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길, 봄바람 살랑거리는 길

인왕산자락길·몽촌토성길·한강나들길·봉화산둘레길 등 자치구 대표 서울길 4곳

등록 : 2018-03-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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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에 있는 몽촌토성길

서울시와 자치구가 만든 여러 길 가운데 네 가지 주제에 어울리는 네 길을 추렸다. 역사 예술과 함께하는 종로구 인왕산자락길, 동화 같은 공원길인 송파구 토성산성어울길 1코스 몽촌토성길, 한강의 물결을 보며 걷는 동작구 동작충효길 3코스 한강나들길, 마음이 푸근해지는 숲길 중랑구 봉화산둘레길을 걸었다. 계절이 바뀌는 길 위에 겨울과 봄이 함께하고 있었다. 봄마중하러 길로 나간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숲길

봉화산둘레길

중랑구는 ‘봉화산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봉화산에 4.2㎞의 둘레길을 만들었다. 산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형 코스다. 신내공원 다목적체육관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신사역 사거리에서 중랑 공영차고지를 오가는 240번 시내버스를 타고 ‘신내6단지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린다.(‘신내6단지아파트 정류장’이 두 곳이다. 그중 중랑공영차고지 방향 버스는 ‘신내우체국’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다.) 버스 진행 방향 반대쪽으로 150m쯤 걸으면 금성초등학교 교차로가 나온다. 그곳에 봉화산둘레길 안내판이 있다. 옹기테마공원 방향으로 가다보면 신내공원 다목적체육관이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첫발을 떼는데 땅이 질다. 먼저 간 사람들의 발자국도 진 땅에 남았다. 낙엽 아래 흙도 젖어 미끄러웠다. 눈길을 걷듯 조심조심 걷는다.

산이 작아 골짜기가 얕고 굴곡도 짧고 잦다. 흙산이라 길을 밟는 느낌이 부드럽다. 아기자기한 길은 산을 빽빽하게 메운 나무 사이에서 아늑하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숲길이다. 예부터 이 지역은 배로 유명했다. 숲길 아래 산기슭에 배 과수원이 여러 곳 있다. 배꽃 피는 4월 풍경도 볼만하겠다.

활엽수 숲길을 지나면 소나무 숲길이 나온다. 낙락장송이 아니다. 작은 키로 힘겹게 줄기를 비틀며 살아가는 소나무다. 한걱정 품고 사는 사람들 모습 같아 마음이 쓰인다. 그런 소나무 숲길로 가까운 이웃 같은 사람들이 봄을 맞이하며 걷는다.

한강의 물결을 보며 걷는 길

한강나들길

동작충효길 3코스 한강나들길은 지하철 4호선 동작역에서 1호선 노량진역까지 4.5㎞ 구간이다. 이 중 한강의 물결을 보며 걸을 수 있는 동작역~노들역 구간 약 3.5㎞를 걸었다.

동작역 2번 출구로 나가면 옛날 동재기 나루터가 있던 곳을 알리는 표석이 있다. 동재기 나루터는 수원·과천 방면에서 남태령을 넘어 도성으로 오가던 사람들이 이용하던 나루터였다.

반포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놓인 반포천교를 건넌다. 강가 둔치 풀밭에 수양버들 몇 그루가 보인다. 수양버들이 많았던 옛 한강 풍경을 상상할 수 있는 단서다. 이제 막 봄물 오르기 시작한 수양버들 가지가 바람에 낭창거린다. 봄바람이 강물에 물결을 일으킨다. 물결은 강가로 밀려와 부서진다. 물결마다 햇빛이 비쳐 반짝인다. 마른 억새 잎이 햇빛에 반짝이고 파란 하늘에 매 한 마리가 날갯짓 없이 바람 타며 정지해 있다.

길은 올림픽대로 아래로 이어진다. 강가에 진흙이 보인다. 산줄기가 강물을 만나는 풍경도 보인다. 흑석초등학교부터 효사정까지 길은 잠시 한강과 떨어지게 된다(효사정은 공사 중이라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효사정을 지나면 학도의용군현충비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한강 풍경을 굽어볼 수 있다.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찾아가는 길에 머물렀다는 용양봉저정을 지나 노들역에 도착한다. 노들역 옆 노들나루공원은 옛날 노량진, 나루터가 있던 곳이다.

역사 예술과 함께하는 길

인왕산자락길

인왕산자락길은 사직단에서 시작해서 수성동 계곡을 지나 윤동주문학관에서 끝나는 3.2㎞ 코스다.

사직단은 조선시대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1395년 경복궁 동쪽에 종묘를, 서쪽에 사직단을 마련했다. 사적 제121호다. 보물 제177호로 지정된 사직단 대문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직단을 뒤로하고 단군성전을 지나 황학정에 도착했다. 황학정은 국궁장이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등과정이 있었다. 등과정은 조선시대 무사들이 궁술을 연마하던 곳이다. 갑오개혁 때 궁술이 폐지되면서 헐렸다고 한다.

황학정을 지나면 길은 ‘인왕산자락길’과 ‘인왕산 숲길’로 갈라지는데, ‘인왕산 숲길’ 방향으로 걷는다. 그 길에 있는 수성동 계곡은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 ‘수성동’의 실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수성동 계곡의 작은 폭포에 얼음이 녹지 않았다. 계곡의 풍경은 지금도 아름다워서 발길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수성동 계곡을 뒤로하고 윤동주문학관 쪽으로 걷는다. 길 끝에서 만난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윤동주 시비가 있다. 한양도성 성곽 앞에 서면 한양도성 4소문 중 하나인 창의문이 보인다. 멀리 있는 북한산이 그 모든 풍경을 감싸안은 형국이다.

동화 같은 공원길

몽촌토성길

토성산성어울길 1코스 몽촌토성길은 몽촌토성역 1번 출구에서 시작해 마천역까지 이어지는 8.6㎞ 코스다. 그중 올림픽공원 곳곳을 돌아보며 봄이 오는 공원을 산책할 수 있는 공원길 약 4㎞ 구간을 걸었다.

몽촌토성역 1번 출구 앞에 올림픽공원 정문 역할을 하는 세계평화의문이 있다. 세계평화의 문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 걸으면 곰말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오르막길로 올라가면 몽촌토성 위에 난 산책로를 만난다. 고갯마루에서 왼쪽으로 가면 올림픽공원 풍경 중 유명한 ‘나 홀로 나무’를 볼 수 있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 푸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86 서울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몽촌토성 안에 있던 30여 채의 민가를 철거하고 주변에 있던 다른 나무들을 베었다. 그때 이 나무만 남기고 모두 철거하고 베어버린 것이다.

봄마중 나온 여학생들이 나 홀로 나무 아래서 참새처럼 이야기하고 깔깔거리며 봄처럼 웃는다. 나 홀로 나무가 있는 잔디밭 한쪽에 580년 된 은행나무와 어린나무가 보인다. 은행나무는 아직도 겨울인데, 어린나무 가지에는 푸른 물이 오르고 있다.

언 땅을 비집고 새 생명을 피워낸 파릇한 잎이 생동하는 야생화학습장을 지나 물박달나무가 있는 토성 언덕길을 지나면 정이품송 장자목을 볼 수 있다. 아직 어린 정이품송 장자목이 봄 그 자체다. 소나무 잎이 신록처럼 여린 초록빛으로 빛난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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