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장애인 위한 ‘시끄러운 도서관’ 빛나다

은평구립도서관, 지식정보 격차 해소 기여로 ‘도서관 운영 대통령상’ 받아

등록 : 2021-11-11 15:14
은평구립도서관이 지식정보 격차 해소에 기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장애인을 위한 공간 ‘시끄러운 도서관'은 장애유형별 점자·음성·영상 등 다양한 대체자료 약 8천 점과 독서보조기를 갖췄다.

장애인 위한 공간에 대체 자료 확충

정보화에 이어 디지털화도 앞장서

맞춤형 온라인책 추천 플랫폼 구축

노인 등엔 스마트기기 활용 교육도

“새 시대에 맞춘 서비스 제공 준비”

연신내 아미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은평구립도서관 전경.

은평구립도서관엔 서울 공공도서관에서 유일한 느린 학습자를 위한 공간 ‘시끄러운 도서관’이 있다. 여느 도서관과 달리 26개 좌석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듬성듬성 배치돼 있다. 서가는 높이를 낮추고 2개씩 간격을 둬 비치해 놓았다. 장애유형별 다양한 대체자료 약 8천 점을 갖췄다. 점자·음성·영상 자료, 촉각·큰 글자 등의 기타 도서다. 독서 보조기기도 다양하게 마련해 놓았다. 독서확대기, 높낮이 조절 책상, 특수 키보드, 화면 확대·낭독 소프트웨어가 있는 컴퓨터 등이다.


이처럼 ‘모두가 누리는 도서관 서비스’를 내걸고 지식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한 결과로 은평구립도서관이 올해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통령 직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해마다 전국 도서관 운영을 평가한다. 올해 평가에는 5개 분야(공공·학교·병영·교도소·전문도서관)에서 2242곳이 참여해 정량·정성평가, 현장실사, 도서관운영평가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53곳이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됐다.

대통령상은 문체부장관상 수상 이력이 요건인데 은평구립도서관은 2017년 문체부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엔 공공 분야 1134곳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아 대통령표창장, 상금 300만원, 우수도서관 현판을 받았다. 수탁기관인 사회복지법인 인덕원삼천사복지재단은 은평에서 4곳의 공공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증산정보도서관도 지난해 대통령상을 받을 만큼 도서관 운영에서 선도적 구실을 해왔다.

2001년 개관한 은평구립도서관은 은평구 1호 구립도서관이다. 2003년 국내 최초로 무선인식(RFID) 기술을 도서관 운영에 도입해 도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2008년 무인예약대출·반납 시스템 ‘책단비 서비스’를 시행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서비스로 국내외 기관 약 190곳이 벤치마킹하러 올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연신내 아미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은평구립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보화에 앞서가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해왔다. 권영관 관장은 “이용자 편의에 중점을 둔 직원들의 마인드와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며 “코로나19 시기에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강현구 사서과장은 “안심예약대출서비스(워킹스루)를 전화 대신 시스템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직원들이 세심하게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책단비 서비스는 은평 공공도서관의 통합검색 시스템을 기반으로 무인 예약 대출, 무인 반납, 도서관 상호대차, 스마트도서관 서비스 등을 아울러 이뤄진다. 서울시 자치구 무인기기 운영현황 실적 평가(2020년 기준)에서 은평구가 대출·반납 합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책단비 서비스가 활성화됐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책단비 서비스는 확대돼 시행됐다. 현재 은평구 11개 지하철역 가운데 4곳과 버스정류장 한 곳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정보화를 넘어 디지털화에 속도를 더했다. 우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 디지털북 확충에 나섰다. 은평구 지원을 받아 지난해 전자책 약 2천 종을 샀다. 구입 종이 2019년 300여 종보다 6배 이상 늘어나면서, 누적으로 약 1만2천 종이 됐다.

디지털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맞춤형 온라인 책 추천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했다. 기존에 운영되던 ‘스쿨북스’(초중고 교육과정을 반영해 전문가의 북큐레이션 제공)를 강화했다. 생애주기별로 장르·주제·작가별 큐레이션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인생서가’도 도입했다. 나은주 사서팀장은 “이용자가 전자책 이용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북큐레이션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독서문화 프로그램도 곁들였다”고 했다.

디지털 기반 환경 조성도 추진했다. 무선 인프라 확대 사업을 진행해, 도서관 모든 곳에 와이파이 존을 구축했다. 도서관 모바일 앱을 만들고, 전자책 페이지의 반응형 웹 사이트 기능도 개선했다. 이용자 반응은 어땠을까. 디지털북 대출은 지난해보다 약 50% 늘었고, 도서 대출 예약률과 스마트도서관 대출률도 증가했다. 나 팀장은 “비대면 프로그램은 처음 도입 땐 어려움이 있었으나 참여자들이 적응하면서 만족감도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북큐레이션 만족도 조사(이용자 218명)에선 열에 여덟이 도서 선택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올해 디지털북 체험공간으로 바뀐 2층 열린 공간에서는 스마트기기 활용 교육이 이뤄진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소외계층의 지식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문·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노인, 장애인 등이 있는 돌봄 단체나 기관을 찾아 대출하고 프로그램도 여는 ‘찾아가는 도서관 서비스’이다. 태블릿을 활용한 맞춤형 독서문화 프로그램도 곁들인다. 디지털북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체험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도서관 2층 열린공간은 올해 디지털북 체험공간으로 바꿨고, 조만간 태블릿이나 키오스크 등 스마트기기 활용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은평구립도서관은 새로운 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이용자들에게 새 시대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에 대한 적응을 도울 플랫폼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지하 1층(907.5㎡)을 4차 산업혁명 체험센터로 리모델링해 내년 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권 관장은 “도서관 체험시설로는 꽤 큰 규모로, 책을 통해 새 기술과 주민들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