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코치의 한마디

“출산신고 전 부모 감정코칭교육 의무화…아이·가정·사회에 모두 큰 이익”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저자인 HD행복연구소 최성애 소장

등록 : 2020-07-12 13:07 수정 : 2020-07-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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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애 HD행복연구소장이 연구소에서 감정코칭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25년 미국 생활에서 ‘부부 관계’ 강의 및 연구

감정코칭 체계화한 존 가트맨 교수와 학문 교류

2005년 귀국 뒤 감정코칭 국내외 보급 앞장서

2014년에 감정코치협회 창립 주도, 초대회장 맡아


현재 일급강사 500여명과 함께 사회 곳곳 강의

“해군사관학교, 탈북 여성 강의 등 잊지 못해”

아이 때 부정적 경험이 질병·잘못된 행동 이어져

출생 뒤 감정코칭 교육 의무화 추진하고파


최성애 HD행복연구소 소장은 남편이자 연구소 공동소장인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와 함께 감정코칭의 학문적 토대를 형성하고 세계화한 인물로 꼽힌다. 감정코칭은 ‘①감정은 삶의 자연스런 일부이다 ②아이의 감정(기분)을 꾸짖지 마라 ③하지만 행동은 한계를 지어주어야 한다’ 라는 핵심 원리를 통해 아이의 감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코칭이다.

감정코칭의 출발점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미국 뉴욕 대학 교수를 역임한 하임 기너트(1922~1973)에게서 찾을 수 있다. 기너트 교수는 교사와 심리치료사로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통찰력을 통해 ‘아이의 기분(감정)을 무시하지 마라’ ‘행동을 문제 삼되 아이의 인격을 꾸짖지 마라’는 등의 감정코칭의 기본 철학을 세웠다.

기너트 교수가 51살 중년의 나이에 암으로 요절한 뒤, 존 가트맨 워싱턴 대학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1980년대 기너트 교수의 교육 철학의 가치를 재발견한 뒤,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감정코칭을 ‘감정코치 5단계’로 체계화했다. 모든 부모님과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쉽게 단계적으로 만든 것이다.

미국에서 가트맨 교수와 학술적으로 교류한 최성애·조벽 공동소장은 2005년 25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뒤 연구를 계속했다. 두 사람은 감정코칭을 뇌과학적·심장과학적·인간발달학적으로 설명하는 작업을 벌여 감정코칭의 학문적 토대를 굳건히 해왔다. 2011년에 출판한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은 바로 이런 최성애·조벽 공동소장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책이었다. 올 들이 두 공동소장이 이 책의 개정판을 냈다. 그 변화의 의미와 최근의 활동을 듣기 위해 지난 6월25일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HD행복연구소를 찾아 최성애 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성애 HD행복연구소장이 연구소 정문에 서 밝게 웃고 있다.

- 개정판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감정코칭의 학술적 토대를 만드시고 이를 국내는 물론 베트남을 비롯한 외국에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우리가 감정코칭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인류의 긴 역사에서 봤을 때, 인간이 말을 하고, 글을 쓰게 된 것은 극히 최근입니다. 동물들 중 포유류 이상은 거의 감정으로 소통하는데, 포유류인 인간도 말과 글이 없던 오랜 세월 동안 감정을 통해 소통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발달론적으로 봤을 때, 아기들은 말이 아닌 감정으로 자기를 표현합니다. 거기서부터 소통이 되는 것이 한 인간의 생애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은 정서 지능에서 핵심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놀라거나 화나거나 무섭게 느끼면 각성상태가 됩니다. 아이들은 그 감정을 잘 제어할 줄 모릅니다. 자전거 못타는 아이를 탈 줄 아는 사람이 잘 붙들어주듯이, 이때 어른이 아이의 감정을 잘 살펴주고 배려해주면서 언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가 자기 감정에 대해서도 알아차림을 하게 되고, 남의 감정에 대해서도 인지도가 높아집니다. 이는 타인과 교류에 도움이 돼서 또래 관계, 대인관계 등이 좋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감정적 유대감 없으면 아이 상처받아

- 흔히 부모들은 아이들이 감정적인 상태에서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야단을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코칭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부모의 행동은 어떤 문제점이 있습니까.

= 감정적인 유대감을 먼저 만들지 않고 행동만 고쳐주려고 할 때, 아이들은 거부당하는 느낌, 사랑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가트맨 박사님은 아이들은 감정을 표현하지만, 무엇인지 모르고, 조절할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 감정코칭을 하면 신뢰관계가 형성됩니다.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거기에서 유대감·친밀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났는지 우선 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동생이 내가 만든 레고를 부숴 화가 났다’고 하면, ‘나라도 화가나겠다’라고 공감 지지해줍니다. 그러면 유대감·친밀감이 생깁니다. 그 뒤에 ‘화가 났다고 해서 동생을 때리거나 장난감을 집어던지거나 하면 안된다’고 말해주고 ‘어떻게 하면 동생에게 너의 뜻을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최성애 HD행복연구소장이 감정코칭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동서양 결혼 주제로 ‘가트맨 컨퍼런스’에서 발표

- 미국에서 가트맨 교수님과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셨는지요.

= 미국에 살 때. 미시간 공과대학에서 ‘가족과 결혼’이라는 과목을 가르쳤습니다. 그때 실질적으로 부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에 대해 많은 연구와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트맨 박사의 부부 상담을 알게 됐습니다. 그 방식이 탁월하다고 생각하고 바로 훈련을 받았습니다.

가트맨 방식을 알기 전에 동서고금의 결혼에 대해 7년 정도 연구했습니다. 서양사람 및 유태인들이 과학적으로 결정했다는 결혼 방식과 1475년 성종의 어머니인 소혜왕후의 내훈을 비교 연구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가트맨 박사의 핵심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 내용을 ‘가트맨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2005년에 귀국하신 뒤 감정코칭을 우리나라에 알리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신 거군요.

= 예, 재미있는 것은 저희가 돌아온 뒤 얼마 되지 않아 문화방송 피디가 저희를 적극적으로 찾았다는 점입니다. 당시 그 피디는 한국의 부부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희 부부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가트맨 박사가 이 분야에서 최고라는 것을 듣고, 수소문하여 가트맨 박사와 학술적으로 교류를 했던 저희를 찾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 제작에 도움을 주셨겠군요.

= 그렇지요.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하자고 할 때, 저희가 3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피디는 처음에는 저희가 엄청난 요구를 할 줄 알았나 봐요. 그런데 저희가 제시한 조건을 듣고 놀랐습니다. 그 조건은 첫째, 출연료나 자문료 등은 1원도 안받겠다, 둘째, 미리 짜여진 각본을 주지 말아라. 셋째, 방송 나가기 전에 편집본을 보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피디가 이 조건을 수용해서 진행을 했고, 그 프로그램이 한마디로 대박이 났습니다.


최성애 HD행복연구소장이 한 내방객에게 감정코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섯차원 관계가 인간행복에 가장 중요

-HD행복연구소는 언제 설립하셨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 저희가 귀국한 뒤 2005년에 세웠던 가족클리닉을 2012년 확대한 것입니다. 연구소는 행복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 감정코칭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일부분입니다. 저희는 다섯 차원의 관계가 인간의 행복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람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직위, 돈, 학력, 아이큐보다도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있습니다.

저희는 행복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관계를 다섯 차원에서 보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부부 사이의 관계, 그 뒤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부모와 자녀 관계, 아이들이 학교에 가게 되면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 그 다음에는 사회에 진출한 뒤 노사, 그리고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 등입니다.

이 가운데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를 보면, 학생도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가가 중요하지만, 교사에게도 회복탄력성이 중요합니다. 아이를 제대로 인내심 있게 잘 이끌어주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회복탄력성과 관련해서는 연구소에서 미국 하트매스연구소의 회복탄력성 연구에 기반한 강의를 하는 등 이 다섯 가지 관계가 좋아지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 관공서, 병원, 군대에서의 인간관계 강의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한 예로 해군사관학교에서는 800명 생도 전체에게 감정코칭과 회복탄력성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4년에 창립된 감정코칭협회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셨고, 초대회장도 맡으셨는데요.

= 우리나라에서 감정코칭이 알려지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실한 짝퉁 강의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감정코칭을 배우는 것은 수영을 배우는 것과 같아서, 감정상황에서 부단히 실습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그래서 HD행복연구소에서는 쉽게 자격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실습을 통해서, 또 그 실습을 검증받고 강의법까지 훈련을 받은 뒤 스탠더드가 굉장히 높은 상태에서 자격증을 줌으로써 균일한 강사의 질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실한 짝퉁 강의가 등장하면 그것을 배우는 분들이나 강의를 듣는 분들 모두 피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협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 회원들이 2천여명에 이르고, 일급 강사도 500명 정도입니다. 가트맨 박사가 명예회장이신데, 협회의 성공적 발전에 매우 기뻐하고 계십니다.

- 그렇게 배출되신 일급 강사분들은 어떠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건가요.

= 자체적으로 강의를 진행하시기도 하고, 저에게 강의 의뢰가 많이 오는데, 저한테 오는 강의를 나누어서 함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에서는 지역마다 학교 관공서에서 강연을 하고, 해군사관학교에도 갑니다. 또 탈북 여성들에게 한국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과정 차원에서 감정코칭을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그때 35명이 같이 가서, 600여명에 대한 교육을 해줬습니다. 해군사관학교도 마찬가지지만 거의 실비를 받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가고 있습니다.

강사들은 상근하는 것은 아니라, 평소에 자기일을 하다가 이런 교육이 있으면 같이 힘을 합쳐 함께 하는 방식입니다.

2019년 베트남 국영방송이 감정코칭 소개

- 감정코칭을 외국에 알리는 역할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예, 많은 나라에 감정코칭을 알려왔습니다. 특히 지난 4~5년 간은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한인 학교 위주로 학부모에게 감정코칭을 굉장히 많이 가르쳐드렸습니다. 거기서 배우셨던 분들이 감정코칭 강사도 되시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베트남 국영방송이 감정코칭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그때 저희 부부가 가서 많은 부분을 조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활동을 해오셨는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이십니까?

= 몇가지 있습니다. 우선 부모가 되기 전에 이틀 정도 감정코칭 교육 받는 것을 제도화하는 일을 추진해보고 싶습니다. 출생신고 하기 전에 이틀 교육을 받은 뒤 출생신고를 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잘 키우려고 해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틀 간의 감정코칭 교육을 받으면 그 교육비의 몇십배에 해당하는 이익이 아이와 가정과 사회에 돌아오게 됩니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혐은 고질적인 비만. 고혈압, 천식, 류마티스 등 여러 질환과 상관관계가 크다는 것이 밝혀져 있습니다. 이런 질병뿐 아니라 공황장애, 학교 중퇴, 중독. 범죄 등과의 상관관계도 큽니다.

그래서 출산 뒤 이틀간의 감정코칭 교육을 의무화함으로써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아이를 질병과 나쁜 행동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또 어떤 활동들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 그 다음으로는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한국 교사들이 북한 교사들과 교류을 하면서 북한의 교사들에게 감정코칭을 전하는 것입니다. 교사 한명이 감정코칭을 제대로 배우면 많은 학생·학부모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해오고 있지만, 감정코칭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더욱 힘차게 진행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감정코칭을 가장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체계화된 인프라를 필리핀, 브라질,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베트남 등에 전하고 있는데, 앞으로 좀더 많은 나라에도 전했으면 합니다.

미국은 거대한 항공모함이어서 방향 바꾸려면 시간 걸리는 데, 우리는 쾌속정 같아서 이러한 것들을 ‘하자’ 하면 빨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HD행복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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