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10년 무료공연’의 열정

‘러브러브 콘서트’ 김지현씨

등록 : 2021-12-02 17:15

“저는 피아노를 가르칠 수 있는데, 혹시 배우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연락해주세요.”

오는 11일 안국동 한국걸스카우트연맹 회관 10층 강당에서 열리는 송년음악회 ‘러브러브 콘서트’는 10여 년 전 김지현(53)씨가 한 장애인을 후원하는 블로그에 남긴 이 쪽지에서 출발했다.

얼마 뒤 그에게 앞을 보지 못하는 초등학생이 연락해왔는데, 처음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 막막했단다. 그러나 서로는 음악으로 소통했으며, 이제는 어떤 벽도 허물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악보를 읽힐 땐 제가 쳐서 녹음해 들려줬어요. 그때 만난 아이가 상명대 피아노과 3학년이 돼 연주자로 나서요. 2013년 평창스페셜올림픽에서 만난 발달장애 중학생 쌍둥이 형제도 음대 졸업생이 돼 연주합니다.”

이번 공연은 김씨가 2010년부터 매달 열어온 무료월례음악회 코리안컬쳐리더스 休(휴)콘서트시리즈 ‘카르페디엠’의 일환으로, 이번이 137회째다. 특히 장애와 비장애 청소년이 함께하는 5월과 12월 행사는 “장애인만을 위한 행사는 지양한다”는 신념을 담았다. 장애인 연주자로 오를 무대가 부족해 연주를 보여줄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행사란다. 그의 진심이 통했는지 지난 9월에는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일부를 후원해주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크라우드펀딩 매칭지원사업’(카카오같이가치)에선 모금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목표액 300만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10년 넘게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꿋꿋하게 행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 “장애 청소년들에게 제가 할 줄 아는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개인적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많은 주위 분들이 도와주고 있어요. 그런데 계속된 지원을 보장받지 못하니까 자라나는 아이들을 잡고 있을 수는 없네요. 그래도 악기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을 계속 찾아나서는 일이 제게는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글·사진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 김지현은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학사, 석사, 쾰른-아헨 국립음대 박사를 졸업했다. 현재는 가톨릭대학 음악과 겸임교수, 코리안컬쳐리더스 대표를 맡고 있다. 그동안 사단법인 서울튜티앙상블의 예술감독, 피터팬클럽(발달장애인 문화예술공동체) 예술감독, 서울시 시민청 운영자문위원장(2017~2021) 등을 지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