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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속에서 영원함을 찾았던’ 조각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5월22일)

등록 : 2022-04-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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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립미술관은 다음달 22일까지 서소문본관에서 ‘노실의 천사’를 마련했다. 제목은 그가 <조선일보> 1972년 3월3일치에 기고한 시 ‘예술적 산보-노실(爐室)의 천사를 작업하며 읊는 봄, 봄’의 문구에서 따왔다. 노실은 ‘가마가 있는 아틀리에’를 뜻한다.

전시장 입구에 게시된 문장 ‘절지(折枝)여도 포절(抱節)하리다. 포절 끝에 고사(枯死)하리라’는 그의 작품세계, 작업 방법, 삶의 회한 등을 엿볼 수 있다. 권진규의 조카 허경회(권진규기념사업회 대표)씨는 이 문장을 “가지가 꺾여도 절개를 품으리라, 절개를 품은 끝에 말라 죽으리라”라고 설명했다.

세속적인 삶을 떠나 고독한 미술의 세계로 입문해 평생을 수행하듯 작업에 임했지만, 생전에 한국 화단의 몰이해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고, 불교에 침잠하다가 결국은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권진규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다.

지난해 유족이 기증한 총 141점을 비롯해 다른 미술관, 갤러리의 작품을 더해 총 240여 점을 공개해 권진규 개인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알엠(RM)의 소장품 <말>(그림, 29×45×15㎝, 점토에 채색)을 비롯해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조각, 소조, 부조, 드로잉, 유화 등 방대한 규모의 작품들이 공개됐다.

한평생 어떤 사조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채 작품에 몰입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고 알려진 리얼리즘 조각가인 권진규가 추구했던 바는 사실적인 것도, 아름다운 대상도 아니라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혼과 영원성’이라 평가한다.

이번 전시는 그가 죽을 때까지 ‘노실의 천사’를 구하고자 했던 여정을 따라 1947년 미술에 입문했을 때부터 1973년 5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주요 작품을 망라한다. 자작시를 바탕으로 불교에 한평생 귀의해왔다는 점에 착안해 전시는 시기별로 입산(1947~1958), 수행(1959~1968), 피안(1969~1973)으로 구분된다.

장소: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시간: 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토·공휴일 오후 7시까지) 관람료: 무료 문의: 02-2124-8868


글·사진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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