록 비영리 민간단체의 20% 정도가 사업공모에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활동가의 역량 강화 지원도 성과가 두드러졌다. 그동안 약 2500명의 활동가를 지원했는데, 활동가가 자신의 관심사를 연구해 발표하는 연구지원 프로그램(활력향연)에 대한 호응도가 특히 높았다고 한다. 단체 중심의 활동이 아닌 개인적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력을 만들어내게 한 점이 의미가 있었다.

엔피오를 지원하는 사회적 생태계를 만들어온 것도 주효했다. 해마다 여는 엔피오 지원 산업 박람회엔 약 200개 기관(모금후원 전문기관, 회원관리 프로그램 개발 기업, 리더십 교육기관, 굿즈 제작 기관 등)이 참여하고 관람객이 8천 명이 넘을 정도였다. 정 센터장은 “박람회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결과 협력의 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센터는 지난해 서울시의 민간위탁 종합성과 평가에서 ‘매우 우수’ 평점을 받았다. 사업기반 조성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 기여와 사용자 만족도에서의 지역평가단 조사 지표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였다.

새해 정 센터장이 좀더 적극적으로 펼쳐보고 싶은 사업들이 있다. 공익활동이 사회변화에 기여해온 ‘엔피오 변화 성과 사례’를 찾아 기록하고 저장하는 아카이빙을 4년째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한 시민, 한 단체 후원’ 캠페인으로 연계해 본격적으로 추진해보려 한다. 그는 “단체의 재정 자립을 위해서는 공공의 지원과 개인의 후원 사이 균형을 잡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민선 7기 4개년 계획과 연계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비영리 민간단체 운영에 필요한 공간(입주, 협업 공간), 정보(도서관, 연구소 등), 사람(활동가), 생태계 조성(투자기관 연계, 미디어 기반 구축) 등을 위한 기초연구를 하려 한다. 공익활동가의 재충전과 생활 안전망 지원을 위한 민간의 지원체계도 만들어볼 계획이다. 공공의 예산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부분이기에 민간재단네트워크 활동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정 센터장은 “공익활동가들을 너무 좋아한다”고 웃으며 말한다. 개인적 욕심보다는 함께하는 공동체가 건강하길 바라며 활동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직업적 전망을 갖고 경력을 살리거나 바꿔가며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려 한다. 그는 “언젠가 비영리(영역의) 일자리 플랫폼을 만들어 활동가의 경력 설계를 위한 맞춤형 멘토링을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