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116년 만에 우리 품 돌아온 금단의 땅

용산공원 중 처음 개방된 미군장교숙소 부지

등록 : 2020-11-05 15:45 수정 : 2020-11-05 17:38

지난 10개월 코로나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지방정부도 각종 행사를 취소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했다. 10월16일 스물일곱 돌을 맞은 용산구민의 날 행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용산아트홀을 떠나 야외에서 랜선으로 구민을 만났다. 그런데 장소가 아주 특별한 곳이었다. 바로 용산공원부분 개방 부지, 미군장교숙소 5단지다.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221,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다. 면적 4만9368㎡에 주택 16동과 기타 2동이 있고, 이 가운데 5개 동이 새로 단장해 전시공간·자료실·카페 등으로 조성됐다.

지난 8월 개방되고 두 달여 만에 미군장교숙소 5단지에 가게 됐다. 구민의 날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가을 햇살을 만끽하며 용산구청에서부터 천천히 걸어갔다. 지하철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건너편 주 출입구 ‘나들목’으로 들어서니 용산공원 안내 라운지가 보였다. 공원 안내서 한 장을 챙겨 야외 갤러리 ‘새록새록’으로 나왔다. 곳곳에 전시된 역사사진들이 이곳 정체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야외 공간 ‘두루두루’와 잔디 마당 ‘들내봄내’는 용산공원 방문을 기록할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사람 사는 공간이야 다들 비슷하겠지만, 실제 미군 장교 가족의 삶을 옮겨온 ‘오순도순 오픈하우스’도 관람 포인트다. 터너씨와 도린 밴달씨 가족사진이 방문객을 반긴다.

오픈하우스를 나오면서 손에 쥔 공원 안내서를 훑어봤다. 미군장교숙소 5단지는 조선 시대엔 얼음을 저장하던 서빙고였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군사기지를 조성하면서 경작지로 활용했고, 6·25전쟁 기간 미8군이 기지를 복구하면서 용산기지 안에 포함했다. 1970년부터 미군 헬기장으로 사용되다 1986년 미군장교숙소로 조성됐다. 전체 18개 동 가운데 5개 동을 전시 공간과 오픈하우스, 자료실, 토론 공간, 카페로 새로 단장해 지난 8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용산구민의 날 행사에서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우리가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은 1904년 러일전쟁 이후 116년 만에 우리 품에 돌아온 용산공원 개방 공간입니다.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높은 담장에 가려진 채 우리의 것임에도 허락되지 않았던 금단의 땅이었습니다”라고 기념사를 시작했다. 가을날, 햇살마저 다르게 느껴지는건 기분 탓일까. 이 공간에 울려 퍼진 그의 기념사가 가슴속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다.

용산공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공원으로 조성된다. 대한민국 영토로서 주권을 회복하는 동시에 민족 자존심을 회복하는 역사적인 의미를 더한다. 용산공원 부분 개방이 그 시작이다.

용산공원 부분 개방 부지는 무료 입장이며,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한다. 내부 공간은 오후 5시까지 둘러볼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개방 여부가 조정되니 용산공원 누리집(www.park.go.kr)에서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11월부터는 1일 2회 역사문화 해설사가 현장에서 직접 이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해줄 예정이다.


임지원 용산구 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용산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