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캠프’에서 본 성공 스타트업

선배 경험 전수받고, 동료 CEO와는 진솔한 대화 나눠

④ 토론하며 배워가는 강좌프로그램 ‘CEO살롱’

등록 : 2022-04-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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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3일 저녁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스타트업 복합지원공간 프론트원에서는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가 멘토로 참여한 ‘시이오(CEO)살롱’이 진행됐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디캠프의 교육 가운데 대표 프로그램

5개 강좌 묶어 시즌제 운영…6기 진행

대화 공간인 ‘살롱’ 형식의 진행 방식에

경영·투자와 AI까지 다양한 주제 다뤄

스타트업 운영·투자 경험자, 멘토 맡고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이 수강생 등록

“네트워킹 확대 기회 제대로 열어주고


‘바닥 모습’ 숨김없이 공유…큰 공감 얻어”

“대표와 직원의 정보 차이가 사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이사는 정보가 많고 직원은 부분적으로 알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이해의 불일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리더십 훼손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3월23일 저녁 마포구 공덕동,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복합지원공간 프론트원의 20층 다목적홀.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의 강연이 시작되자 스타트업 대표 예닐곱 명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기울였다. 디캠프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시이오(CEO)살롱’의 진행 모습이다.

데모데이인 ‘디데이’를 통해 디캠프와 프론트원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한 공간을 제공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양하고 풍부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만나게 된다. CEO살롱도 그중 하나다.

2020년 10월 첫선을 보인 CEO살롱은 시즌별로 진행하는 그룹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분기별로 한 번씩 시즌제로 진행되며, 한 시즌은 모두 5회 안팎의 강연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모두 6기까지 진행됐다.

멘토는 디캠프나 디캠프의 협력업체 임원 중 스타트업 운영이나 투자 경험이 많은 사람이 맡는다. 수강생들은 시리즈A 투자를 받기 전인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로 이루어진다. 멘토의 강의와 함께 분반 토론 등을 통해 수강생들끼리 서로 사연을 나눌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이 바로 이 프로그램에 ‘살롱’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 중 하나다. 프랑스 왕 앙리 4세 때 귀족들의 사교모임에서 출발한 ‘살롱’은, 거실이라는 본래 뜻을 넘어서 ‘대화를 나누는 장소’라는 의미로 전세계에 널리 퍼졌다.

주제는 시즌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경영, 투자, 인적자원 관리 등 스타트업 창업 초기에 CEO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수강료는 없지만 강의 뒤 후속 모임에 사용할 ‘커뮤니티 보증금’ 30만원을 내야 한다. CEO살롱이 강의뿐만 아니라 이후 네트워크 형성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프로그램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제6기 CEO살롱의 멘토인 김영덕 상임이사가 신생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김영덕 상임대표가 멘토로 나선 6기 CEO살롱은 지난 1월26일 ‘비전과 미션’을 주제로 첫 강의를 한 데 이어 이후 격주로 ‘리더와 리더십’ ‘비즈니스 모델과 상품’ ‘마음을 움직이는 IR(투자설명회)’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이날 ‘성장통과 위기관리’를 주제로 6기 마무리 강의에 나선 것이다.

‘성장통’은 스타트업이 직원 채용 확대 등으로 규모를 넓힐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영덕 상임이사는 이날 강의에서 대표와 직원들이 서로 정보량과 함께 사업에 대한 태도도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게 갈등을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상임이사는 “CEO들은 대부분 자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에 과몰입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자기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가 가장 많고 애정도 누구보다 깊기 때문이다. 그래서 며칠씩 밤을 새우는 일도 드물지 않다. 물론 직원들도 자신이 다니는 스타트업에 애정이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이 점을 CEO가 빨리 깨닫지 않으면 대표와 직원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CEO로서 성장통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일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통을 느끼기도 전에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김 상임이사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첫 출발인 ‘미션과 비전’을 잘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가운데 미션은 ‘기업의 존재 이유’다. ‘조직이 해야 하는 일’을 의미한다. 또 비전은 ‘기업이 미션을 수행한 뒤 최종적으로 원하는 결과’다. ‘기업의 최종 목표이자 지향점’을 가리킨다.

가령 한 아토피 화장품 회사가 있다고 하자. 이 회사가 자신들이 해야 할 일로 “피부 트러블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다”고 정했다면 이게 바로 그 회사의 미션이다. 그리고 이 회사가 이 미션을 수행한 결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면 이게 곧 비전이다. 김 상임이사는 미션과 비전을 구성원들 사이에서 확고히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상임이사는 또 리더십 강의에서는 리더들의 유형을 ‘관계형 리더’ ‘관리형 리더’ ‘개척형 리더’ 등 7개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스타트업 CEO가 자신의 리더십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관리형 리더는 ‘정해진 원칙과 규칙에 따르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효율을 내는 리더’이고, 관계형 리더는 ‘이해관계자 및 동료들과 신뢰와 사교적인 관계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가는 리더’다. CEO가 자신의 리더십 유형을 파악한 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해당 부문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6기 CEO살롱 멘토와 수료자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고덕영 마음코레이션 대표, 전승 데일리뮤지엄 대표, 김준형 한달어스 대표, 박지현 쓰리제이 대표, 정재헌 브라이튼코퍼레이션 대표, 이해일 코발트 대표, 멘토 김영덕 디캠프 상임이사. 디캠프 제공

이날 6기 과정을 수료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CEO살롱이 회사를 운영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술품이나 공예품에 대한 ‘조각 투자’를 하는 데일리뮤지엄의 전승 대표는 6기의 5개 강좌를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들었다. 전 대표는 무엇보다 김영덕 상임이사의 강의를 꼭 듣고 싶었다고 말한다. 벤처 1세대 기업인이자 나스닥에 상장된 ‘G마켓’ 공동창업자로 활동한 김 이사의 경험이 현재의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전 대표는 김 상임이사의 강의에서 ‘미션과 비전’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전 대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직원들과 미션과 비전 공유작업을 소홀히 한 것 아닌가 되돌아보게 됐다”며 “강의 내용이 직원들과 함께 비전과 목표를 정확히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계좌 등록만으로 할부 결제를 하는 서비스 ‘소비의 미학’을 제공하는 오프널의 박성훈 대표는 이번까지 세 차례나 CEO살롱에 참가했다. 박 대표는 이미 투자설명회를 중심으로 진행했던 3기(멘토 뮤렉스파트너스 오지성 부사장, 2021년 4월28일~6월23일)와 인공지능(AI)에 대한 스터디와 함께 사업 운영 고민을 나눈 5기(멘토 캡스톤파트너스 송은강 대표, 2021년 11월3일~12월15일) 강좌를 들었다. 그러나 이번 6기는 3기나 5기 때와는 또 다른 주제로 진행되기에 참가신청을 했다.

정신질환 치료를 돕는 앱서비스 ‘마음파인’을 서비스하는 마음코퍼레이션의 고덕영 대표는 네크워킹을 위해 강좌에 참가한 경우다. 고 대표는 “스타트업계에서 네트워킹이 너무 중요한데 코로나19 탓에 네트워킹 기회가 많이 사라졌다”며 “네트워킹 기회를 제대로 열어주는 것이 CEO살롱밖에 눈에 띄지 않아 참석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렇게 각각 다른 목표를 두고 CEO살롱에 참여했지만 세 사람은 모두 강좌가 진행되면서 ‘보석 같은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다른 스타트업 CEO들의 가공되지 않은 목소리를 듣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대표는 옆에서 공감해줄 수 있는 층들이 적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대표님들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들을 기회여서 정말 좋았습니다.”(오프널 박성훈 대표)

“다른 곳에서 만난 많은 스타트업 대표가 본인이 잘하는 것 등을 주로 얘기하는데, CEO살롱에서는 ‘바닥에 떨어졌을 때’의 모습도 숨김없이 얘기를 나누어서 공감되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마음코퍼레이션 고덕영 대표)

“다른 스타트업 CEO들과 함께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됐는데, 이게 새롭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니까 이런 토론식 수업을 통해 더욱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데일리뮤지엄 전승 대표)

CEO살롱 강좌는 끝났지만,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렇게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에 서게 된 것 같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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