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서 하는 전통문화 체험…재미·역사 함께 배워”

남산골한옥마을 전통체험 4월8일 시작…한지공예·자개공예 등 새로 선봬

등록 : 2022-04-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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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한옥마을에서 지난 8일부터 오프라인 전통체험 행사를 진행하면서 우리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려는 내외국인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지난 11일 20대 직장인 김민정씨가 친구와 함께 한복을 고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K팝 스타 좋아서 한국 온 중국 유학생

친구와 함께 찾아온 20대 여성 직장인

남산골에서 ‘추억의 화첩’ 함께 만들어

온라인 전통체험도 병행해서 진행돼

조선시대 때 아름다움 갖추었던 ‘남촌’

일제 강점 거치면서 신사 등으로 훼손

1998년 한옥 다섯 채 옮겨와 시민 개방


체험행사 참여하며 우리 역사도 느껴

“한옥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니 너무 재미있어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 검은 한지로 손거울 주변을 예쁘게 꾸미고 있던 중국 유학생 리잉화씨의 얼굴에 연신웃음꽃이 피었다. 케이팝 가수와 한국 문화를 좋아해 6개월 전 한국에 온 그도 이렇게 직접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해본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20만여 명이 참여하는 등 내외국인에게 인기를 끌어온 ‘남산골한옥마을 전통체험’이 지난 8일 시작됐다. 전통체험은 올해는 ‘남산화첩’이라는 콘셉트로 오는 10월30일까지 진행된다. ‘남산화첩’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전통체험을 경험했던 순간이 “시민들의 인생에서 한 폭의 그림 같은 기분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올해는 전통체험 목록도 더욱 다양해졌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남산골한옥마을을 그릴 수 있는 ‘수채화 키트’ △한지를 찢고 붙여서 나만의 거울과 책갈피를 만드는 ‘한지공예’ △자개로 마그넷과 민화를 만들어보는 ‘자개공예’ △내 몸에 맞는 재료로 고추장·꿀사탕·전통차를 만들 수 있는 ‘약선체험’ 등이 새롭게 선보였다.

아이와 아버지가 함께 한옥을 3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을 조립하고 있다. 남산골한옥마을 제공

물론 지난해까지 인기 체험 종목이던 ‘한옥 만들기’ ‘활 만들기’ ‘천연비누 만들기’는 올해도 계속 만날 수 있다. ‘한옥 만들기’는 한옥마을 내에 있는 한옥을 3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을 조립하는 것이고 ‘활 만들기’는 우리나라 전통 활을 직접 만들면서 그 특징과 문화를 배워볼 수 있는 행사다.

이 밖에도 한복을 입고 남산골한옥마을을 거닐며 한옥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한복 의상 체험’과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 축하와 추억을 남겨주고자 아기의 첫 생일을 기념하며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셀프 스튜디오 ‘남산골 돌상화첩’도 운영한다.

이렇게 현장 체험행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남산골한옥마을은 더욱 활기를 띤 모습이다. 20대 직장인 김민정씨는 지난 11일 오후 친구 2명과 함께 ‘한복 의상 체험’에 나섰다. 김씨는 “친구들과 한복 체험을 하기로 하고 장소를 상의했다”며 “남산골한옥마을에서 가장 설명을 잘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남산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남성 한복인 갓과 도포를 입은 김씨는 한옥마을 곳곳을 거닐면서 “마치 잠행을 나온 조선시대 임금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실 남산골한옥마을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역사를 품에 안은 장소다.

남산골한옥마을을 포함한 남산 일대는 조선시대에 ‘남촌’으로 불렸는데, 신선이 사는곳으로 여겨질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특히 남산골한옥마을 일대는 가난하지만 독서를 좋아하고 선비정신을 갖춘 ‘남산골 선비’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남산 일대는 일제강점기 남산 곳곳에 신사·사찰, 그리고 한시적이었지만 총독 관저가 들어서고 일본헌병대가 배치되면서 크게 변질된다.

특히 일본헌병대의 남산 주둔은 해방 이후 미군 주둔과 1962년 이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설치 등으로 이어졌다.

남산 일대가 다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찾은 것은 1998년에 이르러서다. 서울시가 남산 일대의 일제강점기 흔적을 우리 전통문화공간으로 채우고자 벌였던 ‘남산골한옥마을 제 모습 찾기’ 사업이 결실을 얻었다. 이해 서울시는 도심 개발로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19세기 한양의 전통가옥들을 남산으로 이전·복원한 뒤 ‘남산골한옥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에게 개방했다.

현재 남산골한옥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전통 한옥들은 구한 말, 신분과 직책이 달랐던5인이 거주했던 가옥들로, 주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한옥 구조를 실감할 수 있다.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된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은 경복궁 중건 공사에 참여했던 도편수(목수의 우두머리) 이승업의 집이다.

두 번째 가옥은 한옥마을 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삼청동 오위장(五衛將) 김춘영 가옥’이다.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이곳은 1890년 건립됐다. 궁궐을 수호하는 무관의 집이라 이 가옥 역시 사고석과 전돌을 높게 쌓은 화방벽으로 보안을 신경 쓴 것이 특징이다.

나머지 세 가옥은 조선시대 한양 고관대작들의 주거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민영휘와 민씨 일가가 거주했던 저택의 일부인 ‘관훈동 민씨 가옥’(서울시 민속문화재 제18호), 순종의 장인이었던 윤택영이 지은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서울시 민속문화재 제24호),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 윤덕영이 소유했던 ‘옥인동 윤씨 가옥’이 그것이다.

2013년부터 10년 동안 남산골한옥마을에서 활쏘기 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김경동씨가 활쏘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런 조성 배경을 가진 남산골한옥마을을 찾는 것은 500년 넘는 역사를 느끼는 것이기도하다. 남산골한옥마을에서 2013년부터 10년 동안 활쏘기 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김경동(63)씨는 한국 역사와 문화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활쏘기 체험을 진행해오고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그 이전부터 활 제작에 관심이 많았지만 활 체험을 담당하고 난 뒤에는 조선시대 고서들을 보면서 원형에 가깝게 만들기위해 노력했다”며 “재료도 담양에서 가져온 대나무를 6개월 정도 말린 것을 사용하는 등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특히 많은 외국인이 활쏘기 체험을 하면서 한국 전통문화를 높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면, 활쏘기 체험장 운영의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남산골한옥마을 2022년 전통체험 포스터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 현장체험의 경우 코로나 방역기준에 맞춰 회당 15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네이버 예약’(booking.naver.com)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며, 회차별 잔여 티켓이 있는 경우 당일 현장 매표 뒤 참여할 수 있다. 또 2020년부터는 코로나 상황에 맞춰 온라인으로 체험 재료가 담긴 키트를 구매한 뒤 영상을 보고 따라 만들 수 있는 ‘온라인 남산골 전통체험’을 기획해 현장체험과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남산골 전통체험’은 △천연비누 △수채화 키트 △한옥 만들기 △활 만들기 △한지공예 △자개공예로 구성됐으며 4월5일부터 11월13일까지 만들기 키트를 구매할 수 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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