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같은 서울시의 영세 관광회사 지원

기고│한범수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

등록 : 2020-04-23 14:40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 있다. 세계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중 태어난 세대를 일컬어 ‘침묵의 세대’라 한다. 현대사의 커다란 변곡점을 경험한 세대이다. 이후 베이비붐 세대, X세대, M세대, 급기야 Z세대까지 등장했다. 이들 세대의 등장은 세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세계는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금융위기, 사스, 메르스 등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전 여러 변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세계 공히 전무후무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3% 감소한다며, “세계 GDP는 소비 축소와 여행·관광 지출 감소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여행·관광 분야는 세계 GDP의 10.4%에 해당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한, 국가 간 이동이 억제돼 전세계 관광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발병하자, 세계 각국은 다투어 빗장을 걸어 잠갔다. 관광은 자유로운 이동을 전제로 한다. 비행기는 날지 않고, 관광버스는 멈췄다. 호텔은 비었고, 여행사는 문을 닫았다. 그뿐인가? 음식점을 비롯해 연관 사업체들이 줄도산을 예고하고 있다.

세상이 변했다. 이스라엘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인류는 지금 전세계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 세대에서 가장 큰 위기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굳이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전무후무한 위기를 직감한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세상은 확실하게 변할 거라고.

사회적 격리 기간 중 일하는 패턴이 바뀌고 있다. 원격 수업으로 수업 형태가 바뀌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로 패러디되고 있다. “모두 함께”라는 말이 “각자 알아서”라는 말로 대치되고 있다.

관광 패턴은 어떻게 변할까? 자가격리 중 이동의 자유, 여행의 소중함을 절절하게 느끼던 사람들은 당장에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해외여행, 단체 패키지여행, 크루즈 여행 수요는 한동안 퇴행이 불가피하다. 반면 국내 여행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안전한 여행, 평소에 가보지 않던 여행,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여행으로 바뀔 것이다.


코로나19 발병으로 모든 분야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그중 관광산업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다. 자가격리가 해제되더라도 그 후유증은 상당히 오래갈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만 하더라도 여행사가 8천여 개 있다. 이들 모두 개점휴업이다. 숙박업체, 음식점 등 관광과 관련된 연관 사업체가 모두 얼어붙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여행업체의 회복을 위해 4월부터 위기극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이러한 때 서울시가 용기 있는 결정을 했다. 영세 여행사 중 5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곳을 대상으로 자구 방안을 강구하는 곳을 선정해 5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결코 충분한 지원은 아니지만 줄도산의 갈림길에 있던 영세 관광사업체에 이 지원은 단비와 같다.

이번 서울시의 관광 활성화 정책은 칭찬할 만하다. 관광생태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고 코로나19 이후를 대처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 자리 일자리를 만들려면 큰 비용이 소요된다.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연관 산업이 붕괴하지 않도록, 더 담대하고 속도감 있는 관광정책이 필요하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관광정책도 위기에 빛나야 한다. 시의적절한 정책은 관광산업 생태계를 굳건히 할 수 있다. 변화하는 관광 패러다임을 제대로 읽고, 그에 맞는 관광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른바 가성비 높은 관광정책, 세상의 변화에 주목해 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관광정책을 펼쳐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의 대응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관광 분야도 변화하는 관광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더 많은 세계인이 찾는 안전한 관광 한국, 관광 선진국이 되길 기대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