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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성대모사 달인 다 어디로 갔나?

등록 : 2016-11-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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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들도 부러워하는 요즘 유행어 제조기는 누굴까? 박근혜 대통령이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을 했나”는 다양한 버전으로 <무한도전>(문화방송) <런닝맨>(에스비에스) 등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자막으로 활용되고 있다. <에스엔엘(SNL) 코리아>(티브이엔)에서도 써먹었다. 한때는 ‘메르스(중동기호흡증후군) 사태’를 풍자했다고 징계까지 받아야 했을 정도로 암울했던 티브이 정치풍자가 정권 말기에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이제 움츠려 있던 성대모사의 달인들만 기지개를 켜면 된다. 정성호, 배칠수, 안윤상이여, 소름 돋는 성대모사를 다시 보여달라.

그들을 기다리기에 앞서, 우리도 성대모사의 달인이 돼보자. 예능프로그램 속 성대모사는 어떻게 만들어낼까. 다 노하우가 있다. 유일하게 박근혜 대통령을 성대모사했던 정성호는 오타쿠처럼 파고들라고 말한다. 영상이든, 말투든 백 번 이상은 보고 들어야 한단다. 우선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외모 특징 몇 개를 잡아내야 한다. 정성호는 박근혜 대통령의 헤어스타일과 살짝 웃는 미소를 포인트로 삼아 화제가 됐다. 2012년 <문화방송> 개그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 ‘나는 하수다’에서 박근혜 대통령 분장을 하고 그네를 타고 있는 모습은 성대모사의 ‘레전드’로 불린다. 가수 조용필은 어깨를 올리는 제스처가 중요하다.

외모가 엇비슷해졌다면 목소리 흉내가 관건이다. 따라 하고 싶은 대상의 특정 대사나 가사를 정하고, 백 번 이상은 듣고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가수 임창정은 “여보세요”를 “여보세에에요”라고 부르는 식이다. 노홍철은 ‘시옷’(ㅅ)을 ‘쌍시옷’(ㅆ)으로 발음해야 한다. 그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도 노하우다. 최근 방송한 드라마 <혼술남녀>(티브이엔)에서 성대모사 잘하는 ‘공무원 시험 학원 강사’로 나온 민진웅은 “성대모사 대상자를 성대모사한 사람들을 성대모사하는 것”이 노하우라고 말한다. 김래원을 성대모사하려면 그를 따라 한 가수 지코의 영상을 분석하는 식이다.

티브이 속 성대모사 달인들이 말하는 노하우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화제의 인물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니 누구라도 먼저 최순실 씨 성대모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외모 따라 하기는 누리꾼들 사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니 참고하고, 검찰 출석 당시 말투만 분석하면 된다. 신발 한 짝 벗어던지는 신데렐라 콘셉트도 빼먹지 말고.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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