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볼 수 없는 움직임’의 기록

‘서울환상소경’ 제작 최성록

등록 : 2022-12-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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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심 속에서 우리가 볼 수 없는 어떤 움직임이 있을까?”

내년 1월20일까지 삼성동 무역센터 앞 케이팝(K-POP) 스퀘어 미디어에 송출될 3D 애니메이션 영상 ‘서울환상소경’(Small Seoul Fantasy)을 제작한 최성록(45) 작가는 이렇게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포르쉐와 서울문화재단이 제휴한 ‘시티 해커스’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으로, ‘서울의 이면을 예술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려는 주제에 따라 제작됐다.

이를 위해 최씨는 3개월 가까이 서울 곳곳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오브제와 함께 움직이는 장면을 주목했다. 그는 “작품의 배경인 서울은 상습적으로 정체되는 대중교통, 마천루에 휩싸인 세계라는 선입견이 있다”며 “그러나 도심 속에서 볼 수 없는 작은 움직임과 도시를 움직이는 소소한 사람들의 동작도 있다”고 한다. ‘서울환상소경’은 이를 애너모픽(Anamorphic, 입체영상) 기법으로 담아냈다.

그는 “무엇보다 자본과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케이팝 스퀘어에서 영상이 송출되는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기존에 화려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스크린의 이면에는 도심 속에서 잔잔하게 움직이는 풍경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작업을 주로 해온 최 작가는 전작인 ‘그 집의 빛’(2014)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표현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주인이 없는 빈집을 바라보면서 창문 틈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통해 예전에 살았던 집의 움직임을 담아내려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상업적이며 도시성이 발달한 공간에서 작품이 공개되는 소감도 이렇게 드러냈다. “도시의 미디어월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초적인 광고들을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프잖아요? 그런데 보이지 않는 이면을 조용히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서울의 다양한 공간의 존재와 순간의 움직임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실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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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록은 홍익대 회화과, 카네기멜런대학 대학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주요 전시로는 ‘플라워미디어 가든 미디어파사드 프로젝트’(2022), ‘아트 인 메타버스’(2022), ‘나를 만나는 계절’(2022) 등이 있으며, ‘파라다이스 아트랩’(2020), ‘SeMA 공간지원사업’(2018) 등에 선정됐다. 레지던시 경력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고양’(2017),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2016, 오스트리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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