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쏙 과학

서울~부산 15분에 달리고, ‘햅틱 이용’ 원격수술 척척

㉜ 미래기술체험관 ‘티움’에서 미리 보는 30년 뒤 미래 ICT 세계

등록 : 2022-05-26 16:54 수정 : 2022-05-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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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체험관 티움에서 한 관람객이 조난당한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언니와 함께

을지로에 위치한 SKT 체험관 방문

네트워크드론·홀로그램통신 활용한

‘우주셔틀’ ‘해저도시’ 등 스토리 실감 나

시속 1300㎞로 이동 중에 통신 쓰려면

5G 넘어선 ‘6G 통신 기술’ 사용이 필수

5G보다 50배 빠르고, AI 탑재도 가능


2Gb 영화 한 편 내려받는 데 ‘0.016초

미국에서 언니가 왔다. 5년 만의 ‘방한’이었다. 뭔가 특별한 추억을 함께 쌓고 싶었다. 마침 취재차 섭외한 체험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에스케이텔레콤(SKT) 본사의 미래기술체험관 ‘티움’(T.um) 투어.

“언니, 제가 을지로로 아이시티(ICT)의 미래를 보러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좋지. 근데 ICT가 뭐야?”

“‘정보통신기술’의 약자예요. 한국이 ICT 강국이잖아요.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세계최초로 적용했던 ‘5G(5세대) 통신기술’ 같은거요.”

“뭐였지?”

“혹시 봅슬레이 경기 기억나세요? 그때 썰매에 카메라를 달아 선수의 관점으로 얼음트랙 속을 달리는 장면을 생중계했잖아요. 그게 5G예요.”

“오, 맞아. ‘티움’에서 그런 기술을 보여주는 거야?”

“미래기술체험관이라니까, 더 대단한 걸 보여주지 않을까요?”

더 대단했다. 미래기술체험관의 도슨트는 관람객에게 네트워크망원경, 홀로그램통신, 네트워크드론, 감각통신을 이용한 원격수술 같은 미래기술을 눈과 손으로 직접 체험하게 해줬다. 거대한 가상현실 세계 안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한 관람객이 우주 임무 도중 구조된 조난자를 원거리 우주셔틀내 의무실에서 진단하고 수술하는 상황을 체험하고 있다.

‘30년 후 미래’ 세계로 들어가려면 ‘하이퍼루프’를 타야 했다. 미국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올 하반기에 첫 주행 실험을 진행하겠다던 바로 그 ‘꿈의 열차’다. 물론 체험관에 설치된 건 모형이지만 진공 터널 속을 달리는 둥근 몸체의 열차를 잘 구현했다. 시속 1300㎞로 달린다는 이 열차가 실제로 생긴다면 우린 서울에서 부산을 15분 만에 갈수 있다.

‘우주관제센터’에는 초고속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기술이 적용됐다. 네트워크 전파 망원경은 구름으로 덮인 대류권 하늘을 관찰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냈다. 우주 공간 속 탐사선들은 태양계를 돌아다니며 소행성과 성간물질을 분석했다.

그때 경고음이 울렸다. 거대한 운석이 지구로 날아오고 있단다. 그대로 두면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터. 함장은 우리에게 지구로 귀환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

우주셔틀을 타고 귀환 중 토네이도를 만났다. 우리는 무사히 빠져나왔는데, 다른 셔틀에서 조난자가 생겼다. 우주셔틀을 조종하던 인공지능 선장이 드론을 보내 조난자의 생존캡슐을 찾아냈다.

원격수술에 쓰이는 햅틱(Haptics) 장치에는 초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현실감 있는 촉감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감각통신기술이 사용됐다.

도슨트는 우리를 우주셔틀 의무실로 안내했다. 인공지능 의사가 생존캡슐 속 조난자를 분석하더니 “무릎 관절이 골절됐다”고 했다. 도슨트가 언니한테 수술을 도와달라고 했다. 언니가 주춤거리다가 햅틱(Haptics) 장치가 놓인 테이블에 앉았다. 인공뼈를 무릎에 넣는 수술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라 했다. 생전 처음 집도해본 언니한테 슬쩍 물었다.

“잡아보니 어때요? 정말 촉감이 느껴져요?” “응. 잡고 있으니까 진동 같은 게 오면서 수술하는 느낌이 나더라구.”

감각통신기술이다. 도슨트는 “초고속네트워크로 현실감 있는 촉감을 사용해 원격수술을 집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로 돌아온 우리는 중력장 발생장치를 조종해 운석의 경로를 변경시키라는 미션을 받고 텔레포트 룸으로 들어갔다.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컨트롤러(조정장치)를 손에 잡으니 달 기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는 달 기지의 로봇을 원격제어해 중력장을 쐈다. 운석의 경로가 바뀌었다.

지구를 구한 우리는 비행셔틀을 타고 ‘하이랜드’로 갔다. 이 해저도시는 바닷속 조류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에너지로 운영되고 있었다. 건설로봇이 지은 건물 사이로 수많은 비행체 즉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가 돌아다녔다. 도로 위에선 운전석이 없는 자율차들이 달렸다. 지능형 교통관리, 스마트그리드, 사물인터넷(IoT), 보안기술 등 모든 기술이 지능형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시티였다.

체험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면서 언니가 감탄했다.

“디즈니월드보다 재밌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도슨트를 따라다니며 정해진 시간 안에 각종 ‘미션’을 수행하느라 기술에 대해 질문할 틈이 없었다. 그래서 티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투어’를 예약했다. 유튜브 라이브로 도슨트가 진행하는 간접체험 프로그램이다. 채팅창에 질문을 올렸다.

초고속네트워크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우주와 지구의 환경, 대기와 지진 등 지구생태계를 모니터링하는 미래의 우주관제센터.

‘시속 1300㎞의 속도로 이동 중 통신을 쓰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요? 우주관제센터에서 초고속네트워크와 인공지능 기반으로 지구환경을 모니터링하려면 통신기술은 6G 이상에 도달해야 하죠?’ 등등.

놀랍게도 유튜브 영상 속 도슨트가 실시간으로 대답했다. “이런 기술을 구현하려면 6G 이상의 수준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5G 기술 즉 ‘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 범세계이동통신) 2020’은 아직 기능이 최대치에 도달하지 못했기도 하고요. SKT가 선도적으로 개발 중이니, 우리가 예상하는 기술은 모두 활용 가능할 것입니다.”

이어진 질문에는 운영팀이 채팅창에서 실시간으로 답해줬다. 바닷속 전력 송신 등 다양한 미래기술을 구현하려면 지연이나 끊김없는 안정적인 초고속네트워크가 필수라는 것. 또 기존 기지국 장비를 교체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싱글랜 기술을 활용하면 3G와 5G 기지국으로도 6G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점 등등. 다시 말해 우리가 본 미래기술을 현실화하려면 6G 이상의 통신기술이 필수적이란 얘기였다.

여기서 잠깐, 6G가 뭔지 살펴보자. 6G 통신은 5G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로 꼽힌다. 5G의 특징이 초고속·저지연·초연결인데 반해 6G는 초성능·초대역·초신뢰·초지능·초정밀·초공간 등 ‘초’가 6개나 붙는다.

6G는 5G보다 최고 50배 빠르다. 2기가바이트(Gb)짜리 영화 한 편을 받는 데 0.016초밖에 들지 않는다. 지연시간도 1만 분의 1초, 즉 100마이크로초(㎲)로,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으로 줄어든다.

100기가헤르트(㎓)~10테라헤르츠(㎔) 사이의 초대역을 쓰는 6G는 보안 기능은 물론 인공지능까지도 탑재할 수 있다. 지상에서 120m 높이까지만 통신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닌 5G 기술과 달리, 6G는 저궤도위성을 써서 최대 10㎞ 상공까지 서비스한다.

이런 세상이 정말 30년 후엔 올 수 있을까? 성영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먼저, 하이퍼루프 내 통신은 가능하다. 성 교수는 “지금도 시속 330㎞로 달리는 KTX에서 통신이 가능하다”며 “통신 모뎀 내에서 주파수 추적 루프(frequency tracking loop)와 송신 신호의 파일럿 간격을 잘 설계하면 시속 1300km에서도 통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수술이나 텔레메트릭스(telemetrics) 즉 원거리에서 대상물의 정보를 획득하고 분석해 제어하는 기술을 구현하려면 초저지연, 초신뢰성, 초정밀 통신 방식이 실현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구동을 위해선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초대역, 초성능 통신이 필요하다. 지상과 우주를 아우르기 위해선 유연한 초공간 네트워킹 기술과 이런 기술을 최적화하는 인공지능 통신,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만약 ‘티움’ 속 미래에서처럼 운석이 지구로 날아온다면, 달기지에서 중력장을 날려 궤도를 바꿀 수 있을까? 성 교수는 “이건 30년 후는 아니더라도 미래에는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운석의 궤도를 바꿀 정도로 중력장을 바꾸려면 엄청난 양의 질량과 에너지가 필요”한데다 “현재 공학적 기술로는 그 정도의 에너지를 만들어 축적해 순간적으로 중력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기가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왜 가능성을 남겨둘까. 그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그래도, 세상에는 늘 혁신이 있습니다. 불가능하다거나 어렵다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생각을 아예 막기 때문이죠. 그런 부정적인 말은 상상력을 가로 막습니다. 사실 핵융합이 실현되어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그 에너지를 이용하여 다른 형태로 변환시키는 기술도 덩달아 발전할 것입니다. 지금 핵융합에 대한 실마리도 조금씩 풀리고 있으니 언젠가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글·사진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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