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농인·청인이 만든 앙상블

‘사라지는 사람들’ 박경식 연출

등록 : 2022-04-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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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배리어프리를 목표로 하지 않았어요.”

세종문화회관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천원의 행복’의 일환으로 오는 19~20일 엠(M)씨어터에서 진행되는 수어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을 제작한 박경식 연출가는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의 날(20일)을 맞아 농인(청각장애가 있는) 배우 7명과 청인(청각장애가 없는) 배우 6명이 수어와 음성으로 진행하는 작품이다.

박 연출가는 처음부터 농인과 청인 배우가 한 무대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모여 배리어프리와 닮았을 뿐이라며 작품에 대해서만 집중해달라고 부탁했다.

즉 제작하는 과정이 다르다보니 공연장에서 자막이나 설명이 필요 없으며, 최근에 발표되는 배리어프리의 개념처럼 “장애를 넘어서야 한다”는 개념도 없단다.

“이것은 장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라는 프레임을 강조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농인과 청인이 함께 앙상블을 만들어 무대에서 자유로운 연극을 선보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농인 배우가 무대에서 펼쳤던 역할은 농인이었어요. 하지만 여기에선 농인 역할이 아예 없습니다. 단지 수어와 한국어(음성)가 섞여서 자신이 맡은 인물을 연기할 뿐이죠.”

하지만 여기에서 많은 고정관념과 싸우고 부딪혀야 했으며, 연출하면서도 ‘이게 가능할까?’라는 질문과 싸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농인, 청인 배우들만의 새로운 수신호를 만들어 무대 위에서 움직이며 다른 공연에 비해 시간이 배로 걸리는 노력을 쏟아붓는다. 인간의 이기심과 소통 부재를 내용으로 하는 연극처럼 박 연출가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바를 이렇게 들려줬다.


“농인에게는 청인 사회가 익숙하지만 청인들은 농인 사회를 잘 몰라요. 그런데 장애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은 아직도 일방적입니다. 한쪽만 사랑하는 짝사랑도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잖아요. 농인·청인 모두 순간적인 희열과 감동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과 희생이 필요합니다.”

글·사진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아이티(IT)팀장

△ 박경식은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연극연출 석사를 졸업했으며 공연창작소 공간 대표, 성균관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20회 춘천연극제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을,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작품상(대상), 연출상을, 제21회 2인극 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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