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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간은 잘 꾸며진 연극 무대”…우화 기법으로 권위 비틀기

프롬프터(~16일)

등록 : 2020-08-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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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한자 ‘뜻 의’(意)와 ‘그림 도’(圖)가 합쳐진 단어로, 이를테면 뜻이 있는 그림이라 풀이할 수도 있다. ‘화려한 조명’ 속 정중앙에 있는 연설대, 좌우의 휘장과 국기, 그 뒤로 보이는 대형 그림 등 세계 지도자들이 회담을 하거나 중요한 사안을 발표하는 장만큼 모든 사물에 ‘의도’를 넣어 꼼꼼하게 배치하는 곳이 있을까.

정치 연설장에서 발견되는 선전적인 회화와 오브제(작품에 사용한 생활용품)에 주목한 장종완 작가의 ‘프롬프터’(Prompter)전이 16일까지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프롬프터는 연극이나 텔레비전(TV) 드라마 촬영장에서 관객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기자에게 대사나 동작을 일러주는 사람을 의미한다. 요즘은 사람이 직접 나서기보다 화면에 텍스트로 띄우는 장치가 많이 사용되곤 한다. 전시 이름을 ‘프롬프터’로 내세운 이유를 수긍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전시장 메인 공간에 들어서면 중앙 연설대가 가장 눈에 띈다. 그 주위에는 국기 대신 동물이 그려진 담요를, 국화 대신 플라스틱 모조식물 등 키치(모조품) 소품이 배치됐다.(사진) 큰 파도가 백마로 변하는 신화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한 ‘푸른 아우라’, 염소의 수염이 물줄기가 되어 흘러내리는 ‘초상화4’ 등 작가 특유의 우화적 표현 기법으로 재해석한 20여 점의 회화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역사화와 초상화를 따라 마지막 공간으로 들어가면 모조식물 사이에 놓인 유아용 배변 훈련 변기를 마주한다. 막대한 힘을 가진 권력자의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을 유희적으로 재현했다. 이렇게 전시장의 모든 작품은 모두 권위를 비트는 역할을 한다. 마치 연극 무대 한편에 자리 잡은 프롬프터처럼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각각의 작품이 정치적 기호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과 이면에 자리한 현실의 모순을 우화적인 서사가 있는 회화로 이야기하는 장 작가는 “언뜻 프로파간다(정치선전)의 형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정치 공간은 잘 꾸며진 연극 무대와 다름없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시의 의도를 밝혔다.

장소: 종로구 원서동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7시 관람료: 1만5천원 문의: 02-736-5700

김영민 홍보아이티(IT)팀 대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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