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왜 세운상가에서 만들면 참신한 시제품이 나올까?

서울시, 18일까지 2020 세운메이드 프로젝트 접수…개발비 최대 1천만원 지원

등록 : 2020-10-15 15:58
세운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 찾으려

기술장인+청년 스타트업 협업 진행

선발된 시제품 ‘제품화 전 과정’ 지원

지난해 선발작 ‘카세트MP3’ 빅히트

시민투자 받아 완성 제품 전시 예정

최근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한 전기차 브랜드를 주제로 만든 테마곡 뮤직비디오에 독특한 소품을 들고나와 이목을 끌었다. 바로 추억의 카세트테이프와 엠피(MP)3 플레이어를 합친 재미있는 뉴트로 기기 ‘카세트MP3’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한 오늘날 사실상 사라진 제품이었던 카세트테이프를 외관으로 한 음향기기다.

지난해 5월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불특정 다수한테 기금을 모으는 것) 플랫폼 ‘텀블벅’에서 진행된 ‘소셜 펀딩, ‘다시세운: 세운메이드 기획전’’에서 가장 높은 달성률을 보인 제품도 ‘카세트MP3’였다. 1020 밀레니얼 세대에겐 아날로그 감성을, 3040 청장년층에겐 추억과 낭만을 선사하는 제품으로 주목받으며 50여 일 만에 애초 목표 금액 대비 18배가 넘는 펀딩(약 1840%, 약 3600만원)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방탄소년단의 한 전기차 브랜드 테마곡 뮤직비디오 장면


‘세운메이드 프로젝트’는 시제품을 보유한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이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제작하고자 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세운 지역에 특화된 제품의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실제 제품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카세트MP3’는 터치 센서 등의 최신 기술을 적용한 뉴트로 제품으로, 서울시가 지원하는 ‘세운메이드 프로젝트’에 선정된 한 중소업체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완성한 사례다. 이 중소업체는 세운메이드 프로젝트를 통한 세운 시제품위원회의 자문이 제품을 실제 판매가 가능한 완제품으로 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카세트MP3

서울시는 지난해 ‘2019 세운메이드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제품(6개)과 세운상가 일대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시제품(8개) 등 총 14개 제품을 대상으로 크라우드펀딩도 진행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당시 세운메이드로 선정돼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주요 제품은 카세트MP3 플레이어를 비롯해 ‘달마시안 선반’, 전통잔 ‘술라’, 한국적인 느낌의 조명 ‘사랑방 2020 빛그릇' 등 6개 제품이다. 제품마다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 한 예로 로사드스튜디오의 달마시안 선반은 플라스틱 병뚜껑을 활용해 선반에 달마시안무늬를 표현했다. 모든 제품은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달마시안 선반’

사랑방 2020 빛그릇

전통잔 ‘술라’의 경우 지역 기술장인과 청년 스타트업 간 협업의 좋은 모델로 꼽힌다. 이 술잔을 제작한 청년 디자인 업체 ‘아몬드 스튜디오’는 을지로 일대에서 40여 년 경력이 있는 시보리 장인(삼성시보리)과 금형 제작, 시보리 가공, 프레스가공, 후가공까지 전 과정을 협업했다. 아몬드 스튜디오 조수아 대표는 “을지로 일대 도심제조업에 매력을 느껴 2018년 9월 세운메이커스 큐브에 입주했다”며 “지난해 세운메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해 멘토링, 지원금, 펀딩 지원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통잔 ‘술라’

진공관 블루투스 스피커 ‘KNOT’(어보브스튜디오)는 5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세운기술마이스터 류재용 장인의 진공관 오디오 제작 기술에 젊은 디자인 회사인 어보브 스튜디오의 디자인을 입혀 제작됐다. 이 밖에도 청년 스타트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개발한 휴대용 3D 프린터가 지난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인 미국 ‘시이에스’(CES)에 출품되기도 했다.

진공관 블루투스 스피커 ‘KNOT’

이런 성과에 힘입어 서울시는 세운상가군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2020 세운메이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세운지역 내 기술력과 부품 시장의 접목이 가능한 제품과 음향, 조명, 오락 등 한때 세운상가 일대에서 활발하게 제작됐던 분야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한 제품과 조명, 소품, 전자기기, 기술과 문화를 연계한 디자인 제품이 대상이다.

구체적으로는 레트로 디자인에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 오디오·멀티미디어, 오락기, 조명, 시계, 노래방기기, 영상기기 등 세운에서 활성화된 분야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한 제품 디자인 중심의 조명, 소품, 전자기기 제품 기술과 문화와 관련한 디자인 제품이 주 대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모 선정 때 시제품 개발에 필요한 비용으로 팀당 최대 1천만원까지 지원하며 5500만원 안에서 차등 지원할 예정이다. 모집 대상은 서울시 소재기업, 창업초기기업, 2명 이상으로 구성된 창업 예정자와 창작자 그룹이며, 시제품을 이미 보유한 경우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지원 프로그램으로 제조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세운 시제품위원회의 액셀러레이팅 과정이 시행될 예정이다. 세운 시제품위원회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엔지니어, 제품 디자이너, 시제품 제작 전문가, 벤처캐피탈(VC)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참가자들은 제품 개발에 필요한 구체적인 전략과 해법에 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신청서 접수 기간은 10월5일부터 18일까지다. 제품 개발 지원 대상자는 서류·면접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된다. 향후 완성된 제품은 2021년 4~5월 ‘세운메이드 기획전' 크라우드펀딩 참여와 ‘2021 도시기술장'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아울러 제품들은 세운전자박물관 내 청계상회에 전시될 예정이다.

‘2020 세운메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다시·세운 프로젝트 누리집(sewoon.org)과 서울시 누리집(www.seoul.go.kr) 고시공고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앞으로도 세운상가군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도심제조산업의 활성화, 제작 기술과 메이커 문화 확대를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며 “소셜 펀딩을 통해 소비자 맞춤형으로 지역특화제품을 개발하는 세운메이드는 산업재생의 모범 모델로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 세운메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세운상가 제품이 시민에게 쉽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산업재생은 구역 안의 재생이 아니라 구역 밖까지 산업생태계 망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세운상가 기술 장인과 청년 메이커들의 협업을 독려하는 ‘2020 세운메이드 프로젝트’의 향후 성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