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모든 인류의 고해성사

‘바디 락’ 제작 미나 유

등록 : 2020-02-13 14:23

“이 시대의 나는 누구인가?”

무용으로 삶의 철학을 표현하는 안무가 미나 유(76·사진)는 19~2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바디 락>(Body Rock)을 제작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이화여대 무용과 1회 졸업생인 그는 줄곧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해왔다. 일흔을 훌쩍 넘긴 연륜만큼 삶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매일 아침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 그는 지난날 힘들게 살아왔던 인류가 저지른 잘못을 되돌아보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단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 던지는 일침이랄까. 이 작품을 두고 “자신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고해성사”라고 정의했다.

무대 위 9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60분간 간결하지만 명료한 몸동작을 쉴 틈 없이 내뿜는다. 저마다의 손에는 단상에서나 볼 법한 마이크를 쥔 채 격정의 몸동작과 뜻을 알 수 없는 비명을 반복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지버리시(의미를 알 수 없는 지껄임)죠. 그래도 인간이 겪은 상황에 대한 고민을 담았어요.” 인생에서 튀어나오는 고난과 충돌을 특색 있는 오브제를 활용해 다양한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누구는 무언가에 얽매인 ‘개줄’에 묶여 있다. 시위 현장에서 착안해 내가 원하는 대로 가지 못하는 ‘바리케이드’가 등장한다. 자신의 속도에 추가해 ‘더’를 강요하는 ‘디제이’가 출연한다.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중동의 히잡까지. 어쩌면 마이크를 통해 “인생이란 정상적인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지는 것일지 모른다. 한국춤비평가상에서 작품상을 받았던 <구토>(2017)도 인간의 존재를 다뤘던 것처럼 그는 한결같이 인간이 처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고민했다. “바위와 충돌을 뜻하는 ‘락’은 빠르게 변하는 현재를 반영하죠. 긴박한 상황에 정답은 없을 거예요. 관객은 이번 공연을 통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미나 유(본명 유정옥)는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했다. 젊은 시절, 미국 뉴욕의 조프리 발레스쿨로 유학을 간 뒤 뉴욕에서 15년간 무용단 활동을 했으며, 이후 유럽에서 활동했다. 귀국 이후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국민대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수상 경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2015>(2015),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무용부문 최우수작(2016), 한국춤비평가상 작품상(2018) 등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