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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상가건물 임대차분쟁, ‘해피엔딩’이 늘고 있다

서울시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올 들어 8월 말까지 ‘조정 시작 사건’ 91% 합의 이뤄

등록 : 2019-09-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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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위, 변호사·회계사·교수 등 구성

팩트체크·현장 조사 통해 조정력 높여

갈등 원인, ‘계약해지>권리금>임대료’ 순

상가임대차상담센터에도 문의 봇물

법률가, 부동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서울시청 무교별관 3층 회의실에서 양쪽 분쟁 당사자들이 출석한 가운데 중재를 벌이고 있다. 갈등이 심해 보여도 당사자들이 일단 조정 테이블에 나와 앉으면 타협을 통한 합의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주변 상가 임대료도 꽤 올랐으니 우리도 보증금(5억원)과 월세(900만원)를 각각 10% 올리겠습니다.”(임대인)

“그렇게 한꺼번에 올리면 제가 감당할 수가 없잖아요. 3~4% 정도로 해주세요.”(임차인)

흔히 볼 수 있는 상가 임대차를 둘러싼 갈등의 한 사례다. 서울시에서는 이렇게 해마다 상가임대차를 둘러싼 갈등이 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조정 과정을 거쳐 원만한 해결에 이르는 ‘해피엔딩’도 꾸준히 늘고 있다. 상가임대차분쟁 해결을 도와주는 서울시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장계영 감정평가사)는 이처럼 늘어난 분쟁 조정 활동으로 조정된 사례들을 최근 공개했다.


위에 든 조정 신청 건도 분쟁조정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합의에 이른 경우다. 주변 시세에 따라 임대료를 올리려는 임대인과, 영업 조건을 만들어놓은 현재 가게에서 계속 약국을 운영하고 싶지만 임대인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임차인이 조정을 신청했다. 신청을 받은 분쟁조정위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중재를 위해 임대인이 주장하는 주변 상가 시세 상황을 현장에 나가 조사해 임대인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한편, 임차인이 오른 임대료가 부담되는 상황에서도 재계약을 바라는 속사정을 들었다.

이런 조사 결과 아래 조정위는 보증금/ 월세 등을 시세에 맞게 올리되, 임차인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정선을 양쪽에 제시하고 합의를 권고했다. 중재심판에서 임대인은 월세를 10% 올리는 대신 보증금을 동결하는 쪽으로 양보했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월세를 3~4%보다 높은 10% 올리자는 임대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임대인은 월소득이 늘어났고, 임차인은 상당한 목돈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덜었다는 점에서 양쪽이 만족할 만한 안이었다.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실 황규현 주무관은 “이 사례는 쌍방의 주장이 모두 일정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어 자기주장만 계속 고집하면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었다. 그러나 분쟁조정위가 객관적인 조사 활동을 바탕으로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는 과정을 거쳐 상호 양보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조정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일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분쟁으로 서로 감정이 상해 법정으로 치닫는 최악의 경우를 막고 쌍방의 양보와 합의로 원만히 분쟁이 해결되는 사례가 늘면서, 소상공인이 안심하고 영업에 전념할 수 있는 안심상가 조성과 분쟁 조정 활동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조정위 활동 일단 분쟁조정위에 넘어온 사안은 절반에 가까운 46.4%가 합의에 이른다. 서울시분쟁조정위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최근 2년8개월간 접수된 조정 신청 360건 중 167건(46.4%)이 조정 합의로 분쟁을 원만히 해결했다. 분쟁 신청은 2017년 77건, 18년 154건, 올해 8월까지 129건이 접수되는 등 신청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현재 분쟁조정위는 분쟁 조정 시 지난 3년간 주요 상권 모니터링을 통한 임대차 실태 조사, 현장 답사·거래 사례 비교, 임대료·권리금 감정 등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대안을 제시하고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 또한 최근 조정 합의 내용이 법원 판결과 같이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을 가짐으로써 분쟁의 확실한 종결은 물론 당사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변호사, 감정평가사, 건축사, 공인회계사, 교수 등 30인으로 구성되며 사건당 3명의 위원이 조정에 참여한다. 비용은 무료다.

조정 실태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접수된 129건의 분쟁을 살펴보면, 이 중 조정이 시작된 사건은 53건이며 이 가운데 90.5%에 해당하는 48건이 합의를 이뤘다. 이는 조정 신청이 들어와 일단 조정이 시작되면 대부분 타협에 성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조정 중인 사건은 47건이며, 피신청인이 조정 참가를 거부하거나 소송 제기 등으로 각하(종료)된 안건은 29건이었다.

조정 신청인은 과거에는 주로 임차인이 많았으나 점차 임대인의 신청도 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를 살펴보면 임차인이 74%, 임대인이 26%를 차지한다. 분쟁 유형을 살펴보면 ‘계약 해지’가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권리금(23건), 임대료 조정(24건), 원상회복(12건), 계약 갱신(11건), 수리비(15건) 순이었다. 최근 2년 6개월간의 분쟁 유형은 권리금(22.2%), 계약 해지(18.9%), 임대료 조정(17.8%) 순이다.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총 1만2226건의 전화, 방문, 온라인 상담이 진행됐다. 상담이 시작된 2017년에는 1만1713건을 접수했으나 이듬해인 2018년에는 1만6600건으로 크게 늘었다. 주로 묻는 내용은 계약 해지·무효, 보증금·임대료, 법률 적용, 권리금, 계약·재계약, 묵시적 갱신 등의 순이었다. 상담 문의는 02-2133-1211, 온라인 ‘눈물그만 상담센터’.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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