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 모두 코칭 교육 받으면 대한민국이 바뀔 것”

북한 전문가에서 최고등급 코치로 변신한 서재진 전 통일연구원장

등록 : 2021-11-0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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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가에서 한국코치협회 슈퍼바이저코치(KSC)로 변신한 서재진 그로잉(Growing)코칭원 원장이 지난 10월28일 자신이 원장을 맡은 광화문 미래인력연구원 사무실에서 저서 <아들러 리더십 코칭>을 읽으면서 밝게 웃고 있다. 서 원장 뒤편 벽에는 그가 지금까지 써온 다양한 주제의 책이 걸려 있다. 사진 맨 왼쪽부터 <세계체제이론으로 본 북한의 미래>(2004, 황금알), <식량난에서 IT산업으로 변화하는 북한>(2001, 지식마당), <아들러 리더십 코칭>(2020, 박영스토리), <현장 실전코칭>(2021, 동화세상에듀코), <서애 류성룡의 리더십>(2019, 법문사).

북한 관련 서적 20여권 집필한 사회학자

2008년 통일연구원장 된 뒤 ‘CEO’ 자각

코칭을 비롯해 다양한 리더십 공부 시작

2011년 퇴임 뒤 본격적으로 코치 변신

진화론 시각 보태 ‘아들러 코칭’ 재구성

‘사적 논리→공동감각’ 변화에 코치 기여

‘코칭의 학문 토대 갖추기’ 사명 다가와


오는 11일 코칭대회 때 뉴트렌드 발표

‘북한 전문가에서 한국코치협회 슈퍼바이저코치(KSC)로….’

오는 11월10~11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제18회 대한민국 코칭컨페스티벌(www.kcoach.kr)에서 ‘아들러(ADLER’S) 모델의 리더십 코칭’을 주제로 발표하는 서재진 그로잉(Growing)코칭원 원장 이야기다.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코칭은 ‘개인과 조직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최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십’으로 정의될 수 있다. 코칭은 국내에도 약 2000년 초에 들어온 뒤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코칭컨페스티벌은 약 8천 명에 이르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들이 매년 정기적으로 여는 대규모 ‘컨퍼런스+페스티벌’ 행사다. 서 원장은 이 행사 둘째 날인 11일에 마련된 ‘뉴트렌드 코칭’ 파트에서 자신이 개발한 ‘아들러 심리학 기반의 리더십 코칭’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 코치는 지금은 한국코치협회의 코칭 자격 중 가장 높은 레벨인 슈퍼바이저코치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최고 수준의 북한 연구자로 평가받았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서 원장은 <또 하나의 북한 사회>(1995, 나남), <북한의 사회심리 연구>(1999, 통일연구원), <주체사상의 이반>(2006, 박영사) 등 20여권의 북한 관련 저서를 남겼다. 또 2008~2011년에는 차관급인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어떤 계기로 북한 연구에서 벗어나 코칭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빠지게 된 것일까? 지난 10월28일 광화문 미래인력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난 서 원장은 “통일연구원장에 취임한 직후 한 언론 인터뷰가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그때 시이오(CEO)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조금 당황했지요. 나는 시이오가 아닌데 왜 나한테 인터뷰 요청을 하시느냐고 반문했어요. 그때까지 제가 생각하는 시이오는 이병철·정주영·김우중 등과 같은 대기업 대표였거든요. 하지만 그 기자가 ‘국책 연구기관 원장도 시이오입니다’라고 했던 말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 원장은 “이제 연구원을 제대로 이끌려면 북한 연구자가 아니라 시이오의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서 원장은 이후 본격적으로 리더십 공부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 리더십 관련 교육 가운데서도 특히 코칭 교육을 받을 때면 “스며들 듯이 빨려 들어갔다”고 한다.

서 원장은 2011년 통일연구원장 자리에서 퇴임하는 날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서 원장은 퇴임하는 날 그동안 연구해온 북한 사회를 되돌아봤다고 한다.

“20년간 내가 몰입해서 연구했던 북한이라는 나라는 뭐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고, 한마디로 북한은 독재국가라는 생각과 함께 독재국가는 사람의 몸만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가두는 체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그런데 자유로운 환경에 산다고 하는 남한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다 발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그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도 억압하고 가두지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자기 스스로를 생각의 감옥에 가두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런 사람들에게 코칭을 통해 자기가 만든 생각의 감옥에서 나오게 하고, 인간으로서의 잠재능력을 발현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서재진 그로잉코칭원 원장이 지난 10월28일 광화문 미래인력연구원에서 서재에 꽂힌 저서 <아들러 리더십 코칭>을 살펴보고 있다.

코치로서 활동하면서 그가 빠져든 것은 심리학자인 알프레트 아들러(1870~1937)의 심리학에 기반한 코칭이었다. 아들러 심리학의 ‘사적 논리’ 개념이 ‘자기 생각의 감옥’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된 것이 아들러에게 매료된 이유라고 한다.

그가 기여한 아들러 코칭의 핵심은 “코칭을 아들러 심리학이라는 이론적 기반에 맞춰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아들러 사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들러 심리학의 사상 기반을 진화론으로 해석해낸 것”이다.

즉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중 하나가 유아기 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형성된 ‘사적 논리’를 깨고, 보편적 상식을 우선시하는 ‘공동감각/공동체감각’으로 나아가는 것인데, 서 원장은 이 핵심 개념인 공동감각이 “인간의 경우 진화를 통해 본성으로 갖게 됐다”는 부분을 보탠 것이다.

이에 따라 서 원장이 개발한 아들러 코칭은 한 인간의 사적 논리가 공동감각으로 전환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코치는 이를 위해 사적 논리 형성의 기본이 된 초기 기억을 찾아내고, 그 기억을 공동감각으로 재경험·재해석하도록 돕는다.

서 원장이 아들러 코칭에 큰 관심을 쏟는 또 다른 이유는 코칭의 학문적 토대를 만드는 데 아들러 코칭이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약 30년의 역사를 가진 코칭은 아직 학문적 토대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 원장은 “아들러 심리학과 진화인류학, 또 ‘사적 논리가 공동감각으로 전환되는 원리를 설명하는 뇌과학’ 등이 결합되면 코칭이 학문적으로 발전해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사회를 오래 연구해온 사회학자로서 코칭의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일종의 사명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코칭이 학문적 토대를 강행해나가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서 원장은 “더 많은 사람이 코칭을 신뢰하고 경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아들러 코칭 개발 과정을 설명하면서 “북한사회를 오래 연구해온 사회학자로서 코칭의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일종의 사명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코칭을 접한 사람들은 그 효능에 크게 놀라움을 표시하는데, 아직 코칭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타깝다”며 “만일 코칭이 학문적 토대를 잘 갖추어나간다면 더 많은 사람이 코칭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원장은 “만일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을 포함해 대한민국 공무원이 모두 코칭을 받는다면, 대한민국 자체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제18회 대한민국 코칭컨페스티벌’은 코로나로 고통받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에 맞춰 ‘코칭으로 딥택트(Deeptact)! 스탠드업 어게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다. 대한민국이 코칭을 통해 깊은 연결이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다시 일어서자는 취지다.

첫째 날은 ‘코칭으로 대한민국을’ 주제로 100분 토론을 진행하며, 서재진 원장이 발표에 나서는 둘째 날에는 ‘뉴트렌드 코칭’ 외에도 ‘나의 성장’ ‘젊은 코치의 성장’ ‘조직의 성장’ ‘글로벌 코칭 성장’ 등 성장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코칭 사례가 발표된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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