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연극’을 볼 수 있을까?

국립극단, 6월22일부터 이야기 마당 ‘이제 어떻게 연극하지?’ 진행

등록 : 2020-06-11 14:52 수정 : 2020-06-1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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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핵심 요소인 ‘관객’ 사라질까 걱정

경제학자·철학자·연출가 한자리 모여

영상화 넘어 AI 이용한 변화 여부 살펴

거리두기 좌석제로 극단 적자도 심화

‘공연제작 환경의 뉴노멀은 뭔가’ 토론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극은 어떤 형태로 남을 것인가?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연극의 미래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주제를 6월22일 시작하는 국립극단 이야기 마당에 올린다. ‘코로나 이후의 공연예술-이제 어떻게 연극하지?’가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지금까지 우리가 ‘연극’이라 불러온 예술 개념 자체를 통째로 뒤흔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극의 4대 요소로 불리는 배우·희곡·관객·극장 중 두 요소인 관객과 극장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관객과 극장이 연극에서 어떤 위치인지는 연극·극장·관객의 뜻으로 두루 쓰이는 영어 ‘Theater’의 어원을 살펴보면 명백해진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 ‘theatron’을 어원으로 삼는데, 그 뜻은 ‘관객석’을 의미한다. 연극은 영화 등 다른 예술과 다르게 ‘관객을 앞에 두고’ 배우들이 몸을 움직여 극적 줄거리를 펼치는 예술이라는 의미다. 이때 관객은 극의 흐름을 그냥 바라만 보는 존재가 아니라, 배우와 교감하면서 적극적으로 연극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점차 ‘무관객 온라인 상영’ 등 관객 없는 연극이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이런 변화를 우리는 기존 연극의 관점에서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까?

국립극단은 이런 묵직한 주제를 6월22일과 29일, 7월6일 세 차례에 걸쳐 용산구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관객들’을 대상으로 펼쳐놓는다. 3주에 걸쳐 매주 월요일 저녁 5시부터 두 시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 마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해 경제학적·철학적 관점을 제공하는 전문 학자의 주제 강연에서부터, 온라인을 활용한 연극의 생존 방법 모색, 코로나 시대에 기존 연극 방식을 재검토하는 발제 등으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6월22일 진행되는 1회차 토론 ‘코로나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에서는 정치경제학자와 철학자의 관점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예상해본다.

강연자로 나선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소장은 코로나로 인해 지구화/도시화의 의미와 역동성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제례'로서의 공연에서 '도시의 활기urban buzz'의 한 부분으로 변해온 공연의 성격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짚어본다. 홍 소장은 또 '모임'의 계기로서의 공연이 도시의 문화자본이라는 무형자산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으며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살펴본다.

6월29일 진행하는 2회차 ‘코로나 이후, 온라인 공연은 어떻게 하지?’에서는 ‘공연의 온라인화가 과연 예술의 미래에 대한 정답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실 공연의 디지털화는 코로나 이전부터 차근차근 진행돼왔다. 영국 국립극장(NT)에 오른 공연을 영상으로 만든 뒤 위성을 통해 전세계 대형 스크린에 투영하는 ‘NT 라이브’가 대표적이다. 2009년 시작된 NT 라이브는 점차 세계적으로 확산돼 2017~2018년 시즌 1년 수익만도 90억원(640만파운드)에 이를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과연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대세가 될 것인가? 이날 토론에서는 국내 공연예술 스트리밍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네이버티브이(TV)와 엘지유플러스(LG U+)의 실무자 등을 초대해 현재 온라인 공연 서비스 현황과 수익구조, 유료화 가능성에 대해 물어본다.

또 김미선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프로듀서는 국내 연극의 온라인 콘텐츠화 사례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영지>를 살펴본다. <영지>는 국립극단이 2019년 5~6월에 초연한 청소년 연극이다. ‘병목안’이라는 완전무결한 동네에서 기발한 상상과 엉뚱한 행동으로 주위 어른들을 변화시키는 주인공 영지 이야기를 다뤘다. 이를 통해 어른들이 바라는 모습과 자신이 원하는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는 10대 초반 아이들의 혼란스러운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국립극단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영지>를 지난 5월22일~6월14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다시 개막했다. 기간 중 오프라인 공연과 함께 5번에 걸쳐 국립극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국립극단은 각 학교에서 <영지> 공연 생중계를 수업의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온라인 생중계를 학교 수업시간 중인 오후 1시30분에 했다.

이후 연극 현장의 연출가, 기획자, 드라마투르기 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연극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가 이어진다. 연극이 영상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 스마트폰 앱, 온라인 게임 등을 활용해 새롭게 진화할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보는 자리다.

마지막 7월6일에 열리는 3회차 ‘코로나 이후, 연극의 뉴노멀은 뭐지?’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장기화될 경우, 현재의 제작환경과 방식은 지속가능할 것인가?’를 살핀다. 현재 국공립 공연장의 경우, 공연 때 문진표 작성과 ‘거리두기 좌석제’로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거리두기 좌석제’ 등은 관객 수 감소로 인해 재정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일부 극장에서는 거리두기 없이 철저한 방역과 문진표 작성만으로 어느 정도 감염 위험을 안은 채 공연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날 토론회 ‘연극의 뉴노멀은 뭐지?’에서는 기존 방식의 공연 제작과 관객 운영이 더는 가능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극장과 리허설 공간을 포함해 공연 제작 환경과 조건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 즉 연극의 ‘뉴노멀’에 대해 토론한다.

토론회 ‘이제 어떻게 연극하지?’는 현재로서는 오프라인 ‘거리두기 좌석제’로 운영하는 것으로 기획돼 있다. 하지만 토론회 자체가 온라인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국립극단 쪽은 “현재 6월14일까지로 예정된 정부의 국공립 공연장 휴관 지침이 연장될 경우 비대면으로 관객 참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토론회조차 오프라인 진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그것이 역설적으로 이번 토론회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국립극단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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