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균사체-디지털 매체 ‘연결’

‘땅속의 그물 이야기’ 참여 작가 황선정

등록 : 2022-08-18 17:07 수정 : 2022-08-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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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기술매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될수 있을까?”

오는 10월23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계속되는 아르코 융복합 예술프로젝트 ‘땅 속의 그물 이야기’에 참여하는 황선정(33)작가는 자신의 출품작 <탄하무-춤의 시간들>의 제작 동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생명의 욕구라는 의미를 가진 산스크리트어 ‘탄하’와 리듬을 표현하는 ‘춤’을 결합해 그는 ‘탄하무’라 지었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인간과 땅속 균사체가 자연 합성된 새로운 종이자 공생의 춤을 뜻한다고 한다. 그는 1년 넘게 미생물과 균근 네트워크에 관심을 두고 13분짜리 영상(탄하무 워프 드라이브, 2021)과 설치작업(탄하무 하이웨이 펑기, 2021~2022)을 제작했다.

균사체는 인류가 생겨나기 전부터 지구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황 작가는 그들이 옆에 있는 생명과 공생하는 관계를 연구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세계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시 제목인 ‘땅속의 그물’은 균사체가 가진 네트워크 시스템을 말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인터넷이 생겨나기 전부터 땅속의 그물망 시스템을 통해 그들끼리 통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겨울에 침엽수가 영양소가 필요하면 활엽수 아래에 있는 균사체들이 침엽수에 전해줘 숲을 죽지 않게 만든다고 한다.

‘최근 기후변화의 90% 이상이 인류 때문’이라는 발표가 주목받았는데, 황 작가는 화성을 개척하는 대신 지구를 고쳐 쓰면 어떨까 제안한다. 그래서 균사를 재배하지 말고 자연과 공생하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 이번 작품의 주제다. 황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이렇게 들려줬다.

“도시의 삶은 돈을 모으는 등 수직적으로 쌓아 올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런데 균사처럼 수평으로 뻗어 나가면 우리도 공생하면서 나선이나 원이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인간이 기계와 합성되는 사이보그 얘기도 나오니까, 인공지능(AI)도 공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거예요.”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실장

△ 황선정의 주요 전시로는 ‘호텔, 디스토피아’ ‘크로싱’ ‘소리와 분노’ ‘새로운 지구 행성으로서의 이주’ 등이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파라다이스아트랩(2022), 국립문화아시아전당 전당장 표창(2021) 등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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