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다운 ESG 경영, 강동구민 문화적 자부심 향상”

서울 자치구 문화재단 톺아보기 ⑨ 재단의 ‘사회적 가치’ 추구하는 심우섭 강동문화재단 대표이사

등록 : 2022-10-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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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섭 강동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재단의 활동 방향을 “지역 이름만 가리면 어디 행사인지 알 수 없는 프로그램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과 집중”하는 데 두고 있다. 자연과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강동문화재단 앞 바람꽃마당에 선 심 대표이사. 강동문화재단 제공

LG아트센터 대표 등 오랜 ‘민간’ 경험

복지·문화·환경 섭렵…‘혁신 역량’ 높여

9월에 직원과 ESG 경영 선포식 개최

‘예술로 사회적 가치 실현’ 비전 세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선택과 집중”

아트센터, 동남권 대표 고품격 공연장


도서관, 라이프스타일 소통 기관 역할

‘낭만드림’ 등 공연, 주민 필요 맞춰 기획

“재단에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강동문화재단 심우섭 대표이사는 인터뷰 대화를 이 물음으로 시작했다. 지하주차장을 통해 들어왔으면 재단 건물을 제대로 못 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첫인사로 건물을 거론할 만큼 재단 건물의 경관은 자랑할 만했다. 아트센터로 시작한 재단은 공연장과 사무실 등이 자리한 본관과 맞은편 복합문화공간 ‘아트랑’ 건물의 1·2층이 명일근린공원 산책로와 연결돼 브이(V) 자 형태를 이루는 독특한 형태였다. 무엇보다 정문을 통과해 ‘바람꽃마당’이라 부르는 안쪽 잔디마당에 들어서면 금세 눈앞에 도시가 아닌 ‘자연’이 펼쳐져 감탄을 자아냈다. 방문일에도 마당에는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소풍객과 리허설 중인 듯한 공연준비팀이 흩어져 일상과 예술이 어우러져 있었다.

건물 내부 역시 알차다. 대극장 ‘한강’은 850석, 소극장 ‘드림’은 250석의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무대부가 상당히 넓고 분장실, 대기실, 휴식 공간이 충분하여 문화예술인이 선호한다”고 한다. 심 대표는 “오페라, 무용 등의 창작자들이 특히 우리 공간을 좋아해서 해마다 정기적으로 오페라, 무용 페스티벌 예선 등 문화예술인과 교감하는 활동이 열린다”고 밝혔다.

덕분에 2016년 시작해 강동문화재단에서 매년 열리는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2022년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은 오는 11월3일부터 개최된다. 올해도 전막·크로스오버 공연과 오페라 초심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등이 제공돼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지난 9월부터 10월 말까지 재단에서 진행하는 참여형 생활문화 프로그램인 ‘강동쉼표’. 강동문화재단 제공

‘드림’은 여러 형태의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블랙박스형 소극장이다. 블랙박스형 소극장이 많지 않았던 초창기에 지어진 ‘드림’에는 새로 극장을 준비하는 이들이 참고하기 위해 자주 방문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탱고, 스윙재즈와 함께하는 ‘음악으로 떠나는 낭만여행’ 등 특징적인 소규모 공연이 주로 개최된다. 자연과 공존한 아름다움과 서울 동남권 공연 수요를 충족하는 특성으로 아트센터는 ‘2011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공공건축물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월 취임한 심 대표는 엘지(LG)연암문화재단 사무국장, LG상남도서관장, LG아트센터 대표를 역임했다. “강동문화재단에 오기 전 복지, 문화, 환경 분야를 섭렵할 수 있었음이 행운”이었다고 한다. 사업을 다방면으로 바라볼 수 있고 문화가 갖는 소통의 영향력을 믿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 영역에서의 경험은 ‘차별화, 혁신, 효과성’ 등을 고민하는 힘을 길러줬다.

강동에 와서도 “지역 이름만 가리면 어디의 행사인지 알 수 없는 프로그램”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 차별성”을 갖는 데 방향성을 뒀다.

그중 하나가 ‘이에스지(ESG) 경영’이다. 강동문화재단은 지난 9월16일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ESG 경영 선포식을 개최했다. ESG 경영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심 대표는 “문화재단이 하는 ESG는 기업이나 일반과 달라야 한다”며 “구호나 지식교육만이 아닌 예술과 결합함으로 인해 직관적으로 느끼고 감동받는 콘텐츠를 추구”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문화로 상생하고 예술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강동문화재단’이라는 비전을 세웠다.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문화예술교육인 ‘기술 입은 문화예술교육’. 강동문화재단 제공

재단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의 구체적 모습은 무엇일까. 심 대표는 “주민들이 문화적 체험, 향유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 그를 통해 문화적 자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센터는 동남권을 대표하는 고품격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하고 도서관은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문화콘텐츠 소통 기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세대나 취향에 따른 특성화된 체험형,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도서관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6개 구립도서관이 각각 일상을 파고드는 ‘주제별 라이프 스타일’을 담았다. 독립출판과 취창업, 공동육아, 디지털 리터러시, 반려생활(반려식물), 미술 특화, 독서 치유 등이다. 일자산 앞자락에 있는 둔촌도서관은 생태체험, 야외독서, 트레킹, 플러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암사도서관은 미술전시 도록을 아카이빙하여 문화자산을 축적 중이다. 공동육아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천호도서관은 남편들이 ‘육아를 돕는 이가 아니라 함께하는 이’가 되도록 수준을 향상해 양성평등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각 도서관의 사업을 전시해 체험할 수 있는 ‘강동북페스티벌’이 바람꽃마당에서 열렸다. 북페스티벌은 올해 13회차를 맞은 지역 축제다. 올해는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상영과 공연이 있는 ‘바람꽃 영화제’와 협업해 더욱 풍성한 시간을 선사했다. 특히 이번 축제는 재단이 제안한 ‘ESG 경영’과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환경보존의 필요성, 더불어 사는 삶에 관한 문화콘텐츠를 마련해 주민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 15일 바람꽃마당에서 열린 ‘강동북페스티벌’. 강동문화재단 제공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사업 중에는 ‘난생처음 만드는 움직임’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자 만족이 높았다. 연극, 무용 등으로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인터렉티브 미디어(사용자 동작에 반응하는 상호작용 매체)와 연결해 체험하는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그룹별로 본인들의 감정과 생각을 발표해 이야기를 구성하고 합평회까지 진행했다. 어린이들이지만 성숙한 참여로 뿌듯함과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공연 영역에도 문화복지 차원에서 주민 필요에 맞도록 기획하고 있다. 다양한 시간대와 대상으로 브런치콘서트 ‘낭만드림’, 목요예술무대, 한밤의 공연산책, 청소년음악회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이 중 ‘낭만드림’의 5회 중 2회를 유모차 콘서트로 진행했다.

지난 6월 진행한 브런치콘서트 ‘낭만드림’. 강동문화재단 제공

재건축과 산업단지 조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강동에는 젊은 부부 유입도 많은 편이다. 영유아 동반 부모의 공연 욕구는 높으나 대개의 공연은 출입연령 제한이 있어 관람이 어렵다. 유모차를 동반하면 좌석 수도 줄어들고 객석 구성도 어렵지만, 육아에 지친 부모의 큰 호응을 얻고 있기에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재단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이 많이 사라진 만큼 풍성한 공연으로 따뜻한 연말을 준비 중이다. 특히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칭송받는 피아노 여제 엘리소 비르살라제 리사이틀을 주목할 만하다. 또한 12월에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체험 전시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전’ 등 다양하고 풍성한 연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강동문화재단은 출범 3년차에 접어든 신생 재단이다. 아직 정비돼야 할 점이 많지만 그만큼 더 강동만의 특징을 살린 공연, 프로그램을 위한 고민을 치열하게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신생 재단의 열정으로 문화재단다운 ESG 경영을 추구하기에 강동구민의 문화적 자부심 향상에 기여할 수 있겠다.

유진아 객원기자 jina6382@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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