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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돌아온 ‘퓰리처상 사진전’ 한국인 첫 수상작 전시

퓰리처상 사진전(~10월18일)

등록 : 2020-07-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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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매력에 빠졌던 10여 년 전, 아직도 가슴을 울린 한 장의 사진을 기억한다.

아프리카의 한 소녀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에 머리를 숙인다. 소녀 뒤에는 검은 독수리가 맹렬하게 그를 노려보고 있다. ‘수단의 굶주린 소녀’는 1993년 <뉴욕 타임스>를 통해 아프리카 식량난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사진을 찍은 기자는 “소녀를 구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는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이듬해 자살을 선택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이 작품은 사진기자의 역할과 한 장의 사진이 세상에 얼마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가늠하게 한다. 벌거벗은 채 울면서 거리로 뛰쳐나온 한 소녀를 찍은 ‘베트남-전쟁의 테러’(사진)는 베트남전을 끝낸 징표가 됐으며, 시위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일본의 한 사진기자는 역사의 찰나를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었다. “이것은 단순한 사진 콘테스트가 아니라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퓰리처상 사진전이 6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한국을 찾아왔다. 1942년 시작해 지난 5월4일 발표한 올해의 보도부문 수상작까지 총 134점을 모은 ‘퓰리처상 사진전-슈팅 더 퓰리처’가 10월1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그동안 총 세 번의 사진전을 열었는데, 서울에서만 누적 관객이 5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지난해 한국 국적으로는 처음으로 수상한 로이터 통신 김경훈 기자의 사진도 공개된다. 김 기자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대규모 이민자 행렬인 카라반을 취재하며, 미국 국경지대에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온두라스 모녀의 사진을 찍어 큰 충격을 안겨줬다. 전시는 134점의 수상작을 비롯해 순간을 포착한 기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설명을 준비했다. 또한 다큐멘터리 필름과 수상작을 미디어아트로 연결한 영상 콘텐츠와 2014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취재 중 사망한 ‘안야 니드링하우스’의 특별전도 함께 열린다.

장소: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7시 관람료: 1만5천원 문의: 070-4107-7278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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