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디지털로 구현한 옛 추억

‘비대면 예술교육’ 유소영씨

등록 : 2020-07-30 15:16 수정 : 2021-03-18 17:22

“기억 속에 잠들고 있는 추억을 되살려 드릴게요.”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 창작공간인 서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 비대면 프로그램 ‘문 앞의 예술놀이’(8월3~28일)를 이끄는 유소영(32) 작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몇 달간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뒤로하고 개학을 시작했는데 불안감을 완전히 떨구진 못했다. 원상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예전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이젠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길어지자 집에 갇혀 있는 아이들을 본 유 작가도 기존에 얼굴을 마주하던 방식에서 방향을 비틀었다. 올해 초, 센터와 함께할 7인의 예술가로 뽑힌 그는 지속된 고립에 아쉬움을 느껴 ‘무한 공간 저 너머로 해피 스페이스’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망가지거나 잊힌, 더 이상 함께 놀 수 없는 장난감을 보내주세요.” 그렇게 보내준 아이들에겐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예술놀이 키트가 배송된다. 코로나19 때문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교육을 멈추기보단 “비대면이라도 교감을 쌓겠다”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직접 만나게 해줄 수는 없으니 사라져가는 기억에 숨결을 불어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유 작가는 보내온 장난감으로 3D프린팅을 거쳐 미니어처와 블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발송했다. 아이들은 블록으로 장난감들이 놀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을 만들게 되는데, 작가는 이것을 디지털 공간으로 구현해준 것. 온라인을 통해 장난감이 되살아나고 꺼져가는 추억을 재생하는 작업은 고립으로 단절된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이루게 한다. 졸업 이후 줄곧 미디어아트와 로봇을 설치하는 작업을 해온 그는 단절을 이겨내기 위해 비대면 방식을 생각해낸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서도 이렇게 속내를 드러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택배를 통해 예술 교육을 하고 있지만 얼굴을 마주하며 진행해야 효과가 크죠. 하루빨리 비대면 방식이 멈추길 바랄 뿐이에요.”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유소영은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융합미디어학과를 졸업했다. 주요 전시로는 ‘나방의 춤’(2019),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글로컬 구애전’(2016~2017) 등이 있으며, 공연과 협업 프로그램 ‘로봇을 이겨라’(2015, 2017)를 진행했다. 교육 프로젝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드림 아트랩 4.0’(2019)에서 로보틱 아트 강사로 활동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