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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으로 보는 색다른 ‘리어왕’…정영두 안무가 첫 창극 연출 도전

리어(~27일)

등록 : 2022-03-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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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리어왕>이 우리 고유의 소리와 음악을 더해 새롭게 태어났다. 그동안 판소리뿐 아니라 소설·영화·희곡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창극의 영역을 넓혀온 국립창극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리어>를 선택했다.

이 작품은 시간이라는 물살에 휩쓸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2막 20장으로 완성한 창극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제작진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무용·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정영두(연출·안무)가 첫 창극 연출에 도전한다. 극중 인물을 선악으로 구분 짓지 않고 욕망을 위해 투쟁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데 탁월한 배삼식(극본)은 삶의 비극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노자의 ‘물(水) 철학’과 엮었다. 리어와세 딸, 글로스터와 두 아들의 관계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대비시키면서 세대와 관계없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에서 탄탄한 짜임새를 보여준 한승석(음악)은 상하청을 넘나드는 음과 부침새(장단의 박에 이야기를 붙이는 모양)를 다채롭게 활용해 비극적인 정서가 담긴 소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장기타령’ ‘배치기’ ‘청사초롱’ ‘투전풀이’ 등 대표적인 경기민요를 장면에 넣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작품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소리색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작곡)은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어우러진 13인조 구성의 음악과 가상 악기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앰비언트 사운드(자연발생음)를 절묘하게 조합해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무대는 고요한 가운데 생동하는 물의 세계로 꾸며져 거대한 자연 앞에서 연약한 인간의 존재를 보여준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 전체에 20t의 물이 채워지며,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이 변화하며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의 정서를 드러낸다.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시간: 화~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 관람료: 좌석별 다름 문의: 02-2280-4114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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