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태초의 거짓말부터 국가의 거짓말까지, ‘거짓말’ 미술전

보통의 거짓말 Ordinary Lie(~2월16일)

등록 : 2020-01-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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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마지막으로 한 거짓말은 언제인가요?” 과연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심지어 “생후 6개월 된 아기도 거짓말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으니, 여기에 떳떳한 이는 신생아뿐인 셈이다. 이처럼 인류와 함께 시작된 ‘거짓말’을 소재로 현대미술 전 분야에 걸쳐 국내외 23팀이 참여한 ‘보통의 거짓말 Ordinary Lie’전이 2월16일까지 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네 섹션으로 나뉜다.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구약 성경 창세기에 실린 이 말은 신이 취하지 말라는 선악과에 손을 댄 하와가 만들어낸 ‘인류 최초’의 거짓말이다. 전시의 인트로로 표시된 입구엔 ‘나 때문이 아니라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고 말하는 아담과 이브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두 번째 섹션부터는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흘러나오는 거짓말에 관한 작품들이 공개된다. 특히, 중국의 장즈가 제작한 8분35초짜리 영상에는 한때 사생활 사진이 유출되어 대중으로부터 강제 은퇴를 당했던 질리언 청이 울면서 웃는 표정을 반복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여자 연예인에게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거짓말의 의미를 깨닫게 만든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거짓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 속 주인공도 거짓말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던진다. 이것이 실제와는 전혀 다르게 포장된 것이라며, 거짓말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밖에 이해강 작가는 12간지의 동물을 두 개씩 결합해 새로운 동물을 형상화했다. 이는 한국만의 독특한 서열 중심인 ‘빠른 연생’의 존재를 알려준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고 포장된 전체주의와 국가 중심적 사고관에서 강요되는 거짓말을 담았다. 가령, 국가가 내뱉은 뉴타운 공약이 과연 우리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장소: 종로구 부암동 석파정 서울미술관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료: 1만1천원(성인), 7천원(우대·학생), 5천원(어린이) 문의: 02-395-010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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