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인공 달 ‘달빛노들’에 새해 소망 빌어볼까

서울시, 2월26일 정월 대보름 때 개장식…2020 국제지명공모 당선작

등록 : 2021-01-14 16:39
공공미술 사업 ‘서울은 미술관’의 하나

방치 선착장 활용한 수상문화공간

“달에 대한 한국인 기원적 정서 담아”

개장식 때 소원 메시지 이벤트 진행


원형 금속에 4만5천여 개 구멍 뚫고

자연스러운 빛이 새어 나오도록 해

한강에 반사되면서 달 형상 만들어


집중호우 때 물 위 떠오르도록 설계

노들섬 하단부에 설치한 달빛노들 전경.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의 하나로 네임리스 건축(Nameless Architecture)이 국제지명공모 최종 당선작으로 설계했다.

노들섬 강변에 거대한 인공 달이 들어섰다. ‘달빛노들’이다. 퇴근길 저녁 올림픽대로나 한강대교를 서행하다가 강변으로 눈길을 주면, 물빛이 고이는 곳에 한강을 밝히는 달빛노들이 있다.

달빛노들은 보름달을 형상화한 지름 12m 원형 구조의 공공미술작품이다. 지난해 6월부터 2개월 동안 진행된 국제지명공모 최종 당선작인 네임리스 건축(Nameless Architecture)의 작품이다. 이는 방치되거나 버려진 공간을 발굴해 예술 명소로 바꾸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의 하나로 추진됐다.

노들섬 하단부는 평소에도 유속이 빠르고 바람이 많이 부는데다 잦은 침수와 큰 수위 변화로 작품 설치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방치된 부지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치한 이번 작품은 집중호우에도 물 위로 떠오르도록 설계됐다고 서울시가 설명했다.

인공 달 안에 들어서면 한강과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2층 높이의 전망 공간, 휴식 공간, 소규모 무대로 쓸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보인다. 원형의 금속 구조에 각기 다른 크기의 구멍 4만5318개를 뚫어 타공면으로 자연스러운 빛이 새어 나오도록 했다. 빛이 통과해 한강에 반사되면서 일렁이는 한강 위에 달 형상을 만드는 구조다.

달빛노들 내부.

작품을 만든 네임리스 건축에 따르면, 이는 서울의 100년 휴양지였던 노들섬의 의미와 달에 대한 한국인의 기원적 정서를 담기 위함이다. 네임리스 건축은 “예로부터 원초적인 기운을 지닌 감흥의 대상이자 흥을 북돋는 유희의 대상으로서 달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삭-초승달-상현달-보름달-하현달-그믐달’로 움직이며 시간과 빛의 흐름을 보이는 자연물의 성질과 보름달이 뜰 때 달을 보며 기도하는 우리나라 고유 풍습을 담았다고 전했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성과 노들섬의 유속과 바람 등 환경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조용한 휴식과 문화 활동 장소로서의 활용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작가추천위원회, 작가선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선정된 국내외 예술가 4개 팀은 이 밖에도 노들섬 선착장에 대한 다양한 예술적 해석을 선보였다. 참여한 작가는 △슈퍼플렉스(Superflex, 덴마크) △레드펜슬스튜디오(Lead Pencil Studio, 미국) △랜덤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 영국) △네임리스 건축(Nameless Architecture, 한국)이다.

서울시공공미술위원회, 서울시립미술관과 다양한 외부 문화예술 전문가로 구성된 3개 위원회(작품선정위원회, 작가추천위원회, 작가선정위원회)가 작가 추천과 심사에 참여했고 작품성, 실현 가능성, 안전성 등을 종합평가해 최종 당선작을 선정했다.

서울시는 오는 2월26일 정월 대보름에 ‘달빛노들’ 개장식을 하고 달빛노들 소원맞이 메시지 이벤트를 연다. 신축년 새해 시민들의 소망과 바람을 담은 메시지를 100개의 등으로 제작해 한강에 띄울 계획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시기나 방법은 조정할 수 있다.

지난 11일 시작해 한 달 동안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서울시 누리집, 내손에 서울, 서울은 미술관 블로그, 서울은 미술관 페이스북에서 ‘달빛노들 소원맞이’를 검색하면 된다.

한편 ‘달빛노들’은 2020년 ‘서울은 미술관’의 지역 단위 공공미술작품 구현 사업 추진 결과다. 동일 사업 추진 사례로는 ‘홍제유연’(2019), ‘녹사평역 지하예술 정원’(2018) 등이 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서울시는 해마다 새로운 기획을 통해 공공미술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며 “이번에 설치되는 ‘달빛노들’이 글로벌 예술섬이 될 노들섬의 자연환경적 매력을 부각하고 시민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공공미술작품으로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또 “지역의 버려진 자원을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이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달빛노들 전경.

전유안 기자 fingerwhale@hani.co.kr

달빛노들 전경.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