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 코로나 ‘해독’ 위한 기발한 작품 만들다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10월10일까지 10주간 ‘릴레이 기획전시: 예술해독제’ 열어

등록 : 2020-07-30 15:00 수정 : 2020-07-30 15:01
입주작가 10팀 갖가지 ‘해독’ 방안 제시

관객 고민 넣으면 치유 그림 그려주고

코로나를 캐릭터로 만들어 자기에 넣어

전시실을 치유의 정원으로 꾸미기도


지난 7월28일 중구 황학동에 있는 신당창작아케이드 ‘SASS 갤러리’를 찾은 관람객들이 자신들의 고민·걱정·생각을 편지에 적고 있다. 이 편지를 앞에 놓인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도파민최·정경우 작가가 ‘해독 드로잉’을 그려 돌려준다.

“글과 그림으로 당신의 고민·걱정·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해 우체통에 넣어주세요.”

지난 7월28일 중구 황학동에 위치한 신당창작아케이드 ‘SASS 갤러리’를 찾은 관람객들은 이런 뜻밖의 요청을 받았다. 관람객 앞에는 빨간색의 키치풍 우체통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 우체통은 옆에 놓인 기계 ‘KF-94 머신’과 연결된다.


관람객은 이어 “관람객의 고민·걱정·생각을 표현한 편지가 우체통에 들어가면, 예술가가 해당 메시지를 ‘해독’한 뒤 이를 드로잉으로 표현한 그림을 관람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받게 된다”는 설명서를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도대체 내 고민·걱정·생각이 어떤 형태의 예술작품이 되어 돌아올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고민 등을 적어 넣었다.

키치풍 우체통과 ‘KF-94 머신’은 고민과 그것의 해독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울문화재단 소속 신당창작아케이드가 마련한 ‘릴레이 기획전시: 예술해독제’의 첫 전시 작품이기도 하다.

답장용 해독 드로잉의 생산을 상징하는 ‘KF-94 머신’.

‘예술해독제’는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예술의 힘으로 코로나 독소를 해독하자는 취지로 연 전시다. 도파민최 작가와 정경우 작가로 구성된 ‘키치팝’팀의 첫 전시인 ‘KF-94 팩토리’(~8월1일)를 포함해 오는 10월10일까지 현재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한 작가 10개 팀, 17명이 릴레이 전시를 한다. 신당창작아카데미 여은미 주임은 이 릴레이 전시에 대해 “신당창작아카데미 입주작가인 공예와 설치 작가들의 예술적 아이디어로 코로나 상황을 극복해보자는 취지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여 주임은 이어 “코로나 때문에 시민들은 물론이지만 작가들도 대단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며 “작가는 작품 제작과 전시 기회를 얻음으로써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시민들은 그 작품을 보면서 코로나 극복 의지를 다지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다”고 말한다. 신당창작아카데미는 이번 릴레이 전시를 위해 11기 입주작가 35개 팀을 대상으로 공모했고, 그중 높은 평가를 받은 상위 10개 팀이 이번 전시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답장용 해독 드로잉의 생산을 상징하는 ‘KF-94 머신’.

전시는 코로나로 인한 우울 증상인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가령 최챈주 작가의 전시 ‘해독의 해독’(8월4~8일)은 도예작품에 코로나바이러스를 시각화한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들을 전시한다. 코로나19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눈에 보이는 캐릭터로 표현함으로써 공포감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해독의 해독’에서 첫째 ‘해독’(解毒)은 독을 없애는 것을 가리키며, 둘째 ‘해독’(解讀)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해석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조아라·구자문 작가가 작품을 내는 ‘해독의 정원’(8월18~22일)은 전시장을 정원이라고 가정하고 해독에 필요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시각예술과 도자공예를 전공한 작가들은 전시장에 타원형 수조를 설치하고, 그 수조 주변에 여러 가지 식물을 놓고 프로젝트를 통해 영상과 음향을 내보내 전시장 전체를 휴식과 치유를 위한 정원으로 꾸밀 예정이다.

‘KF-94 팩토리’ 전시 첫날 도파민최 작가는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더욱 심각하게만 흐르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세상을 쉽고 독특하고 발랄하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키치와 팝 형태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도파민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이 힐링을 경험하면 좋겠다”며 “저와 정경우 작가도 이 작품을 만들면서 큰 힐링을 경험했다”고 했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타격을 받았지만 예술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도파민최 작가는 “작가들 삶도 코로나로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 “올해 들어 전시도 없어서 창작의욕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작업을 6년째 하고 있었는데, 올해의 경우 작업을 그만해야 하나 하는 상황까지 갔다”며 “그러나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신당창작아케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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