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색깔’ 드러내는 춤 추기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

등록 : 2021-08-0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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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중요한 것인가 싶어요.”

350년이 넘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역사에서 ‘아시아인 최초의 에투알(수석 무용수)’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박세은(32)에게 이번 승급의 소감을 묻자 한참 고민을 거듭한 뒤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발레는 국경이나 인종, 피부색을 뛰어넘는 예술인데, 굳이 그런 타이틀이 붙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최근 인터뷰에서 많이 물어봐 주시는데 사실 답하기가 어려워요.”

2011년 입단 이래 그는 자신의 위치보다 좋은 캐스팅을 자주 받은 덕분에 군무부터 솔로까지 다양한 무대에 설 수 있었고, 코리페(군무 리더)로 승진한 뒤에는 주역급의 역할을 맡는 등 너무 바빴다고 한다. 그래서 “동양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굳이 할 필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테크니션이었지만, 지금은 춤의 아름다움과 표현력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렇게 설명했다. “프랑스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은 춤에 정답이 있지 않다는 거예요. 그전까지는 언제나 정답을 찾아야 했었죠. 안 되는 동작이 있으면 부단히 노력해서 무조건 만들어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여기 와보니 제가 알던 것이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에투알마다 색깔과 스타일이 다르고 해석하는 방법이 다른 것을 알았다며 이후 솔리스트가 된다면 나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춤을 추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프랑스에 온 지 10년 만에 이력서에서 가장 높은 마지막 줄을 채운 그에게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특정한 무언가로 기억되고 싶진 않아요. 러시아와 프랑스의 차이이기도 한데, 하나만 잘해서 에투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을 소화해야 하거든요. 세상엔 너무나 많은 춤이 있고, 그 안에서 기억에 남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글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사진 에투알클래식 제공


■ 박세은은 1989년에 태어났으며 서울예술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2007년 ABT 스튜디오 컴퍼니 입단 이후 2009년 국립발레단, 2011년 파리오페라발레단 준단원, 2012년 8월 정단원, 같은 해 11월 코리페, 2013년 쉬제(솔리스트), 2016년 프리미에 당쇠르(제1무용수)를 거쳤으며 2018년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 지난 6월10일부터 에투알로 활동 중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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