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불감증 여자와 불감 사회, 그들의 생존 증거는 ‘체액’

체액(10~19일)

등록 : 2020-01-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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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욕실 바닥에 앉은 채 샤워기를 틀고 굳은 몸을 적신다. 작은 구멍 속으로 사라지는 물을 보면서 여자는 생각한다. ‘저 물은 어디로 가는 걸까?’ 불감증에 걸린 여자는 매일 밤 다한증 남자와 역할극 섹스를 한다. 두 사람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을 감춘 채, 서울의 판타지 속 누군가가 된다. 공연예술 분야의 제작 과정을 지원해 우수한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체액>(신해연 작, 하수민 연출)이 10~19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작품 줄거리나 제목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해 인간 본연의 호기심을 발동한다. 연극에서 ‘불감증 여자’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신해연 작가는 ‘서서히 메말라 부서져가는 사람들’의 이미지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엔 오르가슴을 잃어버린 여자인데, 이런 신체적 불감은 정서·사회적 불감과도 연결된다. 여자는 부서지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자아를 냉장고 속에 얼려버리는 행동을 저지른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눈물과 땀, 피, 정액 등 우리 몸에서 나오는 것들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때문에 작품의 제목을 ‘체액’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연극은 불감증에 걸린 누군가를 통해 너무 많은 생각 때문에 당연히 누려야 할 기쁨을 잃어가는 ‘지금의 우리’를 보여준다. 작가는 여성에게 너무 많은 질문이 쏟아지는 시기에 외부에 신경 쓰느라 정작 마주해야 할 자아를 지나치고 있지 않은지 경계심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연극은 ‘지금, 여기’라는 동시대성으로 연극의 행위에 관객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작품을 추구하는 극단 ‘즉각반응’이 제작했다. 무엇보다 다소 자극적인 소재로 포장된 작품을 대하는 관람객들의 관람 방법에 대해서 하수민 연출가는 이렇게 당부했다. “이 시대의 비극과 물질만능 속에서 인간이 살아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무감하지 않고 따듯하게 관계를 맺는 것이 소중하잖아요.”

장소: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시간: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일 오후 4시 관람료: 3만원(만 18살 이상) 문의: 070-8276-0917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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