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빛과 그래픽 이용, 코로나 이후 살아갈 미래 생각하게 해

돌아온 미래(~27일)

등록 : 2020-12-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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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빌보드 ‘핫 100’의 1위는 어떤 곡일까.

1994년에 발표한 머라이어 케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다. 무려 26년 전 노래가 대중음악 차트 1위를 탈환해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예년 같지 않은 코로나 시대를 맞으면서, 크리스마스 때 간주만으로 성탄절의 설렘을 가져다주는 노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연도 영화도 쉽게 즐기지 못하는 올해 크리스마스에 빛과 그래픽으로 환상을 선보이는 또 하나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복원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9호 ‘종친부’에서 작가 그룹 꼴라쥬플러스(장승효&김용민)의 야외 미디어 작품전 ‘돌아온 미래’가 27일까지 진행된다.

종친부는 왕들의 족보와 초상화를 보관하던 관청이었다. 공간이 가진 역사적 맥락 때문일까. 종친부에서 처음으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국내 우수한 작품을 수집하는 미술은행의 소장품 <힙나고지아>(Hypnagogia)를 선보인다.

‘힙나고지아’는 꿈과 현실, 실재와 환상이 교차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중국 사상가 장자의 ‘나비 꿈’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사람의 눈이 흩어지고 모여 나비로 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비는 어둠과 밝음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날아다니다 점차 꽃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꽃은 다시 처음의 눈으로 돌아와 사라진다. 만물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로 9m, 세로 3m의 대형 미디어를 통해 약 15분 동안 펼쳐진 ‘나비의 꿈’을 함께 꾸다 보면 미디어 큐브 <슈퍼 네이처>(Super Nature)가 이어진다. 제목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환경 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근대적인 착각을 지우고, 인간 또한 세상에 속한 하나의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두 미디어 작품은 코로나19가 잠식한 올해의 끝자락에서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존재 중 하나일 뿐이며, 모든 존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곱씹게 한다.


늘 그랬듯 크리스마스는 내년에도, 후년에도 머라이어 케리의 노래와 함께 돌아올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크리스마스에는 지금 우리가 꿈꾸는 인간성 회복과 교감, 연대가 그저 환상이 아닌 실재하는 현실이길 바라본다.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야외 서울 종친부 일시: 오전 10시~오후 9시 관람료: 무료 문의: 02-3701-9500

김영민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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