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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아름다운 청년카페 놀러 오세요”

동작구 본동 동작청년카페 1호점 ‘더한강’ 권세민 대표

등록 : 2021-10-07 14:49 수정 : 2021-10-07 14:53
10월1일 문을 연 동작구 청년카페 1호점 ‘더한강’ 권세민 대표가 지난 9월17일 엄지척을 해 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뒤로 보이는 건물이 더한강이다.

도시재생뉴딜 마중물 사업 중 하나로

용양봉저정공원 내 경로당 카페 변신

성우 꿈꾸던 사회 초년생 의욕적 지원

“주민의 날 등 지역 프로그램도 진행”

“엄마가 ‘카페 운영자를 공모한다’는 신문 내용을 알려주며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어요.”

동작청년카페 ‘더한강’ 대표 권세민(23)씨는 지난 9월17일 “내가 갑자기 웬 카페를 운영하냐 싶었지만, 누리집에서 자세한 내용을 보니 욕심이 생겼다”며 “집과 거리가 가깝고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어 용기를 내 지원했다”고 밝게 웃었다. 더한강은 9월 중순 시범 운영을 거쳐 10월1일부터 정식 운영하고 있다.

동작구는 본동 카페문화거리 조성을 위해 10년 넘게 방치돼 있던 옛 구립경로당 건물을 동작청년카페 1호점 더한강으로 바꿨다. 본동 지역은 2019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뉴딜 사업지로 선정된 뒤 2022년까지 130억원을 들여 ‘한강과 역사를 품은 마을, 강변 본동’을 비전으로 9개 마중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한강은 그중 하나다. 더한강 1층에는 카페와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데크, 2층은 카페와 포토존이 있다. 구는 본동 골목길 일대를 지역의 카페문화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앞으로 청년카페 2호점과 3호점도 만들 계획이다.


권 대표는 집과 학교 근처 카페 3곳에서 1년 정도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밑천 삼아 지난 5월 과감하게 지원서를 냈다. 그는 “공고를 늦게 봐서 마감 이틀 전에 밤을 새워가며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며 “다행히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2차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위해 가족들 앞에서 여러 번 발표 연습을 하며 의욕을 불태웠다”고 했다.

동작구는 권 대표에게 커피머신기, 제빙기 같은 제조 장비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사업 정착을 위해 운영기법, 마케팅, 경영과 세무 등 전문 분야 컨설팅도 지원한다. 권 대표는 “사회 초년생이라 모르는 게 너무 많았는데 구청 도움을 받아 걱정을 덜었다”고 했다.

창밖으로 한강이 보이는 동작구 청년카페 1호점 ‘더한강’ 내부 모습.

용양봉저정공원 내 언덕 위에 있는 더한강은 한강이 흘러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전망이 좋다. 가까이는 한강대교와 노들섬, 멀리 남산도 보인다. 특히 해 질 녘 전경이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좋다. 권 대표는 “한강 변에서 이 정도 좋은 전망은 없을 것 같다”며 “야경도 멋있고, 노을이 질 때 카페 안이나 밖 어디서 사진을 찍든 붉은 색감이 아름답고 예쁘다”고 했다.

권 대표는 이루고 싶은 많은 꿈이 있다. 성우도 되고 싶고, 카페도 운영하고 싶고, 요리 관련 일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권 대표가 첫 번째인 성우의 꿈을 잠시 접어두고 카페 운영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난 2월 대학(연기과)을 졸업한 권 대표는 그동안 여러 번 성우 오디션을 봤지만 쉽지 않았다. 더구나 성우가 될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다. 권 대표는 “보통 방송사 성우 시험은 2~3년에 한 차례 있을 정도인데 마냥 그날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며 “우선순위는 상황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많이 도와줘 한결 힘이 난다고 했다. 그는 “카페 인테리어를 할 때는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친구들 도움을 많이 받았고, 지금은 친구 3명이 더한강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돕고 있다”고 했다.

권 대표가 더한강을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은 2년인데, 그동안 성과 등을 종합해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이 일을 오래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4년 정도만 해보고 성우의 꿈을 이루러 가겠다”며 “그렇게 해야 또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고, 운영자가 바뀌면 취향과 개성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어 카페 운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본동 토박이인 권 대표는 앞으로 바쁜 시기가 지나면 ‘본동 주민의 날’ 같은 행사를 월 1회 정도 계획하고 있다. 권 대표는 “경로당 건물을 카페로 바꾼 것이라 주위 어르신들을 초대해 음료를 대접하면 서로 화합하는 계기도 되고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자영업은 마이너스에서 시작한다고 하잖아요. 특히 요즘 더 힘들다고들 하죠.” 권 대표는 코로나19 시대라서 카페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서 크게 개의치 않는단다. 권 대표는 “힘든 시기지만 또래 청년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리면 좋은 기회가 올 테니 힘을 내면 좋겠다”며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노을과 야경이 아름다운 맛집으로 소문나면 좋겠다”고 바랐다.

글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