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우스꽝스럽고 씁쓸한 현대인의 자화상 ‘마트료시카’

마트료시카(2월21일~2월27일)

등록 : 2020-02-27 15:00 수정 : 2020-02-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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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공장에서는 벌써 43명이 자살했다. 중요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사내에서 자살 사건이 빈번하자 기업에서는 직원들을 사찰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의 자살을 막기 위해 철저한 감시와 통제가 실행되고 있다. “오늘은 절대 자살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자살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일종의 선언문 같은 외침도 낭독한다. 서약서에 사인하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공장의 출근 풍경이 일상이 된다. 이런 감시 속에서도 노동자들의 자살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사장과 관리자들은 이런 자살을 막기 위해 혈안이 된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더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자살을 막는다. 하지만 노동자 한 명이 자살에 성공한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회사는 그의 죽음을 위장해 기업 이미지를 쇄신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연극 <마트료시카>가 3월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위축되는 분위기에도 객석 점유율 80% 이상 기록하며 순항을 멈추지 않는 화제의 작품이다. 인간의 삶과 행복을 위한 길이라 여겨왔던 과학기술이 광속으로 발전할수록 고립되고 불행으로 치닫는 인간의 모습을 예리하게 비꼬고 있다. 인형 안에 인형이 나오고 그 안에 다시 작은 인형이 들어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민예품인 ‘마트료시카’는 현대사회에 직면한 인간의 여러 단면을 비판한 블랙코미디.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개인의 삶은 무시되고 회사라는 조직의 부품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는 현실을 풍자했다. <마트료시카>는 모순되고 위태로운 현실을 서커스의 곡예사로 비유했다. 이런 양파 껍질 같은 구조는 자살로 희생된 자들이 결국 노동자만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진다. 관리자들은 그들보다 상위 그룹에 의해 끊임없이 감시받으며, 같은 고통이 반복되는 현실을 알려준다. 이는 마트료시카의 인형처럼 크기만 다를 뿐 같은 위험인자가 계속 반복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장소: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시간: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일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02-6498-0403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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