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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형식 차용…소수자 억압 ‘무기’ 돼버린 기독교 보수화 짚어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9월2~13일)

등록 : 2020-08-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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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동시대성’을 드러낸 작품이 제작돼 무대에 오른다. 올해 예정된 여섯 편의 남산예술센터 작품은 작년 말 공모를 통해 정해졌다. 그중 세 번째인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9월2일~13일)는 기독교 보수화와 소수자 혐오에 관한 것이다. 이보다 더 동시대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다시 활개를 치는 악조건 속에서 일부 종교단체가 광화문에서 집회를 여는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연극은 재작년 처음 공개된 <삼일로창고극장 봉헌예배>의 주제와 형식을 확장시켜 올해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형식만 남은 대다수 교회의 예배 안에 잠재된 제의와 연극의 성질을 복원하려고 했다.” 임성현 연출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예수의 생애를 동시대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기독교가 그동안 배제했던 성소수자의 상징인 ‘퀴어’를 예배의 전담자인 제사장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기독교의 보수화와 소수자 혐오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짚어본 것이다.

연극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로 극장의 성장 과정을 함께 되돌아보면 좋다.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기도하는 대부흥 예배 방식을 차용한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는 권력에 힘입어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했던 과거와 기형적으로 성장한 현재를 연극적으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시민사회의 공론장이길 자처했던 공공극장과 한국 교회가 앞으로 어떻게 존재하며 성장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교회를 극장 안으로 가져오는 이번 작품은 예배의 순서와 형식을 그대로 따랐지만, 연극적 방식으로 무대를 채운 것이 특징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볼 법한 원형 무대와 객석은 대형 예배당이 됐고, 성가대가 위치한 발코니 구조를 따온 극장 곳곳엔 코러스 14명이 배치됐다. 더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집한 100여 명의 합창단과 출연진은 생생한 라이브 밴드와 함께 연대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장소: 중구 소파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시간: 월~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02-758-215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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