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시즌배우의 참된 무게

국립극단 시즌배우 이상홍씨

등록 : 2020-04-0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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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이라는 놀이터에서 2년간 신나게 놀아볼게요.”

지난해 12월, 창단 7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극단 올해의 시즌 작품이 공개되는 자리에서 연극배우 이상홍(44)씨가 밝힌 각오다. 그는 2020년에서 2021년까지 두 시즌을 함께할 단원 14명 중 제일 맏형이다. 여느 소감과 다르게 이 말이 공명을 울린 이유는 자신을 세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하면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키즈카페에 데려갔는데 상기된 얼굴로 2시간 동안 신나게 놀 거라 말한 게 기억나요.”

1999년 ‘극단 동시대’로 시작해 ‘한양페러토리’까지 연극을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까지 연기라면 매체를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틈나는 대로 무대 위에서 관객을 만났지만 언제나 다음 작품에 대한 불안과 안정적이지 못한 수입은 가장과 배우로서 한계를 떨쳐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오디션도 4전5기 만에 합격한 것이다.

“작품 오디션이든, 단원 오디션이든 닥치는 대로 지원했죠. 그것은 ‘좋은 작품’에 대한 기대 때문이에요.” 더구나 나이 제한 때문에 국립극단과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막차를 탄 사실에 깊은 안도감을 내쉬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에게 미안했을까. 합격 사실조차 에스엔에스(SNS)에 공유할 수 없었단다. 시즌 단원으로 선정되면 1년에 세 작품씩 2년간 총 6편에 참여하게 된다. 올해는 70주년 기념작인 <만선>(16일~5월2일, 달오름극장)으로 시작해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굿>(6월18일~7월12일), <햄릿>(11월27일~12월27일)이 예정돼 있다. 얼마 전 극단 옆 아동병원에 가는 딸이 “이제는 빨간 집에서 연극 안 해?”라고 물었는데 거짓말쟁이 아빠가 안 돼서 천만다행이라며, 앞으로 10년 뒤에도 무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연기할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

■ 이상홍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중퇴했다. 1999년 연극 <신기루>로 데뷔해 ‘극단 동시대’와 ‘한양레퍼토리’를 거쳐 현재는 ‘낭만오빠’에 소속됐다. 연극뿐 아니라 드라마와 영화까지 왕성한 활동을 거치고 있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가로등이 켜지는 순간> <죄와 벌> <명왕성에서> <깨끗하고 연약한> <공포> <아리아라리> <생존도시> <승관도> <형제의 밤> <미모되니까> 등이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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