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서울을 걷다

푸른 숲길 따라가다 가슴 서늘해지는 역사길

서대문구 안산자락길 6.4㎞

등록 : 2018-07-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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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역사박물관 뒤로하고

이진아기념도서관 지나 오르막길

완만한 데크길이 펼쳐져

메타세쿼이아 숲에 놓인 데크길

초록 숲길을 걷는다. 전망 좋은 곳에서 굽어보는 초록의 숲도 좋다. 숲의 초록이 끝나는 곳에서 회색빛 도시 풍경이 이어진다. 더 멀리 북한산도 보이고, 한강 넘어 관악산도 눈에 들어온다. 숲길에 부는 바람에 땀이 마른다. 안산에 깃든 역사에 가슴이 서늘하다.

유관순 열사의 8호 감방

안산자락길은 서대문구 안산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약 6.4㎞ 코스다. 서대문구청, 독립문역, 봉원사 등 안산자락길로 들고 나는 곳이 많아 접근하기 쉽다. 그중 독립문역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출발지점인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 안산자락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데크길까지 600~700m 정도 되므로, 그 거리를 다 치면 약 7.6㎞를 걷는 것이다.


출발지점을 독립문역으로 정한 이유는 독립문역 바로 옆에 있는 서대문독립공원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독립문, 독립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먼저 돌아보고 걷는다.

독립관은 조선시대에 중국 사신들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잔치를 열었던 모화관 건물을 없애고, 1897년 독립협회에서 지은 건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철거된 것을 1997년 복원했다. 독립관 앞에 독립문이 있다. 아치형 독립문은 모화관의 정문인 영은문을 없애고 지은 것이다. 독립문 앞에 있는 두 돌기둥은 영은문의 기둥을 받쳤던 주초(기둥 밑에 괴는 돌)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옛 서대문형무소 자리에 들어선,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서대문형무소는 1907년 일제가 독립·애국지사들을 가두려고 만들었다.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독립·애국지사가 갇혔던 이곳에 해방 이후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사람들이 갇히기도 했다.

유관순 열사의 8호 감방

1987년 서울구치소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옥사는 모두 15개 동이었는데, 그중 옥사 몇 동과 사형장은 남겨두고 서대문형무소역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3·1만세운동에 앞장섰던 유관순 열사가 갇혔던 방이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가 있던 곳을 조사하다 유관순 열사의 8호 감방을 찾아낸 것이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한쪽 귀퉁이에 붉은색 벽돌담 위로 삐죽 솟아 자란 나무가 있는 건물은 사형장이다. 독립·애국지사 400여 명이 이곳에서 처형됐다.

푸른 숲길을 걷고, 전망 좋은 곳에서 쉬고

서대문독립공원을 뒤로하고 이진아기념도서관을 지나 오르막길로 올라간다. 오르막길이 끝나는 곳에 데크길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데크길에 올라서서 제대로 걷기 시작한다. 안산자락길은 원점회귀형 길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된다. 데크길은 경사가 심하거나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낸, 완만한 길이다.

푸른 숲에 덮인 길도 지나고 하늘이 열린 길도 지난다. 숲속에서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페’ 한쪽에 정자와 테이블이 있다. 인왕산과 북한산을 한눈에 넣을 수 있는 전망 좋은 곳도 지난다. 메타세쿼이아 숲길로 들어간다. 숲이 하늘을 가렸다. 싱그러운 공기가 살갗을 스치며 지나간다. 데크길 옆 메타세쿼이아 숲에 햇빛이 걸러 든다. 가지 사이 틈으로 든 햇빛 줄기가 숲에 꽂힌다.

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넓은 쉼터인 ‘숲속 무대’에서 사람들이 많이 쉰다.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푸른 숲길을 걷는 구간도 있다. 나뭇잎을 통과한 햇빛이 푸른 형광색으로 빛난다. 능안정은 숲속 무대처럼 사람들이 많이 쉬는 곳이다. 능안정을 지나면 이 길의 마지막 전망 좋은 곳이 나온다. 능안정에 사람이 많으면 전망 좋은 곳에서 쉬어도 좋다.

마지막 전망 좋은 곳에 서면 인왕산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한양도성 성곽이 보인다. 인왕산 뒤 북악산이 눈에 들어온다. 북악산 자락 끝에서 이어진 경복궁 한옥 건물들이 도심의 빌딩 숲에서 도드라진다. 그런 풍경을 품고 있는 것이 북한산이다. 멀리 용마산 자락도 희미하게 보인다. 마지막 전망 좋은 곳을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출발했던 곳이 나온다. 그곳에서 독립문역으로 내려가면 된다.

안산봉수대와 봉원사

안산자락길, 숲길

안산자락길이 숲길과 전망 좋은 곳을 어렵지 않게 걸으며 안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코스이기는 하지만, 속이 뻥 뚫리는 전망을 보려면 봉수대로 올라가는 게 좋다. 안산자락길을 다 걷고 봉수대로 올라가려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서 능안정을 지나 봉수대로 올라가는 길을 따르는 게 낫다. 능안정과 마지막 전망 좋은 곳을 포기하고 중간에 봉수대로 올라가려면 숲속 무대를 지나 조금 더 가다보면 나오는 이정표를 따라 봉수대로 올라가면 된다.

안산봉수대는 1994년에 서울 정도 600년 기념으로 서울시에서 복원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동봉수대와 서봉수대가 있었다. 지금 봉수대가 있는 곳은 조선시대 동봉수대 터다. 봉수대 앞에 펼쳐진 풍경을 한눈에 넣기에 벅차다. 남쪽으로 한강과 용산, 여의도, 목동 등 서울 남부지역의 빌딩 숲과 관악산 줄기가 보인다. 남산 쪽 방향으로 서울의 도심이 광활하게 펼쳐졌다. 빌딩 숲에 시원하게 뚫린 종로대로에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 눈을 돌리면 서울성곽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인왕산이 보인다. 그 뒤로 북한산 줄기가 흐른다. 눈을 아래로 돌리면 출발하기 전에 돌아봤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산에서 본 풍경

내려올 때는 봉원사 방향으로 길머리를 잡는다. 봉원사는 신라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이다. 처음에는 지금의 연세대에 절을 짓고 반야사라고 했다. 조선시대 영조24년(1748년)에 찬즙·중암 두 스님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당시 영조 임금이 직접 글을 써서 내린 현판이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 명부전 편액은 이성계와 함께 조선의 문을 연 삼봉 정도전의 글씨다.

봉원사는 국어연구학회(한글학회)가 창립된 곳이기도 하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이 지냈던 공덕동 별장 건물 부재를 그대로 옮겨 지은 건물도 있다. 봉원사 아래 시내버스 종점으로 가는 길에 450년 가까이 된 느티나무가 배웅을 한다.


안산자락길 팁

■ 코스 요약

걷는 거리: 약 7.6㎞ 걷는 순서: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독립문, 독립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돌아보고, 이진아기념도서관을 지나 올라가면, 포장된 오르막길이 끝나고 데크길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데크길에 올라서서 제대로 걷기 시작한다. 안산자락길은 원점회귀형 길이라 어느 방향으로 가도 데크길 출발지점으로 돌아온다. 안산자락길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독립문역으로 내려가면 된다.

■ 편의시설

서대문독립공원과 안산자락길에 드문드문 있다. 식당과 가게: 출발지점인 독립문역 가까이에 영천시장이 있고, 거기 식당들이 있다.

■ 대중교통

찾아가기: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 출발.

■ 돌아오기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지하철 이용. 독립문역 근처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 이용. 봉원사 쪽으로 내려온다면 봉원사 아래 시내버스 종점에서 시내버스 이용.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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