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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시발점이 된 ‘삘딩’, 꿈과 가능성 향해 앞으로!”

“청년 자생 모임 요구로 만들어져, 직접 자율적으로 운영”

등록 : 2021-09-02 15:46 수정 : 2021-09-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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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초희 청춘삘딩 센터장(왼쪽 둘째)을 비롯한 공간매니저들이 26일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청년활동 공간 ‘청춘삘딩’ 1층 커뮤니티홀에서 네온등 ‘내 인생의 시발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청춘삘딩의 이정표와도 같은 ‘내 인생의 시발점’은 청춘삘딩이 청년의 첫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금천구 청년활동 지원 거점 ‘청춘삘딩’ 인기

4층 건물에 ‘세탁소’ ‘공유부엌’ 등 시설 갖춰

“전셋집을 구해 독립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청춘삘딩에서 주거 상담도 해준다고 해서 왔어요.”

주간보호센터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는유혜연(32)씨는 8월26일 금천구 청춘삘딩을방문해 궁금한 내용을 상담받았다. 유씨는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유씨가 받으려는중소벤처기업청 전월세 대출은 중소기업에근무하는 청년이 2억원 이하 전월셋집을 구할 때 최고 1억원까지 지원한다. 신청 자격에서부터 각종 서류 준비 등 갖춰야 할 게 많고, 게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도 쉽지않았다.

유씨는 마침 청춘삘딩에서 청년 주거 상담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 이날 공병권(54)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았다. 유씨는 “대출받는 것부터 집을 구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필요한 서류도 많은데 도움받을 곳도 마땅히 없었다”며 “공 공인중개사께서 알기 쉽게 상담을 해줘 무척 만족스럽다”고 했다.

올해 5월부터 청춘삘딩에서 부동산 관련 상담을 해온 공 공인중개사는 유씨에게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올해 말까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찾아보면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집을 구할 때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유씨에게 이것저것 자세한 설명을 해준 공 공인중개사는 “청년들이 전셋집을 구할 때 전문지식이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역에 살면서 조금이나마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청춘삘딩은 지역의 청년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청년의 능력을 개발하고 자립 기반을 만들어 사회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거점 공간이다.

청춘삘딩은 청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를발굴하고 지원하는 ‘두잇’, 문화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재능 마켓’,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청삘 반상회’,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주거 상담 서비스와 청년마을공방, 진로설계와 취업 지원을 위한 일자리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유씨가 도움을 받은 청년 주거 상담 서비스는 청년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주거 마련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청년 임대주택 입주나 월세 등을 지원하고 부동산 계약과 관련한 전문 상담도 해준다. 2020년에는 총 368건의 주거 상담 서비스가 이뤄졌다.

재능 마켓은 청년 문화예술인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지역 주민에게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한다. 지난해에는 지(G)밸리 여가 활성화를 주제로 사진·음악·영상·소설·디자인 등 7개 분야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여러 전시회와 공연을 했다.

“예상한 대로 재미가 있어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나 자신의 얘기를 주로 하는데, 또 다른 주제로 곡을 만들고 연주하고영상을 만드는 게 색다른 재미가 있어요.”

재능 마켓 청년프리랜서 참여자 남달리씨는 평소 자신의 일상을 담은 재즈 스타일의 곡을 만든다. 지난해 재능 마켓 프로그램에 지원해 금천구 지(G)밸리 거리공연을 한데 이어, 11월에는 지밸리를 주제로 곡을 만들어 발매했다. 함께 참여한 음악인 3명과 앨범 <내 인생의 시발점>을 만들었는데, 남씨가 만든 청춘삘딩 로고송도 그 안에 들어있다.

남씨는 올해도 7월부터 청춘삘딩과 금천구를 주제로 곡과 영상을 만드는 중이다. 이미 첫째 곡을 만들었는데, 지밸리 젊은 직장인들의 퇴근길 신나는 마음을 표현한 ‘퇴근길 발걸음’을 만들었다. 둘째 곡으로는 지난해 만든 청춘삘딩 로고송을 발전시켜 청춘삘딩을 소개하는 곡을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실험적 기획을 하고 있는 남씨는 이런 경험을 살려 올해 말 미니앨범 발매도 준비하고 있다.

남씨는 “다양한 협업 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청춘삘딩과 함께하면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며 “제 노래가 다른 사람한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청년활동 지원

구, “창업시설·청년미래기금 조성중

청년들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할 것”

청춘삘딩 덕분에 강사 활동을 시작한 청년도 있다.

“강사 이력이 없는 제게 선뜻 프로그램을 맡기는 곳이 없었어요. 장소도 없고 돈도 없어 막막했습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망설였어요. 청춘삘딩에서 우리랑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죠. 청춘삘딩은 강사로서 첫발을 떼게 해준 곳이라 의미가 커요.”

아로마테라피스트 박소라(36)씨는 2년 전 금천구로 이사한 직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 막막하던 터에 아로마테라피를 배웠다.

소그룹 아로마테라피 강의를 해볼까 하고 장소를 알아봤더니 코로나 때문에 모두 사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런데 올해 봄에 청춘삘딩에 문의하자 일이 의외로 쉽게 풀렸다. 박씨는 취향이 같은 청년끼리 운영하는 커뮤니티인 청삘 반상회를 통해 강의를 할 수 있게 됐다. 청삘 반상회는 리더가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청춘삘딩 쪽에서 장소를 제공하고 커뮤니티 회원 모집도 도와준다.

박씨는 “앞으로 아로마테라피를 접목한 친환경 리빙 제품을 개발하고 사회 공헌 활동도 하겠다”며 “청년의 고민을 함께해준 청춘삘딩한테 고맙다”고 했다.

금천구에서는 청년 인구와 청년 1인 가구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금천구 전체 청년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5%나 된다. 청삘 반상회는 청년 1인 가구가 코로나19로 느낄 수 있는 고립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모임이나 강의는 모두 비대면으로 한다.

박초희(28) 청춘삘딩 센터장은 “청춘삘딩은 자생모임인 금천구 청년 동아리의 요구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박 센터장은 “이에 청춘삘딩은 운영도 청년들의 요구나 필요에 따라서 운영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청년들이 직접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청춘삘딩 운영자들이 26일 금천구 독산동 청춘삘딩 정문 앞에서 다양한 프로그램 안내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청춘삘딩은 현재 박 센터장을 비롯해 4명의 청년 공간매니저가 함께 일하고 있는데 모두 청년이다. 청춘삘딩은 연면적 395㎡의 지상 4층 규모 건물로 커뮤니티홀, 사연있는 세탁소, 청춘홀, 세미나실, 공유주방, 다목적 스튜디오 등을 갖췄다.

청춘삘딩은 2016년 11월 금천구 청년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청년 공간이다. 금천구청년들은 2013년부터 꾸준히 활동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2015년 주민참여예산을 확보해 당시 금천구립 청소년 독서실 건물을 청춘삘딩으로 바꿨다. 박 센터장은 “당시 하루 이용객 2명에 불과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던 금천구립 청소년 독서실 건물을 청년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금천구에 요청했다”며 “마침 아동청년과에 청년팀이 신설되면서 청년 공간 확보가 탄력을 받게 됐다”고 했다.

청춘삘딩 1층 벽에는 ‘내 인생의 시발점’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박 센터장은 “청춘삘딩은 청년들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활동과 정보를 나누고 있다”며 “청년의 첫 시작 지점으로 꿈과 가능성이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가겠다”고 했다.

금천구도 청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금천구는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처음으로 2019년부터 청년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미래기금을 조성해왔다. 매년 5억원씩 2022년까지 총 20억원을 적립할 계획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년미래기금은 청년의 능력 개발과 창업 육성, 생활 안정과 청년문화 활성화 등 청년 복지 등에 쓰인다. 이와함께 독산 1동에 청년을 위한 지하 1층~지상 9층 규모의 금천 청년꿈터 창업지원시설을 2023년까지 신축할 계획이다.

이미덕 금천구 아동청년과 청년동행팀장은 “청년미래기금은 청년꿈터 창업지원시설에 입주한 청년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글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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