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소통 과잉 속 참 소통 찾기

‘사과’ 주목 안무가 김윤정

등록 : 2021-02-18 14:40 수정 : 2021-03-18 17:14

“이전보다 더 큰 힘을 가졌는데, 우리는 왜 더 행복하지 못할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의 무용 부문에 선정된 ‘그런데 사과는 왜 까먹었습니까?’(19~2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제작한 김윤정 안무가가 개막을 앞두고 이렇게 물었다.

이번에 선정된 대부분의 무용 작품이 “가치와 철학을 담은 동시대 담론을 형성하고 오브제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특히 인간의 행복을 고민하는 김윤정 안무가는 인류사에서 중대 사건의 소재였던 ‘사과’를 주목했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로 시작해 인류에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일깨워준 과학자 뉴턴의 사과, 신기술의 위력을 일깨워주는 애플의 스마트폰까지. ‘사과’는 태초의 인류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금까지 필요악으로 인식되는 알고리즘으로 상징된다.

“선악과를 베어 물자 낙원에서 쫓겨났고, 과학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신에게서 멀어졌잖아요. 우리는 스마트폰 덕분에 편리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에 지배받고 있지 않나요?”

이처럼 김씨는 역사, 종교, 철학, 과학의 영역을 넘어 인간의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를 위해 무대 위에선 스마트폰에 시선이 고정된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든지, 미디어에 동화돼 시선을 뺏긴 채춤을 춘다든지, 마지막엔 어린아이에서 여자와 노인으로 성장해 세상을 향해 경고장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통해 김 안무가는 관객에게 바라는 점을 이렇게 소망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탈진실’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세상과 너무 쉽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지금이 진짜 소통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고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김윤정은 이화여대 대학원, EDDC 네덜란드 안하임 예술대학을 졸업했다. 독일 NRW 주정부 젊은 예술가 해외 연수 지원자로 선정된 바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Du@’ ‘Inter-View’ ‘심판’ ‘완벽한 사랑’ ‘더 라스트 월’ ‘울프’ ‘문워크’ ‘아인말’ ‘미팅유’ ‘베케트의 방’ ‘닻을 내리다’ 등이 있다. 수상 경력은 해외무용가상(200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2006), 몸지 ‘무용예술상 작품상’(2007), 한국춤비평가협회 작품상(2018)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