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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문제 푸는 허브 역할 해낼 것”

최지희 서울시 청년주거상담센터장 겸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등록 : 2020-08-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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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월세에다 깜깜이 관리비 요구 등

고충 겪는 청년들의 상담과 교육 위해

관련 기관들과 협업해서 센터 만들어

“청년들 참여 늘면 행정과 사회 바뀌어”

7월11일 오후 신촌에서 서울시 청년주거상담센터의 청년 주거 아카데미 첫 강의가 열렸다. 최지희 센터장이 서울시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임대주택 ‘청신호’ 대상자들에게 청년주거권 강의를 하고 있다.

“청년 주거 문제는 겪어보지 않으면 잘 몰라요.”

지난 5일 신촌의 한 카페에서 <서울&>과 만난 최지희 서울시 청년주거상담센터장은 ‘왜 굳이 청년 세입자 문제를 다루는지’에 대해 사례를 들어 찬찬히 설명했다. 서울 청년들이 집 때문에 겪는 고충은 한둘이 아니다. 비싼 월세에 이사 때 보증금 반환 지연, 내용을 알 수 없는 원룸 관리비, 불시에 집 들어오기, 친구들 방문에 추가 관리비 요구 등 혈혈단신 청년들이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그는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2011년 출범한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의 최장수 활동가이자 현재 위원장이기도 하다. “(청년 주거 정책에 대해) 어디 가면 알 수 있는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보다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주거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잘 알지 못한다는 현실을 실감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2016년 만들어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에 참여했다. 주거 정책의 전달체계 문제를 풀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활동을 넘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청정넷의 청년주거종합지원센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2019년 청년 자율예산사업으로 뽑혔다. 서울시의 주택건축본부(주택정책과)와 청년청의 역할을 고려해 상담센터로 출범했다. 최 센터장은 “청년주거상담센터는 여러 기관(서울시, 청년청, 서울주택도시공사(SH), 주거복지센터, 청년활동지원센터 등)이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서울시 청년주거상담센터는 지난 5월 활동을 시작했다. 영등포구 서울하우징랩에 공간을 마련했다. 센터 운영은 사업자 모집 공고를 거쳐 민달팽이유니온이 맡았다. 청년 특성에 맞춰 대부분의 정보 안내와 상담은 온라인(서울주거포털, housing.seoul.go.kr)으로 이뤄진다.

최 센터장은 “청년 주거 문제를 푸는 허브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고 했다. 이미 청년, 주거, 복지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기관은 여럿 있다. 센터는 이들 기관을 잘 연계하는 방식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자치구마다 있는 지역 주거복지센터의 청년 주거 코디네이터를 교육해 청년 눈높이에 맞는 상담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찾아가는 주거 상담, 주거 교육 등으로 지역 청년 관련 단체와 연결해 대상별(보호종료 청소년, 비혼 공동체, 여성 1인 가구 등) 맞춤 서비스도 제공한다.

올해는 활동 기반을 조성하는 일에 힘을 쏟는다. 청년 주거 정책을 정리하며 상담 사례 아카이브 분류체계를 구축하고, 청년 주거 문제가 뭔지를 알기 위해 총정리하는 조사를 한다. 교육은 기초, 교양, 심화·실무로 나눠 한다. 기초인 ‘첫 독립 집 구하기’는 매달 2회 정기적으로 한다. 교양 교육 ‘청년 주거 아카데미’는 주거를 다양한 관점으로 다루며 7~8월 방학 기간에 열린다. 심화·실무과정은 10~11월 청년주거상담사 양성과정, 상담 실전 등으로 운영된다.

최 센터장은 청년들이 일단 센터의 교육·소모임·상담을 한 번 경험해 보길 기대한다. “뭐든 엄두를 내 같이 해볼 수 있으면 한다”며 “청년들의 클릭 한 번, 참여 한 번이 행정을 움직이고 사회를 바꿔갈 수 있다”고 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최 센터장은 공적 기관의 활동이 청년들에게 가닿는 게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 SH공사와 서울시 청년청 누리집에 센터 프로그램을 올렸을 때 이전 시민단체에서 할 때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 그는 “시민단체 활동이 공공의 정책으로 이어져 변화의 동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특히 청년들이 이용해보고 ‘여기도 별거 없네’라고 실망하고 돌아가는 게 제일 경계하는 부분이다. 그는 “시스템을 갖춰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활동 기반을 마련하는 기간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최 센터장은 “사회적 가치가 있는 곳에서 재밌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평생직장으로 민달팽이유니온에서 오래 일하길 바란다. 단체가 더 성장해 역할이 다양해지길 기대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재충전의 시간을 기다린다. “따뜻한 바닷가에서 나흘은 일하고 사흘은 서핑하는 워킹홀리데이를 꼭 가보고 싶다”는 꿈을 얘기하며 인터뷰 내내 진지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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