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끝자리 부여잡고 걸어가면 ‘추억’이란 옛 역사가 발끝에

장태동 여행작가의 운치 있는 겨울 걷기길 ② 한강 북쪽 각각 다른 느낌의 겨울 길 4곳

등록 : 2019-12-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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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스카이웨이길

가슴 ‘뻥’ 뚫리는 다양한 전망 눈앞에

포방터시장

겨울 숲속 시냇물을 따라 걷다 만나

청운동·효자동 코스

역사·예술이 남아 있는 도심의 골목길

경춘선숲길

푸르른 젊음의 기억 간직된 청춘의 길


도심 골목길에, 지난날 추억 속 기찻길 위에, 산비탈 나무들 빈 가지 가득한 숲길에, 도시에 남아 있는 시냇물을 따라 걷는 길 위에, 가슴 시리게 열린 파란 하늘을 보며 걷는 길에, 겨울은 다 다른 모습으로 내려앉았다. 느낌이 다른 길 네 곳을 걸어서 겨울 속으로 다녀왔다.


북악스카이웨이길

성북구민회관에서 북악팔각정을 지나 윤동주문학관(시인의 언덕)까지 이어지는 북악스카이웨이길에 하늘전망대를 포함해서 약 7.5㎞를 걸었다. 하늘전망대는 북악팔각정 1㎞ 전에 있는 하늘교를 건너 숲으로 조금만 가면 나온다.

이 길은 가슴 ‘뻥’ 뚫리는 전망과 전망대에서 맞이하는 코끝 찡한 겨울바람이 인상적인 코스다.

첫 번째 전망대가 하늘전망대다. 시야를 벗어난 풍경을 보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북쪽으로 은평구 일대와 족두리봉에서 보현봉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능선이 펼쳐진다. 고개를 돌리면 북한산 형제봉에서 내리뻗은 산줄기 끝에 있는 국민대와 정릉 일대가 보인다. 수락산과 불암산은 날개를 펼친 커다란 새의 형국이다. 풍경은 이게 다가 아니다. 몇 걸음 떼서 자리를 옮겨 바라보는 전망에 아차산 일대와 송파구까지 이어지는 풍경이 드넓은 서울 도시의 풍경을 완성한다.

두 번째 전망대는 북악팔각정이 있는 곳이다. 팔각정에 오르면 북한산의 늠름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광활하게 펼쳐진 서울 도심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을 즐기고 자하문 방향으로 내려간다. 자하문을 지나면 도착 지점인 윤동주문학관(시인의 언덕)이다.

*성북01 마을버스를 타고 구민회관·201동 앞 정류장에 내려서 구민회관 앞을 지난다. 하늘한마당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를 지나면 북악스카이웨이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도로 옆 인도를 걷는 길이라 오가는 자동차 소리가 거슬리지만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걸을 만하다.


포방터시장

지하철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에서 시작해서 북한산자락길을 지나 옥천암(마애보살좌상)에서 홍제천을 따라 포방터시장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홍제역 1번 출구에서 북한산자락길 입구까지 약 700m, 북한산자락길 4.5㎞, 옥천암에서 포방터시장까지 약 700m 등 전체 5.9㎞다.

이 길의 시작 지점인 홍제역 1번 출구 앞에 인왕시장이 있고, 길이 끝나는 곳에 포방터시장이 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에 재래시장의 운치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포방터’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이후 도성을 지키기 위한 오군영 중 포 훈련을 했던 곳이며 한국전쟁 당시 서울을 방어했던 장소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옥천암을 지나 포방터시장으로 가는 홍제천 냇가 길.

북한산 자락 산비탈 나무들 빈 가지 가득한 숲길과 도시에 남아 있는 시냇물인 홍제천을 보며 걷는 길에서 어린 시절 동네 뒷동산이며 꽁꽁 언 냇물에서 썰매 타고 팽이 치던 추억이 떠오른다.

북한산자락길이 끝나는 옥천암(마애보살좌상)은 조선의 시작과 끝에 왕의 집안에서 기도를 올린 곳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정할 때 마애보살좌상 앞에서 기도를 드렸으며, 조선 말 명성황후는 옥천암을 짓게 하고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하늘전망대에서 본 북한산.

*홍제역 1번 출구~홍은사거리~통일로42길로 진입~북한산더샵아파트 앞을 지나 왼쪽으로 올라가는 계단길~대광교회 앞을 지나 올라가다가 통일로48가길을 만나면 좌회전한 뒤 바로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북한산자락길 입구가 나옴~북한산자락길~옥천암(마애보살좌상)~홍제천 따라 걷다보면 도착 지점인 포방터시장 입구.


도심의 골목길 청운동·효자동 코스

윤동주문학관.

‘동네 골목길 관광 코스 중 1코스 정신문화 여행길 청운동·효자동 코스’를 변경하여 걸었다. 윤동주문학관(시인의 언덕)~무궁화동산~청와대 사랑채~세종음식문화거리~홍건익 가옥~통인시장으로 이어지는 약 3.6㎞ 코스다.

이 길은 역사와 예술의 거리이며, 도심의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맛볼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출발 지점인 윤동주문학관에서 시인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살펴보고 문학관 바로 위에 있는 시인의 언덕에 올라 한양도성 성곽 앞 소나무의 운치와 언덕 한쪽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시 ‘서시’가 새겨진 시비를 감상한다. 시비 뒤로 펼쳐진 서울 도심이 풍경의 배경이 된다.

그다음에 머물렀던 무궁화동산에서 조선시대 사람 김상헌의 시비를 보았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라는 시가 새겨졌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의 화의를 반대했던 그는 결국 척화의 주요 인물로 지목되어 청나라로 끌려갔다. 위 시는 그때 한양을 떠나며 그가 남긴 시다. 시비가 있는 곳은 김상헌이 살던 집터다.

청와대 사랑채에 들러 청와대의 역사와 청와대를 거쳐간 대통령들의 소소한 일상, 현직 대통령의 이야기와 함께 국내의 유명 여행지를 소개하는 전시관을 돌아봤다. 세종음식문화거리에서 뜨거운 국수 한 그릇으로 겨울 추위를 녹이는 것도 이 코스의 별미다.

이어지는 길에 도심의 한옥과 골목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홍건익 가옥과 화가 이상범 가옥을 돌아보고 사람들 붐비는 통인시장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껴본다.

*1020번, 7022번, 7212번 시내버스를 타고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윤동주문학관(시인의 언덕)이 보인다.


경춘선숲길

경춘철교에서 서울시와 경기도 구리시 경계 지점 전까지 옛 경춘선 철길을 따라 걷는 6㎞ 길을 경춘선숲길이라고 부른다. 그 길을 거꾸로 걸었다.

철로가 없는 길 첫머리를 뒤로하고 천천히 걷는다. 평일인데도 걷는 사람이 제법 있다. 누구 하나 바삐 걷는 사람이 없다. 옛 경춘선 철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언제나 청춘, 푸르른 젊음의 추억으로 간직된 경춘선 철로를 밟으며 걷는 시간은 거꾸로 흘러 청춘의 정거장에 머문다.

경춘철교.

소실점을 이루는 그 길 끝이 아련하다. 두려울 것 없이 들끓던 마음과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하나 되어 있던 청춘의 길이 저랬을까? 한 해가 저무는 12월의 어느 날 경춘선숲길을 걷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것 하나는 같을 것이다.

옛 화랑대역 건물 앞 플랫폼에 도착했다. 옛 화랑대역 건물은 경춘선이 개통되던 1939년 완공됐다. 처음에는 ‘태릉역’이라고 부르다 1958년 화랑대역이 됐다. 경춘선숲길에 남아 있는 유일한 옛 역사다. 등록문화재 제300호다. 화랑대역은 경춘선 구간 중 서울에 있는 마지막 역이었다.

옛 화랑대역사.

철길은 주택가와 아파트 건물, 상가단지를 지난다. 속을 드러낸 생활의 편린이 오히려 그 길에서 반짝이는 이유는 장바구니 가득 저녁거리를 담고 그 길을 오가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202번, 1155번, 1156번 시내버스를 타고 삼육대 앞 정류장에 내려서 주유소 건물 옆 좁은 도로를 따라 걸으면 경춘선숲길 서울과 구리시 경계 지점이 나온다. 삼육대 앞 정류장 전에 있는 태릉선수촌 정류장에서 내려서 경춘선숲길로 접어들어도 된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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